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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713]가짜 노동_노동시간은 줄고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

by bandiburi 2023. 4. 5.

회사 인트라넷에서 소개된 흥미로운 제목의 책 <가짜 노동>을 현재의 일터의 모습을 떠올리며 봤다. 주 69시간 노동에 대한 정부 정책의 혼선이 계속되고 있고, Chat GPT가 그림, 음악, 글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한층 고조된 시기에 적절한 통찰을 던지는 책이다. 

글 속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을 중심으로 몇 가지 느낀 바를 포스팅한다.


파킨슨 법칙에 따르면 노동시간은 줄어야 한다. 

일의 완수에 필요한 시간을 길게 잡으면 시간을 채우도록 일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직장의 현실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정의하는 '파킨슨의 법칙'이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다. 책은 '가짜 노동'이라는 용어를 정의하고 관리를 위한 관리업무, 업무 성과와 관계없는 업무, 시간을 채우기 위한 의미 없는 업무를 포괄한다고 말한다. 

파킨슨의 법칙을 현재의 일터에 적용해 본다. 24년 전 입사 초기의 일하는 모습과 현재의 일하는 모습을 비교하면 쉽게 이해된다. 24년 전에는 상사가 퇴근해야 부하직원들이 마음놓고 집으로 향했다. 휴가를 쓰기도 쉽지 않았고, 주말에도 부르면 나와야 했다. 회사가 나를 책임져 줄 것처럼 열심히 일했다. '열심히 일했다'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 열심히 시간을 '가짜 노동'으로 채웠다. 겉으로 보이는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은 많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커피 마시며 30분이나 1시간을 보내고, 어차피 야근이라는 생각에서 업무시간을 느슨하게 보냈다. 

전혀 힘들지는 않더라도 잔뜩 스트레스를 주는 업무,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업무, 누가 설명해도 이해할 수 없는 업무를 포괄한 '텅 빈 노동'이라는 개념의 대안이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는 '가짜 노동pseudowork'이라는 적당한 용어를 찾아냈다. (94)

파킨슨의 법칙은 영국의 해양사학자 시릴 노스코트 파킨슨이 발견하고 발전시켰다. 그는 1955년 <이코노미스트>에 자기 생각을 요약해 발표했다. 그 논문에 실린 일련의 발상과 가설에는 후대에 길이 남을, 그의 이름이 붙여진 개념이 포함돼 있다. "일은 그것의 완수에 허용된 시간을 채우도록 늘어난다." (126)

하지만 현재는 선택형 근무제도를 통해 자신의 업무시간만 채우면 정시 출근, 정시 퇴근에 아무런 부담이 없다. 휴가 사용에도 눈치 보지 않는다. 하지만 평균 하루 8시간의 업무시간은 집중해서 일한다. 어차피 정해진 성과를 내기 위해 해야 할 일이다. 과거에 비해 업무 집중도가 높다. 그래도 여전히 가짜 노동은 곳곳에 숨어 있다고 본다. 

주 52시간 노동이 정착되며 변화된 일터의 모습이다. 주당 노동시간은 점차 줄어들어야 한다. 덴마크의 철강산업의 사례에서처럼 가야한다. 요즘은 주 4.5일과 주 4일 근무를 도입한 조직도 소개된다. 과거 노동이 주체가 되었던 산업에서 점차 로봇이나 인공지능에게 일을 넘겨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사람이 할 일은 줄어도 생산성의 증가의 과실을 모두가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즉 생산성의 향상의 결과로 노동시간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 

예를 들면 덴마크에서 철강산업 내 집단 교섭 합의는 1900년 60시간에서 1915년 56시간까지 감축을 이끌어냈다. 비록 여전히 주7일제 상태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1958년에는 48시간으로 다시 상당량 줄었고 이후로도 계속 평균 1년에 30분씩 줄어서 1976년에는 40시간, 1990년에는 37시간에 도달했다. (39~40)

애덤 스미스가 노동을 가치의 원천으로 정의했을 때, 그는 노동에 걸리는 시간을 강조한 것이었다. 이것이 우리를 존재론적 재난으로 밀쳐냈고 자족적 악순환으로 귀결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대신, 환하게 불 켜진 사무실에 앉아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죽음의 신을 기다린다. (291)

그 대신 지난 몇십 년간 감시, 관료제, 감사, 계량화, 회의 그리고 보고서 작성에 종사하는 직종이 화려하게 축적됐다. 서로에 대한 불신에는 대가가 따른다. 가짜 노동의 쳇바퀴에서 무한한 시간을 보내는 형벌 말이다. (315)

우리는 헨리크 스텐만과 IIH 노르딕의 사례가 중요한 통찰을 주리라 믿는다. 일에 쏟는 시간의 양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무슨 일을 어떤 품질로 했느냐이다. 그럼에도 노동시간의 길이와 연관된 가짜 노동이 여전한 이유는, 인류가 산업사회에서 제대로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변화하지 못하고 허위 형성의 함정에 걸려 여전히 시간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사고하기 때문이다. (270)

이런 시대에 주 69시간 노동을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노동시간을 늘이기보다는 어떻게 인간의 노동을 줄여갈 수 있을까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는 이런 흐름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기업의 요구를 운운하며 노동시간 유연화를 논하기보다는 기업과 노동자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서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도록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근시안적인 산업화시대의 사고로는 국가의 경쟁력과 국민의 복지는 요원하다. 

정말이지 많은 관광객이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에 가서, 세계적 예술 작품들을 보유한 우피치미술관이 세계 최초의 오피스 빌딩인 줄도 모르고 돌아다닌다. (우피치는 이탈리아어로 오피스라는 뜻이다.) 이 건물은 1560년에 세계적 금융 제국을 이룬 메디치 가문의 사무실로 처음 사용되었다. (47)

변화에 태생적으로 파괴적인 측면은 많은 노동을 허위로 바꿔놓는다. 가속 중인 문화에서는 끊임없이 변화가 사실상 정상이 되어왔기에, 우리 모두는 결국 직업의 임시적 속성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오늘 하는 일이 내일은 쓸모없어질지도 모른다. (...) 우리는 다음 단계의 구조 조정이 코앞에 다가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임시방편의 해결책에 몰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97~98)

가속화에는 역설이 내재되어 있다. 우리를 해방시켜주리라 기대했던 기술은 결국 더 많은 일을 만들어냈다. (108)


시간의 질이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우리는 급여를 받고 노동을 제공한다. 노동이란 단순히 우리의 시간을 제공하는 것 이외에 의미를 담고 있다. 일에서 의미를 발견할 때 보람을 느낀다. 다만 의미가 올바른 방향을 향해야 한다. 조직과 개인의 탐욕을 충족하는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늘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 

저자가 제시한 의사, 변호사, 교사들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의사를 보자. 의대에 입학하고자 시험을 잘 치른다는 학생들이 너도나도 의대에 지원한다. 자신의 적성보다 성적이 우선이다. 전공분야를 선택할 때는 돈이 우선시 된다. 환자의 건강을 회복시킨다는 본래의 의미는 후순위다. 그러다 보니 흉부외과, 소아과와 같이 필요하지만 힘들고 환자가 감소하는 분야는 지원하는 사람이 적다. 특정 분야는 의사의 지원이 넘친다. 의미를 보기보다는 물질적인 결과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의미를 추구하는 의사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국가적인 시스템 재정비가 필요하다.  

다시 의미를 찾으려면 큰 그림을 봐야 한다. 회사보다 더 큰 무언가를 위해 일해야 한다. 의사는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일하지 자신의 직장인 병원을 우해 일하는 게 아니다. 변호사는 정의를 위해 일하지 자신의 법무 법인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다. 교사는 사회의 미래를 위해 일하지 특정 학교를 지키는 게 임무가 아니다. 광고업계에서 일한다면 인생을 그냥 안락하게 지내는 것보다 원하는 것이 더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343)

대부분의 회사는 나머지 3%가 일으킬지도 모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사 방침을 규정하고 시행하면서 끝없는 시간과 비용을 소모합니다. (182)

프레데리크가 가짜 노동에 좌절감을 느낀 이유는, 가치를 더하지 못하는 불필요한 일을 우선함으로써 그가 진짜 가치를 창조한다고 믿는, 제일 잘하는 일에 쓸 시간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195~196)

변호사들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수장부터 법을 다루는 검사 출신이다. 현재는 검사 출신들이 요직에 많이 진출했다. 판검사도 결국은 변호사 활동을 한다. 국회의원들 중에 법과 관련된 사람이 많다. 법을 다루는 변호사, 검사, 판사들에 대한 뉴스가 많다. 자신의 자녀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서, 돈과 권력에 대한 욕심이 지나쳐서 국민들의 비판을 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어떤가. 학생들이 미래보다 학부형들과의 관계를 지향하고, 권력과 돈을 추구하며, 학생을 평등하게 대우하지 않는다. 교사라는 직업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볼래의 목적에 맞게 자신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교권이 추락한 것은 사실이다.

자영업자든 회사원이든 자신의 일에서 본질인 의미를 찾고 일할 때 즐겁게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정시퇴근에 부담이 없고 양질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가짜 노동이 줄어들게 된다. 

전략, 가치, 인적 자원 개발, 비전, 기업 문화 같은 환상이요. 하지만 실제로는 예산, IT, 분쟁 해결, 사무실 할당, 보고 등 그저 관리 업무일 뿐이에요. 리더십은 순전히 경영진이 50%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한 정당화 담론입니다. (216)

회의는 무의미한 안건과 동기 부여의 가장행렬이다. 종종 사람들이 냉혹하고 엄정한 시간과 돈의 가치에 부합하는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개최된다. (255)

직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평화와 고요를 주자. 결정적 기준은 회사가 이윤을 내고, 그 고객, 사용자, 환자 혹은 학생이 만족하는 것이다. 직원이 일을 마치면 집에 보내주자. 이윤이 줄거나 투자자가 불만일 때만 생각을 바꿔서, 일이 잘못되기 시작한 계기를 알아내보자. (368)


독서습관 713_가짜 노동_데니스 뇌르마르크 외_2022_자음과모음(230405)


■ 저자

데니스 뇌르마르크 Dennis Normark

데니스 뇌르마르크는 1978년 덴마크에서 태어나 오르후스 대학교에서 인류학 석사를 받고 노동, 정치, 문화에 대한 강사, 컨설턴트, 비평가로 일했다. 

여러 회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직장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얻었고 그를 바탕으로 현대사회를 통찰하는 깊이 있는 글을 써왔다. 그는 덴마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다양한 인류학 서적들의 저자이기도 하다. 

아네르스 포크 예센 Anders Fogh Jensen

아네르스 포그 예센은 1973년 덴마크에서 태어나 오덴세 대학교에서 철학으로 석사를 받고 파리1대학(소르본)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한 후 코펜하겐 대학교에서 예술문화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강사, 작가, 극작가, 정치 및 사회 이슈에 대한 비평가로 알려져 있다. 여러 대학에서의 강의와 연구를 통해 프로젝트 커뮤니티 개념을 다듬었고, 최근에는 철학적 대화를 통해 내면을 치유하는 여행 안내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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