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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독서646_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①_원시부터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미술을 쉽고 재미있게_양정무_2016_사회평론(221025)

by bandiburi 2022. 10. 23.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식과 경험에 맞춰 시각 정보를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투사라고 합니다. 이 투사야말로 인간이 이미지를 창조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능력이지요. (77페이지)

 

양정무 교수의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1>는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원시미술, 이집트 미술 그리고 메소포타미아 미술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놓은 책이다. 미술이나 역사를 관련된 미술품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면서 관련된 이야기를 듣는다면 누구나 나이에 관계없이 자신의 것으로 쉽게 흡수할 수 있겠다. 물론 저자와 같이 호기심이 많고 실물을 답사한 경험이 많은 사람이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사자 인간, 독일울름박물관(출처:위키미디아 커먼즈)

다행히 이 책은 직접 저자와 대면하기 힘든 독자들을 위한 저자의 간접 강의와도 같다. 많은 사진과 도해 자료를 실어 마치 저자와 함께 현장을 답사하는 기분도 든다. 특히 라스코 동굴벽화에 대한 구조도를 보고 곳곳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설명하는 부분은 동굴벽화에 대한 기억을 선명하게 해 줬다. 아쉽게도 지금은 실물은 보기 어렵고 복사본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독일에서 발견된 사자 인간이라는 조각상입니다. (...) 높이가 30센티미터 정도 됩니다. 잘 보면 반은 사자, 반은 사람의 모습으로 되어 있는데요. 매머드의 이빨을 깎아 만든 작품입니다. (...) 무려 4만 년 전에 만들어졋다고 보기도 하니까요. 인류가 만든 가장 오래된 조각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03~104)

 

이집트 역사에 대한 책이라면 부담이 될텐데, '미술 이야기'라는 형식으로 이집트의 역사를 그림이나 조각, 건축물과 함께 지도의 위치를 보며 따라가니 어렵지 않고 전체적인 윤곽을 잡기도 수월했다. 어쩌면 저자의 관련 지식이 해박하기에 독자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집트의 그림에서 특징적인 '정면성'이란 것이 흥미로웠다. 높은 계급의 사람은 옆을 보고 있어도 몸은 정면을 보는 형식으로 그렸지만 무희와 같이 낮은 계급의 사람들은 옆모습 그대로 표현되었다. 그림을 못 그려서 그런 게 아니었다.

 

1900년을 전후한 시기 유럽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유럽의 미술 사조를 '아카데미즘'이라고 부르는데, 거칠게 말하자면 미술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고민하지 않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그대로 그림을 그렸던 겁니다. (140~141)

제국주의적 전시회는 그 궤변을 떠받칠 근거로서 기획되었습니다. 유럽 바깥의 세계가 얼마나 미개한지, 그들에게 얼마나 유럽 문명의 세례가 필요한지 끊임없이 확인하려고 했던 겁니다. 그래서 유럽 열강의 식민주의자들은 식민지의 온갖 물건을 본국으로 가져와 대대적인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150)


아비뇽의 처녀들. 피카소 (출처: flickr)

이처럼 닮음이 아닌 배치가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조형 원리의 발견은 현대미술의 문을 여는 대단한 한 걸음입니다. 그래서 피카소를 현대미술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겁니다. (153)

 

람세스 2세 (출처: nypl.getarchive)

정면성의 원리 하나에만 주목해도 이집트 사회가 신분의 구분이 철저한 계급 사회였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217)

 

메소포타미아 미술에 대한 설명을 보며 우리가 배운 역사나 미술이 서양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점을 새삼 알게 되었다. 이슬람이 지배하면서 수많은 유적이 훼손된 점도 있지만 그곳에 남아있는 유적과 역사는 서양 중심으로 해석되고 교육되고 있다. 여전히 시리아, 이라크, 이란, 쿠웨이트, 터키 등지에 많은 유적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우리에게 알려진 바는 적다. 이 책은 학교에서 보지 못한 각도에서 수메르 문명부터 페르시아까지 메소포타미아 초승달 지역을 따라가며 미술사를 배울 수 있었다.

양정무 교수의 강의를 듣고 그의 언변과 그의 이력이 흥미로워 책을 읽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은 내용에 만족한다. 2권도 기대된다.

 

현대 이집트의 수도인 카이로만 해도 무수한 약탈과 파괴의 대상이 되었거든요. 640년경 이슬람 세력에게 정복당한 이후로 피라미드도 크게 훼손되었고요. 이슬람 통치자의 입장에서는 이교도가 남긴 거대한 종교 건축물이 불편했을 겁니다. (254)

그리스 사람들이 이집트 문화를 경계하고 폄하하고 왜곡한 것은 상당 부분 그 열등감을 표출한 결과일 겁니다. 그러니 고대 그리스인의 시각으로 남긴 기록을 그대로 신뢰한다면 이집트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을 갖기가 쉽겠지요. 대표적인 예가 방금 살펴보았던 스핑크스입니다. (268)

 

라마수Lamassu 조각상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즈)

 

미술사를 공부하는 의미와 즐거움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의 단편적인 지식과 편견으로 무지하거나, 오해하고 있던 역사를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니까요. (483)

 

■ 저자: 양정무

어린 시절, 다락방에서 발견한 백과사전의 삽화에 마음을 빼앗긴 후 미술을 운명이라 믿게 됐다.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미술사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이자 한국예술연구소 소장이다. 19대 한국미술사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존스홉킨스 대학교와 메릴랜드 미술대학에서 방문교수로 미술사를 연구하는 등 학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서양 미술의 발전을 상업주의와 연결시킨 연구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학시절 도서관보다 박물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미술관, 박물관 가이드를 가장 재미있게 하는 학생으로 유명세를 탔다. 다양한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미술사를 풀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어서 지금도 여러 단체와 기관에서 강의 요청이 끊이지 않는 인기 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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