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생 제2차 베이비부머이며 인구학자인 저자가 자신의 체험과 연구결과를 통해 저출산과 고령화가 현실로 다가온 대한민국의 정해진 미래를 차근차근 보여준다. 앞으로 10년 뒤는 현재의 중고등학생들이 20대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기지만 인구가 적어 적극적인 소비계층이나 생산 계층으로 서기가 힘들어진다. 반면에 초고령화 사회로 은퇴한 65세 이상의 인구비율은 증가하며 소비는 극도로 축소된다. 자녀들을 양육하는 20대부터 50대 부모들이 잘 생각해야 할 부분을 지적해준다.
이하 주요 내용을 발췌했다.
[33] 이와 비슷한 설정을 담은 소설로 댄 브라운이 쓴 <인페르노>가 있다. 읽고 나면 인구과잉과 ‘체크’에 대해 가볍지 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게 된다는 점에서 인구학 수업 때 일독을 권하곤 한다.
[48] 과거에는 옆집이 뭘 샀는지 따지는 ‘what’ 중심의 소비였다면, 이제는 내가 이걸 왜 사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why’ 중심의 소비로 바뀌고 있다. 이처럼 출산율이 낮아짐에 따라 우리 머릿속에 가지고 있던 ‘가족’에 대한 이미지, 그리고 4인 가족을 기준 삼아 운영되던 각종 사회제도 및 기업전략도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국가가 세금을 매기는 것에서부터 기업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 개인이 투자전략을 짜는 것까지 모두 바뀌어야 한다.
[54] 젊은 사람들에게는 ‘내 집 마련’이 너무 큰 부담이어서 이 때문에도 결혼을 꺼리고 있지 않은가. 결혼한 이들도 집을 넓혀갈 엄두를 내지 못해 아이 낳기를 미루곤 한다. 부동산 가격이 젊은 층도 접근할 수 있는 수준으로 현실화되었다면 아이 낳을 결심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59] 심지어 학력이 높으면 소득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래 살기까지 한다. 개인의 건강관리는 타고난 체질뿐 아니라 건강에 관한 지식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것이 상당부분 교육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93] 그러나 아이들을 위한다면 뜨거운 사랑 못지않은 냉철한 판단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초등학생 자녀의 대입 혹은 대졸 이후의 삶을 설계하면서 현재의 대입 경쟁률과 대졸자의 삶을 염두에 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 아니겠는가.
특히 ‘경쟁에서의 생존’을 생각한다면서 ‘경쟁자의 크기’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아이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지금의 사회적 잣대와는 전혀 다른, 미래사회를 보는 새로운 잣대가 필요하다.
[108] 예전에는 이러한 미숙련 인력을 고용해 기업 내부에서 교육을 시켜가며 경력자로 키웠는데,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기업에서도 업무를 가르쳐가며 키울 여력이 없어졌다. 그보다는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숙련자 위주로 채용하는 바람에, 20대가 참여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규모가 다른 연령대의 노동시장에 비해 훨씬 작아졌다.
[120] 소수의 부유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여유는커녕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내는 고령자들도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고령자 집단 내부에서의 양극화는 매우 심각하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빈부격차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데 더해, 개인의 노후대비 전략이 이 차이를 더욱 키우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를 들어 아이들 사교육에 모든 수입을 쏟아부었느냐, 자신의 노후를 준비했느냐에 따라서도 노후생활의 질은 극적으로 달라진다.
[123] 이처럼 장기적 계획 없이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자산 없는 상태로 고령자가 되고, 자신에게 투자하고 루트를 만들어둔 사람은 국내가 아니면 해외에 나가서라도 살 수 있다. 자산의 차이뿐 아니라 대비의 차이에 따라서도 노후생활의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될 것이다.
[214] 내수가 위축되면 기업은 살길을 찾아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 (중략) 상황이 이러한데 한국에만 안주해서는 살 방법이 없다. 해외투자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의외의 기회가 저 너머에서 손짓하고 있는데 한국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그러면서 국내 취업은 더욱 어려워지고…
[215] 인구가 줄어들면 획일화된 경쟁에서 벗어나 다양성이 구현될 수 있다. 이제는 개인이 자기 뜻대로 생애주기를 결정하는 비율이 높아질 것이다.
[230] 우리 사회의 발전수준은 이미 그 정도를 넘어섰다. 오히려 여성에게 더 많은 기회와 권리를 주어야 출산율이 올라간다. 여성, 특히 워킹맘들이 일과 가정생활을 양립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데 저출산 문제를 푸는 열쇠가 숨어 있다.
[237] 이처럼 이해관계가 상충할 때 개인에게 먼저 희생을 감내하라고 해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오히려 국가가 먼저 투자해서 아이 키우기 쉬운 사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240] 이처럼 자녀의 질에 투자함으로써 훗날 가정의 부가 윗세대로 흐르게 된다면, 사회가 아동의 질에 투자함으로써 사회적 부 또한 윗세대로 흐르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태어나는 인구가 많으면 그들 중 뛰어난 소수가 사회적 생산을 담당해도 되지만, 태어나는 인구가 급속하게 적어지면 모든 이들이 ‘일당백’의 역할을 해야 한다. 결국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훌륭하게 성장시키는 것은 사회 전체적 부의 이전을 준비하는 작업이 된다.
[242] 당연히 정부는 현재 가정에서 지출하고 있는 사교육비를 포함해 불필요한 자원의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한 반에 20명밖에 안 되는 학생들 개개인이 모두 담임교사의 관리를 받아야 하고, 이들의 능력과 개성이 사교육이 아니라 학교라는 공적 교육제도와 과정을 통해 충분히 발현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249] 그러나 경제나 산업적 지식과 경험은 코이카(KOICA)보다는 현장에서 발로 뛰는 기업이 더 풍부할 것이 당연하다. 그러니 코이카에 단순히 자금만 제공한 채 알아서 하라고 하기보다는 기업이 해외에서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어떤 식의 원조와 개발을 할 것인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혹은 아예 기업이 산업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국가에 원조사업을 직접 주도할 수도 있다.
[252] 내가 말하는 다운사이징은 단순하게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인구변동의 큰 맥락 속에서 개혁적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을 의미한다.
[254] 인구의 크기가 급격히 변화하면 사회구조를 맞추기가 매우 어렵고 부담스럽지만, 완만한 변화에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2년을 계기로 이전에 비해 사회규모를 크게 줄여야 했고, 그에 따른 진통을 겪는 중이다. 지금의 고통을 다스리며 정부와 기업, 개인의 체질과 전략을 적절히 바꿔나간다면 장기적으로 인구와 경제 그리고 사회구조는 잘 조율될 수 있을 것이다.
[260] 여러분이 인구가 정해놓을 미래를 정확히 알고 현명하게 미래를 준비하고 대응하기를 기대하는 뜻에서 이 책을 썼다. 인구가 정해놓은 미래에 현재의 기준과 생각으로 대응하지 말고 판단근거를 미래로 놓고 접근하기를 부탁드리고 싶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의 미래가 어두울 이유는 전혀 없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261] 통계청에서 5년에 한 번씩 미래 인구를 그려놓은 ‘장래인구추계’를 발표하니 관심 있게 그 통계를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통계청은 전 세계 어떤 국가보다 정확한 통계를 산출하고 국민들이 사용하기 편하게 제공하고 있다.
[265] 오히려 경제적 부나 사회적 성공의 잣대로 볼 때 어떤 직업이 미래에 좋을지 궁금할 것이다. (중략)
하지만 최소한 이러한 직업은 피하라는 조언은 해줄 수 있겠다. 한 사회에서 직업적 지위는 경제력, 명예, 만족감 등에 의해 정해지며, 이것들을 결정하는 조건은 희소성, 전문성 그리고 안정성이다. (중략) 현재가 아닌 미래를 기준으로 이 3가지 조건이 충족될 수 있는 직업이 있다면 그것을 자녀들에게 권해봄직하다. 물론 그 선택은 우리 아이들 스스로 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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