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블랜더 거실
독서습관

독서습관450_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_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_와타나베 이타루_2016_더숲(211004)

by bandiburi 2021. 10. 4.

우리 부부가 지향하는 빵집은 1부에서 살펴본 '부패하지 않는 경제'의 정반대 개념과 통한다. 규모는 작아도 진짜인 빵집이다. 가급적 우리가 사는 고장의 재료를 쓸 뿐 아니라 환경과 사람, 지역에 의미 있는 재료를 선택한다. 이스트도 첨가물도 섞지 않고, 아무리 어렵더라도 천연효모를 발생시켜 정성껏 빵을 만드는 데 가치를 둔다. 우리는 제대로 된 먹거리에 정당한 가격을 붙여서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판다. 또 만드는 사람이 숙련된 기술을 가졌다는 이유로 존경받으려면 만드는 사람이 잘 쉴 수 있어야 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12~113)

 

(출처: 유튜브)

2021년 초에 유튜브에서 <길 위의 인생 시골 빵집>을 보며 일본 시골에서 빵집을 열어 살고 있는 와타나베 이타루라는 사람의 삶을 처음 만났다. 빵에 대한 집념, 그리고 빵에 발효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정도만 이해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라는 책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유튜브를 다시 한번 보면서 젊은 시절에는 반항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랐지만 점차 '시골', '빵'이란 것으로 요약되며 마음이 맞는 아내와 꿈을 실천해 가는 모습이 더욱 아름답고 멋지게 다가왔다. 

 

'시간 도둑'이라는 캐릭터로 유명한 <모모>를 쓴 판타지 작가 미하엘 엔데(Michael Ende)는 나에게 '부패하지 않는 돈'이라는 생각을 가르쳐준 장본인이나 다름없다. 대학 시절 읽었던 <엔데의 유언 - 모모의 작가 엔데, 삶의 근원에서 돈을 묻는다>라는 책이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81페이지)

 

자연계의 부패하는 순환 속에서는 때로 균들이 빵이나 맥주, 전통술 등 고마운 먹거리를 만들어주었다. 전분을 포도당으로 분해(당화)하고,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해서 말이다. 균이라는 생명의 작용이 인간에게 선물한 발효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더 깊고 풍부하게 만들었다. 균이 했던 것처럼 사람이나 지역도 부패하는 경제를 통해 우리 안에 있는 힘을 발휘하면 삶이 가진 본래의 의미를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83)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저자 나름의 언어로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서 전반부에 정리했다. 빵집을 예로 들어 자본가, 교환가치, 노동자, 이윤, 기술혁신 등을 자신의 이야기와 섞어서 기술해서 독자에게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연계에는 무수히 많은 균이 살고 있고 그 종류도 다양하다. 손가락 끝만한 작은 공간에도 온갖 균이 수천만, 수억, 수백억 개나 북적댄다. 서로 다른 균들이 경쟁하고, 때로는 공생하고, 협력하면서 그들은 음식물에서 에너지를 얻어 생명을 유지하고, 번식 기회를 엿본다.

그중에는 빵이나 와인, 맥주, 일본 술처럼 인간에게 무척 고마운 음식을 만들어주는 균도 있다. 당분을 이산화탄소와 알코올로 분해하는 '효모', 전분을 포도당으로 분해(당화)하며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해 감칠맛을 내는 '누룩균', 알코올을 초산으로 분해하는 '초산균', 당류를 유산으로 분해하는 '유산균' 등이 그 대표적인 존재다. 이들 균이 인류에게 가져다준 혜택을 발효라 한다. 발효란 균이라는 생물의 생명유지 활동인 것이다.(119~120)

 

아파트 주변에 빵집이 많이 있다. 유명 프랜차이즈도 있고, 개인이 하는 곳도 있다. 주로 개인이 하는 곳을 의도적으로 이용한다. 하지만 빵 맛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모르겠다. 이 책을 통해 제일 먼저 깨닫게 되는 것은 빵집 간의 경쟁과 경쟁으로 인한 원재료의 부실화다. 빵을 구입하는 고객의 건강보다 빵집 주인은 이익을 더 취하고자 한다. 또한 주변 빵집과의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고급 재료를 사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설탕, 우유, 계란 등 우리나라에서 빵 하면 기본적인 재료라고 각인되어 있는 것들이 들어가지 않은 빵은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 

 

"여보게 이타루, 내가 오늘 재미있는 분을 모셔왔네."
같이 온 사람은 자연식품점으로 유명한 '내추럴 하모니'의 사장 가와나 히데오 씨였다. 나는 가와나 씨를 몰랐지만 예전에 그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는 마리는 금방 알아보았다. 
"가와나 씨, 대단한 분이야. 저 분이 인정해주면 우리 다루마리도 사람들한테 금방 알려질 걸?"
마리는 들뜬 목소리로 귓속말을 했다. (122~123)

 

 

저자는 이스트와 같은 대량 판매를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이 직접 천연균을 만들어 이를 빵을 만드는데 적용해서 다양한 맛을 만들어낸다. 제빵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 건강에 좋지 않은 설탕, 우유, 계란 등을 사용하지 않고 수입산도 아닌 국산 밀로 만든 밀가루로 빵을 만들어 판다면 조금 더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 다만 믿을 수 있는 제조과정, 그리고 원료 원산지 표기가 선행되야겠다. 빵에 대한 눈높이를 높여주는 책이다. 

 

누룩균으로 술이나 식품을 만든 것은 일본의 독특한 문화다. 일본 외에는 누룩균을 이용한 발효문화가 크게 발달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천연 누룩균으로 빵을 만든다면 일본 최초인 동시에 세계 최초도 된다. (한국 술인 막걸리는 누룩균이 아니라 그와 가까운 '거미줄곰팡이'로 양조한 술이다)

* 거미줄곰팡이로 양조한 막걸리는 발효산물로 유산균을 만들기 때문에 신맛을 내지만, 입국(누룩곰팡이)을 사용한 막걸리는 신맛이 거의 없고 단맛을 내며 저온 유지를 통해 담백한 맛을 더하게 된다. 따라서 최근에는 우리나라 막걸리 제조사들이 누룩곰팡이를 강화한 입국을 주로 쓰는데, 일본에 있어 생산할 때마다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127)

 

"농사꾼은 땅을 만들지. 산과 들에 식물이 뿌리를 내린 경우를 보면 그 땅은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그래서 부드럽고 따뜻하다네. 그런 땅을 만들어주면 식물은 자연히 자기 힘으로 자라게 되지. '자란다'는 게 포인트야. 비료를 줘서 키우는 게 아니고 자라게 하기 위한 땅을 만드는 거지. 환경을 만들어주는 작업, 그게 자연재배의 핵심적인 일이야."(132)

 

누룩 하면 막걸리가 생각나는데 우리나라에서 막걸리를 양조할 때 사용하는 균은 누룩균이 아닌 '거미줄곰팡이균'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신맛이 나는 것이라고 한다. 실제 누룩균은 단맛을 낸다고 하고 유명 막걸리 업체는 일본에서 로열티를 주고 누룩균을 사다가 막걸리를 만든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천연균에 대한 관심과 알고 싶다는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의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데 저자와 같이 실천하는 젊은이들이 지방 곳곳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하면 좋겠다. 

 

728x90

 

천연 유산균은 유기재배 쌀을 부패시키고, 자연재배 쌀을 발효시킨다. 또한 천연 누룩균과 유기재배 쌀의 조합으로는 빵 반죽을 만들 수 없지만, 자연재배 쌀과 조합하면 훌륭한 빵 반죽이 탄생한다. (136)

 

균을 중심에 둔 이 방식을 우리는 '금 본위제'가 아닌 '균 본위제'라 부른다. 자연의 소리를 듣는 자연 중심의 빵. 균의 마음 그대로 균의 보이지 않는 손에 따르는 방식이기도 하다. (143)

 

"이타카 아워는 우리 지역의 자원을 재활용함으로써 지역 경제를 자극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일조한다. 이타카 아워는 우리의 기능, 체력, 도구, 삼림, 들판, 강 등 우리 지역 본래의 자본에 의해 유지된다." (<엔데의 유언>)
이 문구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가게를 열면서 다시 읽었을 때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지역의 부를 모아 그 지역을 넉넉하게 하는 자원이다. 경제활동이 낳은 부는 자원으로서의 인간이 가진 기능과 자연으로 환원되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빵집을 통해 실현시키고자 하는 이상적인 경제의 모습이다. (177)

 

■ 저자 : 와타나베 이타루

1971년 도쿄 히가시야마토에서 태어났다. 23세 때 학자인 부친과 함께 떠난 헝가리에서 1년간 생활하며 농업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후 지바대학 원예학부 원예 경제학과에 입학, 지바현 미요시무라의 유기농가에서 일을 도와준 경험을 살려 '유기농업과 지역 통화'라는 주제로 졸업논문을 썼다.

대학 졸업 후 유기채소 도매판매회사에 취직했지만 1년 만에 그만두고 2008년, 회사에서 만난 아내 마리코와 함께 독립하여 빵집 '다루마리'를 개업하였다.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후 오카야마현 마니와로 이주, 2012년 2월에 마이와 가쓰야마에서 빵집 '다루마리'를 재개업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