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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448]기억 거래소_진정한 행복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는 소설

by bandiburi 2021. 10. 2.

짧지만 메타버스 시대에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소설이다. 저자인 김상균 교수가 등장인물로 나오는 것도 특징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 춘천으로 돌아와 부모님과 살게 된 완구는 김상균 교수를 찾아간다. 인사차 들렸는데 김 교수는 완구에게 일자리를 제안하며 조 실장을 만나보라고 하며 소설은 시작된다. 하는 일이란 것이 모호하고 고객이라고 만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다. 완구는 점차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며 윤리적으로 올바른 일인지, 고객들이 진정으로 행복한 것인지 갈등하게 된다. 

 

각각의 고객들과 매칭 되는 처방방법은 '조작몽 동반 안락사', '브로카 & 베르니케 이식술', '안면이식 동반 작화증 유도술', '부분 마인드 복사술', '트라우마 기억 재설정술' 및 '헤븐 서버' 등 의학적, 심리학적, 공학적인 연구결과들을 접목하여 작가의 상상력을 더한 것들이다. 이미 오래전에 기본적인 연구가 된 것도 있어 아하 이런 것도 있었네라며 놀라게 되는 부분도 있다. 

 

특히 케보키언Jack Kevorkian이 인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주장하며 9년간 루게릭병 환자 등 130명에게 안락사를 도와 살인죄로 수감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오래전에 언론 보도를 통해 봤던 기억이 난다. 회복 가능성이 없고 점진적인 병마의 고통이 확정되어 있는 루게릭병이나 말기암 환자들에게 안락사의 선택권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설에서 여러 사례 중에 처음 나오는 이야기가 독자를 고민하게 만든다. 아내가 말기암으로 시한부 진단을 받아 죽음을 앞두고 있는 가족이 등장한다. 남편은 이렇다할 직업이 없고 큰 아들은 도박에 빠져 연락도 없고, 둘째 아들은 공무원 시험 중이나 기약이 없는 가족이다. 아내가 가족을 부양했지만 이제는 가족 자체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아내에게 '조작몽 동반 안락사'라는 방법을 통해 남편이 어엿한 회사에 취업해서 일을 하고, 큰 아들은 도박에서 회복되고, 둘째 아들은 공무원이 되고 온 가족이 하와이로 여행을 떠나며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죽음을 맞게 된다. 무엇이 그녀에게 행복일까. 차라리 소설 속에 나오는 방법이 최선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십 년을 그저 살아간다고 해서 그게 꿈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부분 마인드 복사술은 완우 씨의 생각만큼 그리 거창한 건 아닙니다. 그저 첫 단계일 뿐입니다. 인생에 있어 꿈은 첫 단계가 가장 힘들죠. 내 꿈이 이루어진다. 내가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믿음과 도전. 그 처음 경험이 없으면 그다음 꿈도 없습니다. 부분 마인드 복사술은 그 첫 단추를 끼워주는 것뿐입니다.(중략)

 

" 내 얘기가 좀 무책임하게 들렸나 보군요. 아이들, 뭐 꼭 아이들만의 문제도 아니지만, 요즘 사람들을 보면 첫 단추가 없어요. 그 첫 단추는 부모나 주변에서 뭔가를 해줘서 생기는 게 아니라, 그보다 오히려 뭔가를 안 해야 생기는데, 요즘에는 지나치게 끼어들고 간섭을 하다 보니 스스로 첫 단추를 못 끼우는 겁니다."(146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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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돈과, 언론과, 권력을 소유한 자들을 둘러싼 소식들은 가십일 뿐이고 대부분의 서민들은 생존을 위해 좋든싫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으며 죽음을 기다리는 환자와 그 보호자들의 삶은 쉽지 않은 여정이다. 또한 가족 간에 금전적인 문제로 인해 죽음으로까지 이어지고 그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소설에서 소개되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그들의 기억을 행복하게 돌려놓을 수 있다면 어떨까? 돈이 개입되는 것이 불편하긴 하지만 앞으로 과학이 발달해서 메타버스 수준이 고도화되어 현실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라면 이런 산업도 발달하리라 예측된다. 

 

다만, 조 실장이 폐암으로 사망해서 메인서버에 뇌가 연결된 상태로 들어가게 되는 '헤븐 서버'는 마치 천국처럼 예상했지만 조 실장이 완구에게 보내온 메시지를 통해 그곳은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라고 알려준다. 마친 영화 설국열차에서처럼 설립자들에 의해 조작되고 운영되며 그 체제를 파괴하려는 자들은 헤데스 구역에 감금된다. 현재의 행복이 중요하다. 

 

컴퍼니 초기 멤버였던 L의 어머니는 헤븐 서버로 온 후 설립자들의 행태에 환멸을 느끼고, 헤븐 서버를 멈춰 버리고자 했다고 합니다. 그에 따른 벌로 하데스 구역에 감금된 상태이고요. (중략)
아직 헤븐 서버와 컴퍼니가 존재하는 것을 보면, 그리고 하데스에 꽤 많은 이들이 갇혀 있는 것을 보면, 내 계획이 그리 쉽게 달성되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래도 별 상관은 없습니다. 이미 나는 지옥 속을 걷고 있으니까요. (186~187)

 

일과 돈, 건강, 학업, 인간관계 등 우리의 걱정을 유발하는 여러 항목들이 있지만 결국은 현재의 행복이 중요한 것이다.  과도한 욕심과 집착으로 일, 돈, 건강, 학업, 인간관계 등의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한다면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지금이 우리에겐 중요하다. 내가 건강하게 숨쉬고 살아있는 자체가 누군가의 행복이다. 

 

 

"본인의 얼굴일 때는 솔직히 말하지 않는다. 가면을 씌워 주면 진실을 말할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가 한 말입니다. 성구 씨가 쓰고 있는 의대생이란 가면 자체는 거짓이지만, 그 가면을 쓰고 아버지와 고향 분들을 대했던 마음은 진실이니까요."(218)
"됐어. 됐어. 태성이가 의사가 아니면 어때. 고마워. 고마워. 그런데 내가 이 꼴이 된 거, 우리 태성이한테는 알리지 말어. 나중에 내가 가거들랑 꼭 한마디만 전해 줘. 고맙다고, 살아줘서 고맙다고."(222)

독서습관448_기억 거래소_김상균_2018_알렙(211001)

 

■ 저자 : 김상균

제어계측공학(로보틱스), 산업공학, 인지과학, 교육공학 등 다양한 학문을 공부했으며, 강원대 산업공학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게임과 놀이를 활용한 동기 부여, 행동 변화와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지향하며 게이미피케이션을 연구하고 있다. 여러 기업과 기관의 게이미피케이션 프로젝트에 자문을 해왔고, 빅게임(Big Game), LARP(Live Action Role Playing)와 보드게임을 중심으로 다양한 게이미피케이션 콘텐츠를 창작했다. 

전문서로는 대표적으로 <Gamification in Learning and Education: Enjoy Learning Like Gaming>(Springer 출판사)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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