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은 왜 컴퓨터와 IT분야에서 뒤처졌을까?
왜 영국은 미국과 달리 컴퓨터 분야에서 앞서지 못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마리 힉스의 책 <계획된 불평등 Programmed Inequality>는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2차 대전 이후 영국에서 전산 분야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조망하며 설명한다. 몇 가지 이유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전산 분야에 익숙한 여성 노동력을 활용하지 못했다. 전산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들이 하는 역할을 인정하지 않았다. 노동비 절감을 위한 대상으로 여성 노동자를 바라봤다. 여성들이 가진 노하우를 인정하지 않고 활용하지 않았다.
산업계와 정부는 핵가족을 추구하고 이성애성을 요구하면서 여성의 임금 수준과 승진 가능성을 정하고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을 결정했다. 유일하게 이 규칙을 거스를 수 있는 경우는 노동력이 부족한 시기였다. 전산 인력이 가장 많이 필요하던 시절에는 여성의 임금, 경력 개발, 취업 기회가 모두 치솟았다. (191)
둘째, 보수적인 사회적 문화적 환경이다. 여성과 남성의 차별이 심했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임금과 직급체계가 동등하지 않았다. 계급에 대한 구분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ICL의 실패와 노동 시장 내 여성의 지위 향상 실패는 서로 다른 두 사안인 듯 보이지만, 두 문제의 근원은 같았다. 그 근원은 바로, 전산화를 통해 상의하달식 지배권을 손에 쥐고 기존의 성별 및 계급 기반의 계층 구조를 굳히려던 정부의 획책이었다. (269)
셋째, 정부 정책의 실패다. 정부의 편의를 위해 국내 기업을 통합하고 육성했다. 지원금을 주고 우선적으로 구매하며 경쟁력을 갖추기를 기대했지만 결국은 미국의 IBM에게 밀렸다.
영국은 기술 변화만으로는 근대 국가가 될 수 없었다. 기술은 경제와 사회의 양식을 밑바탕에 두기 때문이다. 영국 경제는 뼛속까지 보수적이고, 계급 구조가 견고하고, 성별이 계층을 이루었기에, 기술을 위해 만든 제도는 특유의 계급 구조를 따르고 더 굳게 다졌다. 결국 이런 이유로 컴퓨터 기술은 혁명적이라기보다 몹시 보수적인 권력이 되었다. 사회와 정치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기술 변화는 혁명이 되기는커녕 이미 존재하는 불평등과 분열을 고조시켜 버린다. 영국에는 수많은 기술 발전을 이끈 컴퓨터 개척자들이 많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컴퓨터 혁명은 존재하지 않았다. 뿌리 깊은 계급과 성별 구조를 지속하고 강화하는 사업들을 중심으로 점차적인 기술 진화가 이루어졌을 뿐이다. (313)
-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야하나?
우리에게도 반면교사로 삼을 부분이 많다. 급격한 경제성장 이후 정체기에 접어들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인구 구조는 경고를 넘어 비상등이 깜박이고 있다. 2030년이면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며 취업시장에도 큰 변화가 있을 거라는 전문가의 예측이다. 다행인 것은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가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는 점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격차, 세금제도를 통한 빈부격차 해소 노력의 부족, 반도체 이후 우리 사회의 경쟁력을 지탱해 줄 산업의 육성, 환경에 대한 규제가 심화되는 비즈니스 여건,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한국 사회의 체질이 변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잘못된 정책으로 떠오르는 컴퓨터 산업에서 경쟁력을 잃었던 것처럼 우리는 가지 않아야 한다.
분야에 따라서는 경쟁을 통해 실력을 높이도록 도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사회적으로 삶의 질이 인간의 존엄성은 유지할 수 있도록 복지를 확충해 가야 할 것이다.
기술 발전이 기존의 사회적, 경제적 분열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더 견고하고 광범위한 장벽을 세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장벽을 세우기 위해 기술을 도입하기도 한다. 컴퓨터를 발명하고 전산 기술을 발전시킨 영국은 성별화된 방식으로 노동 인구를 분리함으로써, 빠른 성장을 통해 나라 경제를 일궈주던 정보 기술 분야에 치명타를 입혔다. 준비된 인재였던 여성들을 외면한 덕분에, 국정 운영 과정에서 닥친 난관을 풀지 못하고 국가 전체의 전산 기술 발전까지 저해한 것이다. (315)
독서습관658_계획된 불평등_마리 힉스_2019_이김(221127)
■ 저자: 마리 힉스 Marie Hicks
하버드 대학교에서 현대 유럽사를 전공했다. 듀크 대학교에서 역사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여성 성별 성적지향 연구로 준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하버드 대학교 전기공학과에서 유닉스 시스템 관리자로 일했으며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 듀크 대학교,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를 거쳐 현재 시카고에 있는 일리노이 공과대학교의 종신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술, 성, 근대유럽사, STS 등에 대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역사가 우리의 미래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도구라고 믿는다. 따라서 학문적 역사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대중 강연과 칼럼, 소셜 미디어 활동 외에 팟캐스트도 준비 중이며, 디지털 역사 연구소도 운영하고 있다. 가끔 학생들과 함께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성의 표현과 인지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위키피디아 편집 행사를 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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