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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독서습관593_국가는 주기적인 자산재분배가 필요_기본소득은 틀렸다 대안은 기본자산제다_김종철_2020_개마고원(220707)

by bandiburi 2022. 7. 6.

언론인 김종철(1944~)의 책을 보고 싶었는데 동명이인인 김종철 교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책 <기본소득은 틀렸다 대안은 기본자산제다>를 읽었다. 이 책은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주장했던 기본소득의 한계를 설명하며 기본자산제라는 더욱 파격적인 제도를 소개한다. 바로 현실에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자산불평등이 심화되고 있고 소득격차로 인한 갈등이 커지는 대한민국에서 공론화가 필요한 의제라고 생각되었다.

세상에 태어났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하지만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개인이 능력을 개발하고 성장할 기회는 달라진다. 심지어 사회적 가치를 늘이는 어떤 역할도 하지 않으면서도 미래를 걱정하지 않으며 살 수 있는 계층도 생긴다. 자신의 노력이 아닌 부모의 부가 사회로 환수되지 않고 상속되기 때문이다. 바람직하지 못한 사회다.

전체적인 사회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개개인이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조성하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환경에서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한 결과에 책임을 지는 시민으로 성장한다. 책에서 소개한 것처럼 개인이 열심히 노력해서 축적한 부에 대해서는 그 세대에는 인정하되 세대간 대물림은 세금으로 일정 기준 이상은 환수해야 한다. 


저자가 후반부에서 주장한 토지 불로소득을 근절해야 한다는 점도 크게 공감한다. 일제로부터 해방되 직후 이어진 미군정으로 친일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 결과 일제강점기 이후 기득권을 누리는 집단이 여전하고, 대한민국의 상당 부분의 부동산을 이들이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은 가만히 있어도 자산가치가 상승하는 불로소득이다. 부의 대물림의 원천이기도 하다. 토지를 활용해 가치를 높이지 않고 보유만 해서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서 토지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 전국적으로 상당한 부동산을 소유한다는 것이 개인이든 법인이든 부담이 되야 건전한 방향으로 사람들의 노력이 집중될 수 있고 사회가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토지 보유세나 상속세를 통해 주기적으로 자산의 재분배가 필요한 이유다.


우연히 만난 책이지만 우리 사회에 대해 인사이트를 주는 내용을 담았다. 김종철 교수의 이론이 현실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도록 확산되고 정책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래는 책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을 인용했다. 




기본자산이란 한 개인이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인격체로 바로 서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산을 말한다. 이 기본자산을 마치 팔과 다리 같은 몸 일부처럼 간주하는 제도이다. (...) 기본자산도 채권자를 포함한 어떤 누구도 빼앗거나 상하게 할 수 없도록 한다. (8)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의 이런 선동적 민주주의와 배당제도를 비판했고, 대신에 각 시민에게 스스로 자립할 수 있을 만큼의 자산을 나누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

카를 마르크스는 이 공산주의를 두 단계로 나눈다. 우선 낮은 단계의 공산주의에서는 구성원이 사회에 이바지한 만큼, 즉 노동을 얼마나 많이 했느냐에 따라 배당을 한다. 반면 높은 단계의 공산주의에서는 구성원이 노동을 얼마나 했느냐에 관계없이, 그 구성원에게 얼마나 필요하냐에 따라 배당을 한다. 마르크스에 의하면, 높은 단계의 공산주의가 더 평등한데, 낮은 단계의 공산주의에서는 각 구성원 간의 차이점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19)

노동가치설을 믿는 경제학자들은 이 두 사람의 월급 차이가 원칙적으로 노동가치의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믿었다. 물론 가격과 가치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닌데, 다른 우연적인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어쨌든, 노동가치론자들은 두 노동활동이 다른 가치를 지니는 이유가 둘 사이의 노동 강도와 질 그리고 그 노동활동을 하는 사람을 교육하고 양육하는 데 필요했던 자원들의 가치 등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이 노동가치론의 치명적 약점은 노동의 질과 강도라는 노동의 '질 quality'적 특성이 이 노동의 가격이라는 '양 quantity'으로 그 형태가 변화할 수 있느냐는 문제이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49)

플라톤에게 법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이 클레로스를 수호하는 것이다. 도시국가의 정부는 각 가정에 배분된 클레로스를 기록하고 공개하는데, 이 클레로스의 분배를 잘 유지하는 것이 정치가인 호법관들이 해야 할 중요한 업무였다. (60)

기본자산제는 우리 역사에도 등장하는데, 대표적으로 통일신라 시대 성덕왕 21년에 실시되기 시작했던 정전제(丁田制)를 들 수 있다. 정년(丁年, 20~59세)에 해당하는 일반 백성이 일정한 면적의 토지를 분배받고 경작하여 수확 일부를 세금으로 국가에 내고 나머지는 본인이 갖는 것인데, 60세가 되면 국가에 반납했다. 반납된 이 토지는 다시 정년에 이른 다른 사람들에게 분배되었다. (...) 또다른 정전제(井田制)는 중국과 한국 등에서 2000여 년 동안 이상적인 토지제도의 원형으로 생각해왔던 제도이다. (...) 정전제에서 우물 井자는 아홉 부분으로 토지가 분할되는 모습을 나타낸다. 주변의 여덟 부분 땅은 여덟 가정에 각각 분배되고, 각 가정은 이 땅을 스스로 일궈 산출되는 것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여덟 가구는 중앙의 땅에서 공동경작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산출된 것은 정부에 세금으로 내게 된다. 이 정전제는 기원전 372~289년에 살았던 유교 철학자 맹자가 처음 언급한 제도로, 그에 따르면 이 정전제는 고대 주나라에서 실시되었던 토지분배제도였다. (66)

경자득전의 원칙을 무시하고, 농사를 짓지 않는 양반, 사대부, 상인, 공인 등 모든 백성에게 일정한 토지를 분배하면 결국에는 토지 소유의 불평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모든 백성에게 일정한 토지를 분배하는 제도를 균전제(均田制)라고 부르는데, 균전제에서는 경작하지 않는 사람이 땅을 소유하게 허용하기 때문에 경작자와 소유자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 다른 사람의 명의로 땅을 소유하는 것을 국가가 알아내기도 어렵고 규제하기도 어렵다. (71)

기독교의 십계명에는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구절이 있다. 그런데 이 구절이 채무로부터 농민의 가족을 보호해주려는 조치였다는 것은 잘 열려져 있지 않다. '빚을 졌다'라는 개념은 상호부조의 개념이 변질된 것이다. (...) 고대로부터 때때로 이웃의 아내를 빼앗거나 채무노예로 삼기 위해 돈을 빌려주고, 이웃이 갚지 못하면 아내를 취하여 한 가정을 파괴하는 일이 빈번해 십계명에까지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구절이 담기게 된 것이다. (102~103)

고대부터 인류는 빚을 두 가지 형태로 나누고 다르게 취급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생계성 채무와 투자성 채무를 구분하는 것이다. 여기서 생계성 채무란 이윤을 낼 수 있는 생산적인 분야에 투자되지 않는 채무를 말한다. 반면, 투자성 채무란 생산적인 부분에 투자되어 곧 이윤이 날 것으로 예상되는 부채를 말한다. 생계성 채무의 대표적인 사례는 농가 부채, 대학 학자금융자, 생활비 지출을 위한 융자 등이다. (104)

이 원칙이 무너지면서 중세가 몰락했다. 영주가 왕의 자산인 토지를 자신의 자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투쟁했고, 이 투쟁을 통해 영주계급은 공동체의 땅을 사적 재산으로 착복함으로써 지주계급으로 진화했다. 이 과정에서 왕은 이런 행위를 불법화하여 막으려고 했으나 귀족 지주계급은 17세기 후반 이른바 명예혁명을 통해 최종 승리하고, 토지는 사유화해 상속된다. 이렇게 시작된 근대는 다수 대중에게 폭력적이었다. (116)

경제조직은 다양한 가치를 동시에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한다. 싸고 품질 좋은 상품을 생산해서 소비자에게 공헌해야 하며, 적절한 이윤을 내서 조직원들의 안정적 생활을 보장해야 하고, 직장 민주주의가 정착해서 일하는 사람이 도구로 전락하지 않고 인격적으로 존중받아야 하며, 환경을 보호해야 하고, 세금을 많이 내서 공동체에 기여해야 한다. (129)

산업혁명에 관련된 대부분의 회사는 일반적인 동업조합 형태로 조직되었고, 이 동업조합에서는 동업자들이 사업에 대해 무한책임을 졌다. 그리고 유한책임제도의 도입은 돈만 있고 경영능력이나 기술이 없었던 부유한 계층에게 불로소득을 확보해주기 위해 정치가들이 베푼 특혜였다. (140)

한국에서도 해피브릿지협동조합은 생산자협동조합의 성공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기업은 원래 주식회사였다가 2013년 협동조합 창립총회를 거쳐 노동자협동조합으로 변화한 경우다. 국수나무, 도쿄스테이크, 화평동왕냉면 그리고 중국에 마스터 프랜차이즈까지 590여 개 가맹점을 운영하는 외식업계의 탄탄한 기업이다. (142)

사회적 상속으로 자산을 주기적으로 재분배하여 생산자들에게 기본자산을 마련해주고, 이 기본자산을 생산자협동조합을 구성하는 데 사용토록 하여 생산자들의 경쟁력과 자립성 그리고 자율성을 높여 불공정한 임금노동계약에 예속되는 일이 없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151)

토지 불로소득을 국가가 환수하는 이유는 토지 불로소득이 부동산 투기를 일으켜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강남에 있는 건물이 낡아가는데도 불구하고 그 지역 부동산 가격이 치솟는 이유는 강남이라는 입지 때문이다. 이렇게 토지의 위치로 인해 발생하는 이득은 그 소유자의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부 개발 정책 등에 의한 것으로 토지 불로소득이다. (...) 토지보유세 혹은 공공토지 임대제는 이러한 토지 불로소득을 국가가 환수함으로써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여 부동산의 가격을 하향 안정화한다. 더불어 건물 보유세, 건물 취득세, 건물 양도세 등의 거래세는 낮춰서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여 시장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154~155)

공공토지 임대제는 개발이익 환수, 도시계획 기능 제고, 부동산 투기 억제, 사회간접자본 건설 등에 매우 유리하며, 싱가포르와 홍콩은 공공토지 임대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156)

(출처: 서강대학교)


■ 저자: 김종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의와 평화를 회복할 대안적 경제체제와 정치체제를 연구하고 있다. 

2000년에 캐나다 요크대학 정치학과 대학 3학년에 편입하여 이 대학에서 2011년 박사학위를 얻었다. 조나단 닛잔과 테드 윈슬로라는 좋은 스승을 만나 다양한 비판이론을 접했고, 특히 철학자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에 큰 영향을 받았다. 졸업 이후 독일 쾰른에 있는 막스플랑크 사회연구소,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카롤로스 3세 왕립대학의 경제사학과, 미국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법대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세계 여러 학자와 교류했다. 

저서로는 2019년에 출판한 <금융과 회사의 본질: 재산권과 계약권의 이종교배>가 있다. 여러 학술 논문을 출판해와쓴데, 특히 근대 초 영국에서 자본주의의 세 가지 근간인 현대 금융과 주식회사 그리고 대의제가 어떻게 같이 어울려 탄생했는지를 분석한 논문으로 2014년에 미국 진화경제학회로부터 '올해의 논문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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