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울의 <천장의 무늬>를 읽으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일상의 한 면을 보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으로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던 시간을 중심으로 일상에서 오감으로 느꼈던 일들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가끔씩 문장에서 호출되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훈이 오빠를 통해 그녀의 가족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그녀가 외로울 때 함께 했던 동거남 류와 S가 등장한다. 남녀가 서로를 사랑하며 이해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류를 통해 깨닫는다. 그리고 서로에게 감정이 둔해질 때 헤어진다. 하지만 몸이 아프고 외로워지자 다시 S를 만난다.
이길보라의 책 <당신을 이어 말한다>와 같이 이다울의 책 <천장의 무늬>에서도 성, 연애, 결혼에 대한 솔직한 생각이 등장한다. 제모에 대한 생각과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자신에 대한 아주머니의 지적에서 한국 사회에 여전히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이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성세대에 속하는 나 자신도 이런 솔직한 표현들이 어색하다. 우리 사회가 왜곡되고 터부시 되는 성과 몸에 대한 이야기에 사고가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책을 통해 젊은이들의 삶을 들여다 보고, 글을 편안하고 읽기 쉽게 쓰는 작가와 함께 그녀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는 간접 여행을 했다. 20대에 준비하는 자녀와 20대를 시작하고 있는 자녀를 둔 입장에서 아이들의 열린 사고를 위해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용돈을 받지 않고 직접 소비하기 위해 돈을 번 곳은 작은 레고센터였다. 나는 선생님이라 불리며 아이들이 조립해놓은 레고를 다른 아이가 사용할 수 있도록 부수거나 화장실 뒤처리를 홀로 할 수 없는 아이들의 엉덩이를 닦아주며 일했다. 그렇게 번 돈을 모아 친구들과 석 달간 유럽 여행을 떠났다. 그때 나는 열아홉 살이었고 클럽과 맥주, 담배와 같은 금기로부터 자유로웠지만 서구 문화에 대한 콤플렉스로 몸이 곧잘 굳고 변비로 고생을 했다.
여행을 다녀온 뒤 카페나 식당에서 일하며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대학에 진학했다. 아끼고 아끼며 차곡차곡 모은 돈은 매해 학비로 지출되었다. 주거비를 직접 지출하지 않음에도, 그 외의 생활비와 학비에 들어가는 비용은 컸다. 대학을 다니며 노동하지 않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113)
■ 저자: 이다울
지망생을 지망하는 지망생 지망생. 199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자신의 웹 사이트에 수필 <등의 일기>를 셀프 연재하다 <천장의 무늬>로 출간했다. 대안 교육장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다. 쓰고 찍고 그리는 것으로 관찰한 것들을 기록한다. 글과 그림, 사진 등의 기록을 pul-lee.com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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