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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571]녹두장군⑥_평등 세상 바라며 임금조차 바꾸자는 동학농민군 그리고 정참봉의 결말

by bandiburi 2022. 5. 28.

"우리가 장막에 나가서 밥을 먹자는 것은 같이 고생하는 사람들하고 똑같이 음식을 먹자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일어난 것이 무엇 때문이오? 첫째가 먹는 것 때문입니다. 이 먹는 것에 우리 두령들의 분별이 흐려지면 우리가 내세운 대의를 우리 스스로가 바닥에서부터 뒤집어엎는 꼴이 될 것입니다. 지난번 별산 영감 등 부자들이 가지고 왔던 그런 음식도 이제부터는 모두 거절을 합시다.(...)"(71)

 

고부에서 동학농민군이 조병갑의 횡포에 들고일어났지만 조병갑을 놓치고 말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농민군을 중심으로 모처럼 음식을 나누며 수령이나 호방 등의 수탈 걱정 없이 즐겁게 보낸다. 농민군은 감영군의 반격에 늘 대비하지만 감영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농민군이 농사철이 되면 농사일로 와해될 것으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고부봉기를 주도하고 있는 전봉준은 늘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 왜 목숨을 걸고 관에 대해 일어났는지를 되새기며 두령들이 밖에서 잠을 자는 농민들과 다른 대우를 거절한다. 리더의 올바른 자세다.

전봉준의 이런 모습은 소설속에서 계속된다. 음식이나 잠자리에서 함께 고생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시대를 불문하고 국가나 조직의 리더가 가져야 할 자세다. 현재의 우리 사회와 회사를 견주어 본다. 그런 리더는 언론에 나오지 않는다. 

 

"순조 때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다산 정약용이란 사람은 그 유배지에서 관의 탐학을 자기 눈으로 보고 백성들 편에서 그 참상에 통분을 씹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관북에서 홍경래가 난을 일으키자 조정에 토벌의 격문을 지어 보냈습니다. 바로 이게 유생이고 주자학입니다." (182)

 

다산 정약용에 대한 한계를 지적한다. 당시의 지배계층이 아니라 농민들이 중심이 되었기에 볼 수 있는 시각이다. 성리학에 기반을 두고 성장해서 백성들 위에 군림하는 입장에서만 살았던 이들에게 관에 대한 반란은 격퇴해야할 대상으로 보였다. 시대적 한계를 알려주는 문장이다. 

 

"(...) 관리나 양반들한테서 눈을 들어 한 단계만 올려다보면 임금이라는 어마어마한 얼굴이 내려다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 그 얼굴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쥐가 되어버립니다. 고양이가 아니라 호랑이 앞에 쥐가 되어버립니다. 그 호랑이는 이 씨 왕조 5백 년, 대수로 치면 25, 6대 조상들부터 골수에 박혀 있는 호랑이입니다. 그것을 부셔야 합니다.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머릿속의 골수를 들어내고 새로 골수를 집어넣는 것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

그것은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백성을 임금 위에다 하늘로 올려놓는 길밖에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에는 임금도 하늘의 밥을 빼앗아 먹는 놈이니 쳐죽여버려야 한다는 데까지 이르게 해야 합니다. 임금과 하늘의 싸움이 되어야 합니다. 명분 싸움에서 이기는 길은 이 길밖에 없으며 그런 생각이 머리에 박힐 때 거기서 나온 용맹이라야 진짜 용맹일 것입니다." (183)

 

이 부분은 정약용에 대한 지배계층의 한계를 얘기한 것보다 훨씬 급진적인 사고를 동학농민군이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지배층의 탐욕과 수탈은 지방의 일부 수령의 횡포를 넘어서서 위로는 임금까지도 포함한다는 열린 사고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는 인내천의 관점으로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현실에 적용해서 보기는 어렵다. 임금이란 호랑이를 놈이라 부르고 농민 한 사람과 대등하게 보고 있다. 혁명적이다. 결국 동학농민군들에게 이런 인내천 사상을 심어주고 그들의 행동을 합리화해주는 프레임을 만든 것이다. 

 

이 <적벽가>는 물론 소설 <삼국지> 적벽대전을 바탕으로 새로 사설을 짠 것인데, 소설 <삼국지>가 영웅들을 주체로 전개되는 영웅주의적 시각인 데 반하여, 이 판소리 <적벽가>의 사설은 영웅들이 아니라 그 영웅들의 희생물이 되고 있는 밑바닥 군사들을 주체로 그 시각을 완전히 뒤집어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 엄청난 역사적 의의가 있다. 적벽대전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주인공을 영웅이 아니라 밑바닥 민중으로 뒤바꾸어 본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혁명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217)

 

소설 속에 당시의 경제적 상황을 보여주는 용어들이 등장한다. 엽전이 아니라 은자를 서로 주고 받는다. 왜 은자일까. 저자는 물가가 급격히 올라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언급한다. 있는 자들은 금, 은 등 패물을 사모은다. 구한말에 나라의 위상이 급격히 낮아지고 외국 세력이 경쟁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환경에서 나라에서 발행하는 돈의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백성들의 삶은 어지러운 세상에서 더욱 힘들어진다. 

 

요사이는 하도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는 통에 돈 있는 사람들은 은자를 재어놓거나 패물을 사 모으느라 정신이 없었다. 읍내 아전들 집에서 패물이 그렇게 많이 나왔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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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권에서는 감영군이 동학농민군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전봉준을 제거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진다. 대규모의 군사작전은 없이 몇 번의 시다고 실패로 끝나자 결국 고종에게 상황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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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571_녹두장군⑥_송기숙_1991_창작과비평사(2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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