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싱어송라이터이자 화가인 밥 딜런 Bob Dylan의 자서전 <밥 딜런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을 읽었다. 가수로 알고 있던 밥 딜런이 어떻게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까 가벼운 의문을 던지고 잊고 지냈다. 그런데 다른 책에서 그에 대해 인용되며 호기심이 생겼고 바로 도서관에 있는 밥 딜런 관련 책을 빌려봤다.
원제는 <Chronicles: Volume 1>로 밥 딜런이 집을 떠나 자신의 노래를 만들기 위해 미니애폴리스, 뉴욕 등에서 음악인들을 만나고 함께 활동하며 성장해 갔던 경험을 담았다. 밥 딜런이 만났던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언급된다. 그에게 영감을 주었던 우디 거스리와 같은 인물도 소개된다. 내가 알고 있는 가수는 존 바에즈와 비틀스 정도로 대부분은 처음 듣는 작사가, 연주가, 가수들이었다. 소감을 세 가지로 정리해본다.
첫째, 보통의 자서전처럼 시간의 순서에 따라 구성되지 않고 마치 일기를 모아서 연결한 듯하다. 음악세계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로서 밥 딜런을 따라서 그의 삶 속으로 떠나지만 머릿속에서 어수선하게 정보가 남아있는 기분이다.
둘째, 책을 보며 그가 왜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다양한 책을 많이 읽었다. 세상에 대한 경험과 성찰이 있었다.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머릿속에 있는 것을 노랫말로 표현했다. 그래서 그가 작사한 곡은 일종의 시이자 응축된 소설로서 문학으로 본 것이다. 도서관에 있는 책 중에는 그의 노랫말만 모아놓은 책도 있었다. 멜로디와 리듬이 생략되면 가사만으로 문학작품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음유시인이라 말을 그의 글과 노래 가사로 실감할 수 있었다. 책의 마지막에는 두 곡의 영어가사와 번역 가사가 실려 있다. <Blowing In The Wind>와 <Like A Rolling Stone>이다. 유튜브에서 두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음미해 봤다. 지금 현재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 노래들이다.
아래는 책에서 남기고 싶은 부분은 인용했다.
사실 그 무렵 나를 눈에 띄게 만든 것은 내 레퍼토리였다. 내 곡은 카페의 다른 연주자들보다 힘이 있었고, 끊임없이 기타를 크게 연주해서 받쳐주는 하드코어 포크송들이 내 노래의 원형이었다. (25)
내가 부르는 포크송에는 편안한 것이 없었고 친절하거나 부드러운 맛도 없었다. 노래가 평온하게 들리지도 않았고 상업적이지도 않았다. (...) 나에게 노래는 가벼운 오락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노래는 나의 개인교사였고 현실의 변화된 의식으로 가는 안내자였고, 해방된 공화국이었다. (43)
연줄은 뿌리까지 연결되어서 어떤 사람에게는 부당한 이득을 주었고, 다른 사람에게는 괴로움을 남겼다. 이렇게 되면 사람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는가? 그것이 인생의 법칙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것 때문에 맥이 빠지거나, 개인적인 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다. (52)
조 힐은 스웨덴 출신의 이민자로서 멕시코 전쟁에서도 싸웠던 사람이었다. 그는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살았는데 1910년 노동조합을 조직했고, 자본주의의 임금 체제를 폐지하려고 했던 메시아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기계공이고 음악가인 동시에 시인이기도 했다. (...) 조는 <천국에서 파이를(Pie in the Sky)>이라는 노래를 썼는데 우이 거스리보다 선구자였다. (...) 그는 살인에 대한 정황 증거로 유죄 선고를 받았고, 유타주의 형장에서 총살당했다. (62)
그는 중력의 법칙을 무시한 것 같았다. <방랑자 루크(Luke the Drifter)>라는 음반은 닳도록 들었다. 산상수훈의 팔복처럼 행크가 노래하고 우화를 낭송한 음반이었다. 나는 온종일 <방랑자 루크>를 들었고, 나 자신도 정처 없이 떠돌면서 인간의 선성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다. 행크의 노래를 들을 때는 모든 동작을 중지했다. 아주 작은 속삭임도 그를 모독하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108)
남들은 무슨 꿈을 꾸고 사는지 모르지만 내가 꿈꾸는 것은 아홉시부터 다섯 시까지 일하고 나무가 양쪽에 늘어선 집에 하얀 말뚝 울타리를 치고 뒷마당에는 붉은 장미가 피는 집에서 사는 것이었다. 그것이면 충분했고 그것이 나의 가장 깊은 꿈이었다. 얼마 뒤에 나는 사생활을 팔 수 있지만 되살 수는 없다는 것을 배웠다. 우드스톡은 악몽과 혼돈의 장소로 변했다. 이제 새롭고 밝은 희망을 찾아 서둘러 그곳을 나올 때였고 우리는 그렇게 했다. (130)
창조는 경험과 관찰과 상상력과 깊은 관계가 있는데 이 중요한 요소들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이제 내가 뭇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않고 뭔가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133)
남부 사람들은 해가 뜨는 아침과 정오와 일몰, 봄과 여름이 오고 가는 것에 따라 인생을 살아간다. 북부에서는 시계에 의지해서 살아가며 공장은 휘파람과 종소리에 따라 움직인다. 북부 사람들은 ‘정각’에 맞춰야 했다. 어떤 면에서 남북전쟁은 두 종류의 시간을 두고 일어난 싸움이라고 할 수 있었다. (97)
놀랍고도 아름답고 고풍스런 뉴올리언스, 타인의 경험을 상상하며 느끼고 맛보는 진기한 곳이다. 변화를 일으키는 일도 없고, 아픔을 느끼지도 않으며, 표적을 명중시키는 멋진 곳이다. (195)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프리타니아 거리에 있는 영화관을 지나는데 <The Mighty Quinn>을 상영하고 있었다. 몇 년 전에 나는 <더 마이티 퀸>이라는 곡을 썼고 그 곡은 영국에서 히트했다. (…) 덴젤 워싱턴이 범죄를 해결하는 형사 사비에르 퀸으로 출연하는 자메이카 스릴러 영화였다. 재미있는 것은 내가 <더 마이티 퀸>을 쓸 때 덴젤 워싱턴을 머릿속에 그렸다는 것이다. (201)
침대에 누워 창문 밖의 기괴한 어둠 속에서 들리는 귀뚜라미와 야생생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나는 밤을 좋아했다. 만물은 밤에 자라고 나의 상상력은 밤에 더욱 나래를 편다. 사물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엉뚱한 곳에서 천국을 찾을 수 있다. 가끔 천국은 발밑에 혹은 침대에 있을 수 있다. (216)
존 해먼드에게 나를 리드 뮤직으로 데리고 가야겠다고 확신을 주었던 것은 뛰어난 노래가 아니라, 나의 정체성과 운명의 출발점을 지적해 주었던 위대한 인물 우디 거스리(Woody Guthrie)에게 존경을 표하는 가사와 멜로디였다고 할 수 있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와 함께 노래를 썼고 그의 옛 노래로부터 멜로디를 가져왔는데, 그것이 내가 쓰게 될 천여 곡의 첫번째 곡이 될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나의 인생은 오래전 미니애폴리스에서 전축으로 우디의 곡을 처음 들은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그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마치 백만 톤의 폭탄이 떨어진 것 같았다. (245)
어휘는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어휘의 결합이 모두 소진될 수 있었다. 어휘들은 어떤 초자연적인 단계에서 서정적으로 작용하면서 그들 나름의 의미를 지녔다. (256)
거스리는 사람의 마음을 장악하는 힘이 있었다. 그는 너무 시적이고 멋있고 리드미컬했다. 긴장감이 넘치는 목소리는 단검과도 같았다. (…) 악의적으로 남을 조종하는 스벤갈리 타입의 비트족 데이브 휘태커(Dave Whittaker)가 우연히 우디의 자서전 <바운드 포 글로리 Bound for Glory>를 가지고 있다가 내게 빌려주었다. 나는 첫 페이지에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하면서 정신없이 책을 읽었다. 그 책은 내게 라디오처럼 노래를 불러주었다. (261)
나중에 집에서 나는 이 문제를 생각했다. 아직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고 작사가도 아니지만, 가사와 멜로디의 범위 안에서 물질적이고 관념적인 가능성에 의해 올바른 감동을 받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경향의 노래 유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형식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면서 연주를 시작했고, 정보와 성격과 줄거리를 초월하는 노래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294)
독서습관589_저항과 자유 평화를 노래하는 음유시인_밥 딜런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_2016_문학세계사(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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