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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강의

[강의] 물리학이 우주와 인간에 대해 알려준 것들_김상욱 교수

by bandiburi 2023. 3. 15.

천문학(출처: pxhere)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 중인 유명한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의 강의를 직접 듣는 기회가 생겼다.
물리학에 대해서는 재미없을 것 같고 막연한 부담감도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까 궁금했는데 결론은 우주를 보며 저절로 겸손해지게 만드는 강의였다. 강의 내용을 정리해서 포스팅한다.



○ 칠정산(七政算)
세종대왕 시대에 해, 달,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 일곱 개의 위치를 계산하는 방법을 정리한 책이다. 독자적으로 만들지는 못하고 중국의 역법을 참고해서 우리나라의 위도에 맞게 보완한 것이다.



○ 관상수시(觀象授時)
하늘의 모양을 보고 백성에게 때를 내려준다는 의미다. 조선국왕이 하는 하루의 많은 일들은 제사를 지내는 것이었다. 지금도 이사나 결혼날을 받기도 하는데 관상수시의 행위 일부분이 남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19세기말에 주류가 바뀐다. 친일계열의 한성순보를 통해 처음으로 서양의 과학이 알려졌다. 600년간 하늘을 보고 국왕이 제사를 지냈는데 이제는 필요가 없어졌다. 모든 짓이 헛된 일이었다.



○ 천문학
천문학에서 물리학이 시작되었으나 지금은 천문학이 물리학의 일부분이다. 천문학은 빛을 다루는 학문이다.
"빛은 어둠의 부재다"

안드로메다은하 그림에서 태양은 하나의 별일뿐이다. 별과 태양은 동일한 말이다. 안드로메다은하에는 2000억 개의 별이 있다. 이런 은하가 1조 개 정도 발견되었다. 즉 별의 수는 무수히 많다.

태양은 아무것도 아니다는 거다. 한때는 우주의 중심으로 알았던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도는 하나의 행성에 불과하다. 우주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다. 은하 자체도 생성되다 사라지기도 한다. 과학은 뜻하지 않게 인간을 겸허하게 만든다.



○ 별과 우주
지금은 빛으로 별을 보기 힘들다. 과거에는 해가 지면 잠을 잤다. 달은 소중한 존재였다. 달이 뜨면 밤에도 활동할 수 있었다. 달과 별을 보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전기로 세상이 밝다는 착각을 하는데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낮이 있는 것은 태양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별은 어디에 있을까. 4.3광년 떨어진 알파 센타우리다. '여보세요'라고 말하면 4.3년 뒤에 들을 수 있다.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려면 9년이 걸린다.

밤하늘의 별을 본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 우주의 아름다운 것을 보는 게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해 우주의 역사를 보는 거다. 우리가 보는 별은 4.5년 ~ 10억 년 전의 빛을 보는 것이다. 우주는 지금 이 순간도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의 언어가 바로 물리다.



○ 텅 빈 우주는 어둡다
낮에 밝은 것은 태양 때문이다. 놀랍게도 지구에 가까운 천체다. 1억 5천만 킬로미터, 빛으로 8분 거리로 엄청 가까운 것이다. 밤에 보는 것이 우주의 평균적 모습이다.
우주는 어둡다. 별들 사이의 거리는 멀고 은하 간 거리는 더 멀다. 지극히 어둡고 텅 비어있는 공간이 우주다.



○ 죽음으로 가득한 우주
죽음을 생각하게 되는데 죽음보다 생명이 더 이상한 것이다. 지금도 우주에서 생명체를 찾아보려 하지만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 우리가 아는 한 우주는 죽음으로 가득하다. 지구에만 생명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죽음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죽어 있다가 잠깐 모여서 살았다가 다시 죽음의 상태로 돌아간다. 그러면 생명의 상태를 어떻게 살 것인가



○ 점 선 면
점, 선으로 된 칸딘스키의 그림. 이 그림은 음악을 그렸다고 한다. 칸딘스키의 책 <점, 선, 면>에서 점, 선, 면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유클리드의 <기하학의 원론>에서 모든 기하학적 도형들은 점들의 집합이다라고 했다. 이 책의 첫 문장이 점에 대한 정의다. "점은 부분이 없는 것이다."

말을 할 수는 없는데 그보다 작은 건 없다. 그게 점이다. 면적도 없다. 크기는 0이 아닌데 크기가 없다. 우주의 기본입자의 특징이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원자도 atom tom(쪼개다)+a(부정)이 합쳐진 말이다.

조르주 쇠라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그림에서 테두리도 점으로 만들었다. 패턴은 차가운 점들이다. 세상 모든 것이 점으로 되어 있다. 스마트폰의 화면도 무한한 크기의 점으로 이뤄져 있다. 확대하면 RGB색상으로 되어 있다. 물질을 확대하면 원자가 나온다. 차가운 수학적 도형으로 되어 있다.

우리가 본질을 보면 본질은 차갑다. "따뜻함은 적절한 거리에서 생겨난다." 너무 가까이 가면 본질이 보인다. 본질은 차갑다. 사람 사이도 거리를 둬야 따뜻함이 보인다.

김소연 <마음사전>에서 "사랑은 하나의 점이다. 선이나 면처럼 이어져 존재하지 않고, 찰나 속에서만 존재한다. 우리가 타인에게 '사랑한다'라고 고백하는 순간, 사랑은 휘발되고 없다."
<애인의 애인에게> "인생의 목표가 행복인 사람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걸 나는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행복은 지속 가능한 감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 인간의 행복
인간의 행복감이 화학약품에 의해 조절 가능해졌다. 세로토닌이나 도파민과 같은 호르몬이다. 아무리 기쁜 일이 반복돼도 일정 이상 행복감이 유지되지 않는다.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덧없는 목표다. 평상심을 유지하다 가끔씩 행복한 것이 가능한 목표일 것이다.
선을 무한히 자르면 점이 될 것이다. 무한대는 존재의 기호가 아니다. 무한대란 것은 과정이다. 커져가고 있는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다. 커지는 속도가 기하급수의 무한대와 산술급수의 무한대가 있다.



○ 수학과 물리학의 차이
무한의 과정이다. 점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선은 점이 움직여 만들어진다."-아리스토텔레스
움직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면 수학이 아니라 물리가 된다. 물체에 점만 찍고 점의 움직임을 본다. 선은 점이 시간화된 형태다. 이렇게 선은 운동이다. 물리학은 선을 찾는 학문이다. 물리는 운동이다. 그래서 선은 물리다. 1665년 런던에 대규모 페스트가 발병했다. 뉴튼이 학교에 가지 않는 2년 동안 만들어낸 수식이 f=ma다.



○ 미래 예측은 어렵다.
1900년대 2000년을 상상한 그림을 보면 물속에서 고래가 끄는 잠수함을 그렸다. 당시에는 마차가 주류였다. 그림이 그린 후 17년 후 독일이 대규모 잠수함 부대를 운영한다. 미래 예측이 힘들다.



○ 에너지 보존법칙.
변화 속에 변하지 않는 것을 찾는다. 전략은 변하지 않는 것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
"사람들은 나에게 5년 후나 10년 후 무엇이 변할 것인지는 묻지만, 무엇이 변하지 않을 것인지는 묻지 않는다" - 제프 베조스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허망할 수 있다. 진자 운동에서도 움직임은 변하지만 에너지는 보존된다는 변하지 않는 법칙이 있다.



○ 교육에서 변하지 않을 것은?
역사, 철학, 논리, 읽기, 쓰기, 말하기,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산업혁명은 늘 물리를 기반으로 했다. 4차 산업혁명은 누가 할 수 있을까? 모두 수학자 물리학자가 하고 있다.



○ 물리가 인간에 대해 알려준 것.
만물은 원자로 되어 있다! -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투스. 이 이야기가 급진적이라고 했다. 원자는 물리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우주 자체에는 원자가 움직인 것 외에는 없다. 나머지는 인간이 만든 것이니 중요하지 않다. 신도, 목적도 없다는 급진적인 방식이다. 이 철학을 듣고 에피크로스가 인간에게 적용한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쾌락주의가 탄생한다. 남에게 폐를 주지 않는 쾌락을 얘기한다.



○ 의미란 무엇인가?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존재하지 않는 상상을 믿는 능력, 상상>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루소는 신선기시대 누군가 내 땅을 선언하면서 불평등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행복, 정의, 돈, 공정, 주식회사, 대한민국과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체 하는 것이 없다. 누가 의미를 부여했나. 인간이 만들었다. 인간이 수많은 상상을 만들었다.
<Working Dad>란 드라마를 보라. 5천만, 75억이 협력하며 좋은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강력한 생명체 조직을 만들었다. 핵심은 협력하여 상상을 믿는 능력이 중요하다.



○ 과학과 인문학의 차이
실제 존재하는 걸 연구하는 것이 과학이고, 상상의 체계를 연구하는 학문이 인문학이다. 과학에 인간이 너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면 위험하다. 반면에 인문학에 과학을 너무 가까이 가도록 해도 위험하다. 인간은 자신이 만든 상상의 체계 속에서 행복이라는 상상을 누리며 의미 없는 우주를 행복하게 산다.



○ 원전에 대한 생각
원전 자체에 대해서는 과학적 팩트들이 있다.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은 현재 없다. 사고가 나면 사람이 살 수 없다. 확률이 개입한다. 리스크를 지고 가겠다는 사회가 있을 거고 반대도 있을 거다. 그 결정을 그 사회가 일관된 체계를 가지고 결정하는 것이다. 리더십의 문제다. 합의의 과정이 중요하다.

안정성에는 과학자가 팩트를 가지고 얘기해야 한다. 좌파, 우파적 논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합의에 의한 거라면 나중에라도 바꾸면 된다. 과학이 제시하는 사실은 팩트고 확률이 따른다. 핵융합은 수소를 융합하는 것이고 부산물이 물이라서 원자력 대비 안전하다. 인공태양은 실현가능성이 문제다. 핵융합은 중수소, 삼중수소가 필요한 것도 문제다.

즐거운 천체와 물리학, 삶에 대한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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