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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랜더 거실
독서습관

아웃 오브 아프리카 Out of Africa_책과 영화의 차이

by bandiburi 2022. 11. 26.

  • 책은 '아프리카'를 보여주고, 영화는 로맨스를 보여준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주인공은 카렌과 데니스이고 아프리카는 그저 배경일뿐이지만 책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주인공은 아프리카인들과 아프리카 자연이며 카렌은 단순한 관찰자요 잠시 머물다 떠나는 덧없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아마도 시드니 폴락 감독이 카렌 블릭센의 아프리카 회고록을 그대로 영화로 옮겼더라면 감동의 로맨스가 아닌 다큐멘터리 영화가 탄생했을 것이다. (362페이지)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다시 봤다. 잔잔한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주인공 카렌의 케냐에서의 경험담이 펼쳐진다. 덴마크 사람으로 결혼해 남작부인이 되어 케냐로 가서 커피 농장을 운영한다. 식민지 산하의 원주민들의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이혼하고 데니스를 만나 연인 관계가 된다. 둘 사이의 로맨스가 이어진다. 커피농장에 화재가 나고 파산에 이르게 되어 덴마크로 돌아가기로 한다. 데니스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면서 은공 언덕에 그의 묻는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데니스를 연기했다.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는 삶이 멋있게 보인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영화가 카렌 블릭센이란 여인의 책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카렌 블릭센이란 여인이 궁금해졌다. 한정된 시간에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영화보다는 책이 더 자세한 내용을 전해준다. 대학교 시절 <소설 동의보감>을 아주 재미있게 읽고 나서 드라마 <동의보감>을 본 적이 있다. 책을 보며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상황과 주인공의 모습이 드라마에서 작가나 피디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등장인물과 달랐다. 결국 드라마에 실망했었다. 이번에는 거꾸로 영화를 먼저 봤기에 책을 보는 내내 흥미로웠다. 


  • 책이 전해주는 세 가지 메시지! 

카렌은 책에서 1913년 29세에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 근처의 커피 농장으로 가서 1931년 46세에 덴마크로 돌아올 때까지의 경험과 생각을 기술했다. 영화와는 많이 달랐다.

첫째, 카렌이 아닌 아프리카의 몇 개 종족이 주인공이다. 커피 농장을 도와주며 소작인으로 살아가는 키쿠유족이 있다. 그리고 농장에서 강 건너에 살고 있는 마사이족이 있다. 그리고 카렌의 옆에서 그녀의 집사 역할을 하는 파라가 속한 소말리족이 있다. 각 부족들의 특징과 결혼 관계에 대해 카렌의 관찰한 바를 기록한 부분도 흥미롭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건 경치가 아니라 활동이며 비행하는 사람의 기쁨과 영광은 비행 그 자체이다. 도시 사람들은 모든 움직임이 일차원에 한정되어 있고 줄에 묶여 조종당하기라도 하듯 정해진 선을 따라 걷는 슬픔 고난과 예속의 삶을 산다. 그러다 들판이나 숲을 거닐게 되면 선이 평면이라는 이차원으로 바뀌며 그것은 노예들에게 프랑스 혁명과도 같은 멋진 해방을 의미한다. 하지만 하늘을 날면 삼차원이라는 완전한 자유를 누리게 되는 것이며 향수병에 시달리던 우리의 가슴은 오랜 유배 생활과 갈망 끝에 우주의 품으로 뛰어든다. 중력과 시간의 법칙이. (214)

둘째, 아프리카 자연이 주인공이다. 카렌이 케냐에 도착했을 당시에 수시로 사냥이 행해졌다. 야생 동물에 대한 보호란 개념이 부족했다. 마사이족은 자신들의 가축을 공격하는 사자를 총으로 없애달라고 할 정도로 자연과의 전쟁이라고 인식한 듯하다. 카렌도 총으로 사자를 죽이고, 도마뱀을 죽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한다. 수많은 동식물의 서식처가 인간의 농장과 가축, 그리고 건물을 세우기 위해 사라졌다. 수 십 년이 지난 현재까지 밀렵이 이어지고 있으니 야생 동물의 개체수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아프리카에 살던 시절에는 일요일이면 나이로비의 많은 젊은 상인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와 눈에 보이는 것은 닥치는 대로 쏘곤 했는데, 나는 그 탓에 맹수들이 그곳을 벗어나 가시덤불과 돌투성이 땅을 지나 더 남쪽으로 이동하게 되었으리라 믿는다. (16)

원주민들에게 땅을 빼앗는 건 단순히 땅만을 빼앗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과거와 뿌리, 정체성까지 빼앗는 것이다. 그들이 보아 왔던 것이나 보게 될 것을 빼앗는 건 어찌 보면 그들의 눈을 빼앗는 것이다. (348)

셋째, 사람간의 우정이다. 카렌은 몸이 아픈 원주민들을 돌봐줬다. 어려운 형편의 인도인도 도와준다. 원주민들과 오랜 기간 함께 하며 그들의 순수성과 그들만의 지혜를 보게 된다. 결혼 생활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와주는 데니스와 버클리라는 친구를 만난다. 케냐를 떠나며 농장이었던 자리에 소작인으로 살던 사람들이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지 않도록 돕고 떠나는 장면은 독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나는 원주민에 대해 알게 되면서 그들의 바로 그 점을 가장 좋아하게 되었다. 그들에겐 진정한 용기가, 위험에 대한 순수한 애호가 있었으며, 그것은 운명의 공표에 대한 창조물의 진정한 응답이요 하늘이 말할 때 땅이 보내는 메아리였다. 나는 그들이 우리를 마음 깊은 곳에서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가 규칙을 맹종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들은 규칙의 지배 속에 갇히면 슬픔으로 죽고 만다. (30)

데니스 핀치해턴은 긴 탐험 여행에서 돌아올 때면 말에 굶주려 있었고 나 또한 농장에서 말에 굶주려 있었기에 둘이 식탁에 마주 앉아 새벽이 밝아 올 때까지 우리가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실컷 웃고 떠들었다. 백인들은 오랜 기간 원주민들과 부대끼며 살다 보면 속마음을 감추고 위장할 이유도, 기회도 없기에 솔직하게 말하는 습관이 생기며 백인끼리 만나도 원주민 말투로 이야기하게 된다. (147)

영화 속 카렌과 데니스 (출처: flickr)

버클리 콜과 데니스 핀치해턴에게 우리 집은 공산주의 시설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우리 집의 모든 물건이 곧 그들의 것이었고 그들은 우리 집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부족한 것들을 가져다 채웠다. 우리 집에 질 좋은 포도주와 담배를 공급하고 유럽에서 나온 책과 축음기 레코드판을 가져왔다. (192)

버클리 없는 아프리카 식민지는 이스트 없는 빵과 같았다. 품위와 유쾌함, 자유, 힘의 원천이 빠져나간 것과 같았다. (202)

은공 언덕의 야생 동물 보호 구역 내에 있는 첫 번째 산등성이에 내가 아프리카에서 살다가 죽으리라 생각했던 시절에 데니스에게 내가 묻힐 곳이라고 말했던 장소가 있었다. 어느 날 저녁에 우리 집에 앉아 언덕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는데 데니스는 그럼 자기도 거기 묻히고 싶다고 했다. (330)


독서658_아웃 오브 아프리카 Out of Africa_식민지배 환경 속 아프리카 그대로의 사람과 자연_2013_카렌 브릭센(221124)


카렌 블릭센 1957 (출처: flickr)


  • 저자: 카렌 블릭센 Karen Blixen
1885년 덴마크 룽스테드룬의 유니테리언파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나 코펜하겐, 파리, 로마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1913년 스웨덴의 친척인 브로르본 블릭센피네케 남작과 약혼한 후 함께 케냐로 이주하며 이듬해 결혼해 커피 농장을 차렸다. 그러나 두 사람은 1921년 별거에 들어가 1925년에 이혼한다. 별거 후 케냐에서 알게 된 데니슨 핀치해턴과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1931년 데니스 핀치해턴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고 커피 농장까지 파산에 이르자 농장을 처분하고 덴마크로 돌아가 평생을 그곳에서 보낸다.

귀국 후 본격적으로 작품을 쓰기 시작한다. 1934년 아이작 디네센이라는 필명으로 쓴 첫 번째 작품 <일곱 개의 고딕 소설>이 미국에서 출간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녀의 저서는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된 소설집이 주종을 이루며, 이 중 <운명의 일화들>, <바베트의 만찬>은 각각 오손 웰스, 가브리엘 악셀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헤밍웨이와 커포티 등 동시대인들의 존경을 받았고 1959년 미국 여행 때는 아서 밀러, 펄 벅 등이 그녀를 방문했다.

1939년 덴마크에서 학계와 예술계 여성 인상에게 수여하는 타게아 브란트상을 수상하고 1954년과 1957년 두 차례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로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벌이다 1962년 77세를 일기로 덴마크의 가족 소유지 룽스테드룬에서 사망했다.

1937년 발표한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작가로서의 명성을 굳히게 해준 작품이다. 17년간의 아프리카 생활에서 겪은 모험과 깨달음을 시적이면서도 담담하고 절제된 필치로 담아내어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1985년 시드니 폴락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포함한 7개 부문을 석권했다.

그 밖에 <천사 같은 복수자들>과 <풀 위의 그림자>, <겨울 이야기>, <마지막 이야기들>, <아프리카에서의 편지들> 등의 작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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