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필립 짐바르도는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을 통해 평범한 대학생들이 어떻게 상황과 시스템의 영향을 받아 악해지고, 무기력해질 수 있는지 보여줬다. 저자는 강조한다. 악인도 영웅도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사람은 기질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원래부터 루시퍼와 같은 악인은 없다. 다만 시스템과 상황의 영향을 받아 평범한 사람도 악인이 될 수 있고, 영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700페이지에 가까운 책으로 전반부는 짐바르도가 수행한 교도소 실험에 대한 설명이다. 시간 경과에 따라 수감자와 교도관으로 참여한 대학생들의 변화에 대한 자세한 심리적 변화를 보여준다. 그리고 후반부는 교도소 실험의 현실판이라고 할 수 있는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에서 미군에 의해 자행된 악행에 대한 고발이다. 고발이라기보다 당시에 이라크인들을 발가벗기고 사진을 찍은 사병들에게만 죄를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군인들은 목숨이 위태롭고 처우가 열악한 환경에서 상관들의 무관심 속에서 그런 범행을 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다는 점이다. 그런 상황을 조장한 대통령, 부통령, 국방장관을 포함한 상층부의 잘못이 크다는 것을 교도소 실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얘기하고 있다.
평범한 사람도 수감자처럼 무기력한 존재가 될 수 있고, 교도관처럼 사악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상황과 시스템이 중요하다. 저자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악해지지 않기 위한 방법을 마지막에 짧게 제시한다. 하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책이다. 저자는 또한 얘기한다. ‘선의 평범성’, ‘영웅의 평범성’도 있다고.
아래는 책에서 인용한 부분이다.
SPE의 가장 중요하고 단순한 교훈은 ‘상황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사회적 상황은 개인, 집단, 국가 지도자들의 행동적, 심적 활동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은 영향을 준다. 어떤 상황은 우리가 감히 할 것이라고는, 할 수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행동으로 우리를 이끌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341페이지)
대부분의 국가는 흔히 전쟁을 치르기 전이나 정치적 반대를 억누르기 위해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내세운다. 국민은 국가 안보가 위협받는 것을 두려워하여 국가 안보를 내세우는 정부에 기꺼이 기본적 자유를 포기한다. 에리히 프롬이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제시한 날카로운 분석은 우리로 하여금 이런 거래를 깨닫게 해주었다. (426)
아렌트가 만들어낸 ‘악의 평범성’이란 말은 전 세계적으로 대량 학살이 맹위를 떨치고 있고, 고문과 테러가 세계적으로 일상적인 특징이 됐기 때문에 공감을 얻고 있다.(…) 아렌트의 분석은 사회적 힘이 정상적인 사람들로 하여금 끔찍한 행동을 하도록 부추길 수 있음을 지적함으로써 최초로 이런 경향을 부정한 것이었다. (444)
우리 종이 지닌 장점 중 하나는 우리의 사회를 탐구하고 이해할 수 있고, 알고 있는 것을 이용해 삶을 개선시키는 능력이다. 이 책 전체를 통해 우리는 악을 만들어내는 상황의 힘을 살펴보았다. 이제 나는 그것과 똑같은 기본 원리와 상황의 힘을 이용해 선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636)
Bias는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에 의해 형성된 편견을 말하고, prejudice는 남들의 의견이나 사회의 지배적인 통념에 의해 형성된 편견을 말한다. (643)
저항하는 사람들의 성격은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사람들의 성격과 다를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보다는 영웅적 행위의 평범성이란 개념은 어떤 순간에 영웅적 행위를 하는 사람의 비율은 쉽게 유혹당하는 사람의 비율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 (675)
■ 저자: 필립 짐바르도 Philip Zimbardo (1933~)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이며 예일 대학교, 뉴욕 대학교,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강의했다. 2002년 미국 심리학회 회장으로 선출되었고 과학 협회 대표 위원회(Council of Scientific Society President)의 회장과 스탠퍼드 테러리즘 심리학 센터의 소장을 맡고 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의 토대가 되는 심리실험의 수행자로도 유명한 짐바르도 교수는 혁신적인 연구자이자 교육자이며 <심리학의 발견>이라는 TV 시리즈를 창안해 상을 받았다. 그는 또한 성인의 수줍음을 최초로 연구했으며 수줍음이라는 사회적으로 불리한 조건으로 고통받는 성인과 청소년을 위한 ‘수줍음 클리닉’을 개설했다. 그가 수행한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은 세계 곳곳에서 TV를 통해 방영되었고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며, 많은 대학교와 고등학교의 필수 교재에 수록되어 있다.
2004년에 그는 이라크의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에서 발생한 범죄행위로 기소된 미군 퇴역군인의 군법재판에서 전문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는 그의 웹사이트 www.prisonexp.org는 매년 수백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6개 언어로 번역되어 있다. 그의 연구 및 경력에 대한 정보는 www.zimbardo.com에서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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