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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714]이성과 감성_제인 오스틴을 통해 18세기 영국 사회상과 연애문화을 엿보다

by bandiburi 2023. 4. 8.

제인 오스틴의 <이성과 감성>을 읽으며 18세기 영국의 사회상을 이해하고 당시의 젊은이들의 연애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청소년 시절에 접한 고전문학이 전하는 의미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다가오는 느낌은 다를 것이다. 청소년기에는 연애 자체에 좀 더 포커싱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과 자녀양육, 경제생활을 해본 입장에서는 가족, 이웃, 돈, 직업, 토지, 이동수단 등 사회상에 더 관심이 간다. 
원작은 <Sense and Sensiblity>로 우리말로는 <이성과 감성>으로 번역했다. 주인공은 세 자매 중 첫째인 엘리너와 둘째인 메리앤이다. 엘리너는 장녀답게 이성적으로 인간관계를 파악하고 대응한다. 하지만 메리앤은 음악을 즐기며 즉흥적이고 열정적이다. 즉, 감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말미에 있는 작품해설을 통해 제목과 내용을 연결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제목 그대로 이 작품은 인간성의 두 측면, '이성'과 '감성'에 대한 탐구이다. 인간은 누구나 이성적인 면과 감성적인 면이 있고, 경우에 따라서 어느 한 면이 강하게 나타나는 인간 유형이 있기 마련이다. 제인 오스틴은 <이성과 감성>의 두 자매 주인공 엘리너와 메리앤을 각각의 유형을 대변하는 인물로, 즉 언니는 이성을, 동생은 감성을 대변하는 인물로 설정하고, 이 두 인물을 통해서 인간성의 두 속성이 어떻게 인간관계에서 발현되고 있는가를 면밀히 관찰한다. (511)
그녀의 소설을 읽으면 독자는 주인공들의 연애의 전말을 따라가면서 당시의 일상생활과 사회상을 실감 나게 경험하게 된다. 연애와 결혼이라는 사건은 단순히 젊은이들 사이의 낭만적 사랑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심지어 경제적인 면과 떨어져서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508)
이 청혼은 당시 스물일곱의 노처녀 제인이 결혼할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였다. 더구나 당시 재산이 별로 없는 여성에게 결혼이란 생존의 조건이자 일정한 품위를 유지하며 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었다. 그럼에도 제인은 사랑의 감정이 없는 결혼을 선택하느니 차라리 혼자 살기를 원했던 것이다. (509)
책은 대시우드 가문에 대한 소개로 시작된다. 엘리너와 메리앤은 어떤 위치에 있고 가정환경은 어땠는지 설정한 뒤에는 두 자매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서로에 대한 연애감정이 싹트고 무르익고 갈등이 생기는 구조다. 결국에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우리가 고전문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내용 속에 드러나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이다. 나라가 다르고 시대가 다르지만 우리는 <이성과 감성>을 통해 제인 오스틴이 살았던 18세기 영국을 이해하게 된다. 남자와 여자가 자유롭게 연애를 하고 결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사랑한다는 감정만으로 결혼을 하면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감당해야 한다. 사회적인 계층이 나뉘어 있었고 자녀는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아야만 상류층의 생활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부모와 조부모의 권위가 살아있다. 
요즘은 재벌가의 모습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부모가 자녀들 중에서 누구에게 기업 경영권을 물려주냐가 자녀들에게 큰 관심이다. 부모에게 순종할 이유다. 평범한 중산층 이하의 가정에서는 부모의 재산을 기대하기보다 부모와 자녀 간에 서로에게 의지하지 않도록 열심히 살고 있다고 본다. 현재의 대한민국의 모습도 여러 소설을 통해 기록되고 있다. 18세기 영국 사회가 제인 오스틴을 통해 2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전해졌듯이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도 소설과 영상매체를 통해 후세에 남겨질 것이다. 
그 말고도 많은 남성들이 그렇듯이, 미모를 우선시하는 터무니없는 편견 탓에 자기가 매우 어리석은 여자의 남편이 되고 말았음을 뒤늦게 알게 되어 약간 시큰둥해졌을지도 몰랐다. (149)
레이디 미들턴은 존 경이 돌아오자마자 그녀가 곧, 평생 한번도 본 적이 없고 상류층인지 아니면 적어도 받아줄 만한 양반 계층 정도는 되는지 도무지 확인할 길이 없는 두 여자의 방문을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적지 않게 놀랐다. (157)
만약 이 결혼을 고집하겠다면, 그 결혼에 궁핍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걸 주지시켰지, 현재 가지고 있는 이천 파운드가 전부일 거라고 잘라 말했어. 다시 보지도 않을 것이고, 그리고 조금도 도움을 주고 싶지 않으니, 더 나은 수입을 바라고 무슨 전문직이라도 들어가겠다면, 그것이 성사되지 않게 있는 힘을 다 쓰겠다는 거야. (353)


독서습관 714_이성과 감성_제인 오스틴_2019_민음사(240408)


■ 저자: 제인 오스틴

1775년 12월 16일 영국 햄프셔 주 스티븐턴에서 교구 목사의 딸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습작을 하다가 열여섯 살 때부터 희곡을 쓰기 시작했고, 스물한 살에 첫 장편소설을 완성했다. 1796년 남자 쪽 집안의 반대로 결혼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는 와중에, 훗날 <오만과 편견>으로 개작된 서간체 소설 <첫인상>을 집필했다. 그러나 출판을 거절당하고 다시 꾸준히 작품을 집필하고 개작했다.

1805년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어머니와 함께 형제, 친척, 친구 집을 전전하다가 1809년 다시 초턴으로 이사해 그곳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독신으로 살았다. 이 기간에 <이성과 감성>(1811), <오만과 편견>(1813), <맨스필드 파크>(1814), <에마>(1815) 등을 출판했다. 이 책들은 출간 즉시 큰 호응을 얻었고 그녀는 작가로서의 명성을 쌓았다.

1817년 <샌디턴> 집필을 시작한 뒤 건강이 악화되어 집필을 중단했고, 마흔두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노생거 사원>과 <설득>은 사후 1818년에 출판되었고, 후에 그녀의 습작과 편지, 교정 전 원고와 미완성 원고가 출판되었다. 그녀의 작품들은 오늘날까지도 꾸준히 출간되고 영화화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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