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장군> 7권에서는 감영군이 동학농민군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전봉준을 제거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진다. 대규모의 군사작전은 없이 몇 번의 시다고 실패로 끝나자 결국 고종에게 상황을 보고한다. 고종은 조병갑 대신에 신임 군수 박원명을 보내고 어사로 이용태를 지명한다.
박원명은 목민관으로써 동학농민군이 요구하는 사항을 이해하고 백성들을 위해 잔치를 베푼다. 전봉준 이하 두령들도 그를 믿고 해산한다. 농민들은 이제 새로운 세상이 오겠구나 기대한다. 하지만 어사 이용태는 농민군의 동태를 살피고 완전히 해산할 때까지 움직임이 없다가 농민들이 각자 마을로 돌아간 뒤에 어사 행세를 하기 시작한다.
이용태는 돈과 색을 밝히며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모습을 보인다. 농민군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역졸들을 풀어 마을의 남자들은 잡아들이고 여인들을 겁탈한다. 역졸들은 군인이라기보다 이 틈을 이용해 패물을 빼앗고 짐승과 같은 행동을 한다. 박원명의 선정을 기대했던 농민들은 이용태에게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격이다.
절에 가면 여러 가지로 배울 것이 많다. 이번에 여기서 저지른 잘못도 깊이 뉘우치고 그 스님한테 여러 가지로 가르침을 받아라. 인생살이 하루하루는 너무도 소중하다. 하루도 헛되게 보내지 말아라. (85)
전봉준이라는 이름이 구례나 곡성 지방에서는 '녹두장군'으로 호칭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네. 그런데 며칠 전 남원에서 온 사람 이야기를 들으니 거기서는 요사이 '녹두새' 동요까지 아이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는 소문일세. 이것은 그냥 흘려보낼 일이 아닐세. 세상은 여태까지 제세의 인물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네. 그런데 바로 '녹두장군'이라는 이름에 '녹두새' 동요까지 불러지고 있다는 것은 이제 세상은 전봉준이를 그런 인물로 떠받들고 있다는 소리가 되네. '녹두새' 노래는 '새야 새야 녹두새야, 전주 고부 녹두새야 웃녘 새야 아랫녘 새야 함박 쪽박 딱딱 후여.' 이렇게 된다는 걸세. 가을 나락논에 새를 보면서 부르던 노래가 가을도 아닌 이 겨울에 널리 불려지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자네를 가리키는 '녹두새' 때문일 걸세. (103)
7권에서 '녹두'란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전봉준은 체구가 작았기 때무에 '녹두(綠豆)'라고 불렸다고 한다. 탐관오리들의 수탈에 고통받는 농민들 사이에서 녹두새라는 동요가 불리며 전봉준이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 인물로 기대한다.
이때 조정 대신들이란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으면 자기들의 잘못은 시렁에다 얹어놓고 이야기를 이런 엉뚱한 데다 갖다 붙여 자기들의 책임을 호도하는 것이 버릇이었다. 민란이 있을 때는 으레껏 그 지방을 배역의 땅으로 먼저 못을 박은 다음 말을 엮어나갔다. 따지고 보면 이 말처럼 터무니없는 말은 없었으나 그런 터무니없는 소리들이 먹혀들고 있었다. 어느 지방 치고 기나긴 역사에서 모반자가 안 나온 곳이 있을 수가 없으니, 그런 식으로 따지면 조선 팔도 모두 배역의 땅일 수밖에 없으며, 그런 데서 사는 사람들도 그런 눈으로 보면 모두가 패악한 놈들일 수밖에 없었다. (108)
이 부분은 영남과 호남으로 나누고 지역간 갈등을 부추겨서 자신들의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보았던 위정자들을 떠오르게 한다. 과거의 조정 대신들이 특정 지역을 언급하며 배역의 땅이라고 한 것처럼 오늘날도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기 싫어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우리 역사에서 면면히 이어지는 어두운 면이다.
세상이 난세라 별의별 참언들이 다 나돌았으며, 그런 참언이 나돌 때마다 그 뜻을 풀이하느라 고심했는데, 이 노래도 그런 참언의 성격을 띄었으므로 그 뜻을 따졌고, 그럴듯한 해석이 나오자 그런 해석 또한 급속도로 번져나가고 있었다. (155)
사람이 하늘이란 소리는 무서운 소리다. 손에다 칼을 들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소리다. 수운 선생이 교룡산성에서 칼노래를 부르며 칼춤을 춘 뜻이 무엇이냐? 수운 선생은 사람을 하늘이라 했고, 사람을 하늘로 지킬 방법은 칼이라고 가르친 것이다. 그 점에서 수운 선생은 위대한 사람이다. (310)
우리는 유교적인 문화에서 여성의 정절을 강조하고 장려한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 이면의 불합리한 면을 지적하거나 생각할 기회가 없이 당연한 진리처럼 받아들였다. 수절을 하고 열녀비를 세운다. 그런 사람들을 대단한 여인으로 추앙한다. 반면에 남자들은 첩을 몇 명씩 두고 사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남자와 여자가 동등한데 남성 중심의 사고다. 이에 대한 남성들의 비겁함을 아래 문장은 잘 지적하고 있다.
여자들은 평소에도 그렇게 서러운데, 이런 난리가 나도 제일 불쌍한 것은 여자들이네. 전쟁이 나면 사내들은 짐승이 되는데, 약한 여자들이 그 짐승들을 물리치고 어떻게 정조를 지킨단 말인가? 임진왜란 때나 병자호란 때 보게. 사내자식들이 못나서 일본놈들하고 되놈들한테 안방 침노를 당했으면서도 여자들 보고 정절을 못 지켰다고 쫓아낸 놈들이 이 땅의 사내놈들일세.
정조가 목숨보다 귀한 것이라는 윤리를 만들어낸 것이 누군가? 여자들이 아니라 사내놈들일세. 그 정조를 못 지키면 자결하라고 시집갈 때는 은장도까지 주고 있네. 그들이 정말 사내라면 그 장난감 같은 은장도를 연약한 여자들에게 줄 것이 아니라, 그런 전쟁 때라도 제 놈들이 칼을 들고 여자들을 지키다가 힘이 부치면 제가 먼저 칼에 맞아 뒈지든지, 못 뒈졌으면 당한 여자들을 탓하기 전에 못 지켜 준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제 좆대가리라도 잘라버려야 옳지 않겠는가? 그러지도 못하겠으면 처음부터 그런 윤리를 만들지 말아야지. 이것은 아까 사람을 하늘이라고 했으면 정말 하늘답게 지켜야 하는 것하고 똑같은 이치네. (313)
https://bandiburi-life.tistory.com/1490
독서습관572_녹두장군⑦_송기숙_1991_창작과비평사(220528)
728x90
반응형
'독서습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575]녹두장군⑩_외세의 진입과 조정의 개혁안 수용 후 집강소 설치 (0) | 2022.05.29 |
---|---|
[573]녹두장군⑧_전라도를 중심으로 다시 일어나는 동학농민군 (0) | 2022.05.29 |
[571]녹두장군⑥_평등 세상 바라며 임금조차 바꾸자는 동학농민군 그리고 정참봉의 결말 (0) | 2022.05.28 |
[570]녹두장군⑤_고부봉기와 조병갑 추적 (0) | 2022.05.25 |
[569]녹두장군④_복합상소의 역풍과 만석보 물세 그리고 두레와 향약 (0) | 2022.05.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