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사회변화 방향이 몰트 위스키를 찾는 시기가 되면 정점에 이른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위스키에 대해 알고 싶어 도서관 위스키 코너를 뒤적이다가 찾은 가벼우면서도 위스키의 개념을 알 수 있는 이 책을 골랐다. 저자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를 2주간 여행하면서 위스키에 제조와 관련된 사진과 글로 남긴 책이다.
평소 위스키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지만 위스키란 것이 어떤 것인지 저자가 나를 대신해서 다녀온 탐색여행기같은 느낌이다. 사진이 곁들여져 있어 이해도 쉽고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라는 먼 나라도 알 수 있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하 책에서 관심있는 부분을 발췌했다.
[32] 소위 말하는 스카치 위스키는 발아한 보리로만 만들어지는 ‘싱글 몰트’와 그 밖의 다른 곡물을 증류한 ‘그레인’을 블렌딩해서 만들어진다. 이일레이에서 생산되는 것은 대부분 싱글 몰트이다.
[44] 가장 와일드한 ‘아드벡’은 무척 개성이 강하고 매력적이지만, 날마다 이것만 마시다 보면 조금쯤 지칠지도 모른다. 비유를 하자면, 영혼의 한 가닥 한 가닥까지 모조리 선연하고 극명하게 부각시키는 글렌 골드의 <골든베르크 변주곡(Goldenberg Variations)>이 아니라, 어스름 속으로 새어 든 빛줄기를 가늘고 섬세한 손끝으로 더듬는 듯한 피터 제르킨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듣고 싶어지는 그런 평온한 저녁 무렵에는, 아련한 부케 향이 감도는 브나하벤 같은 걸 혼자 조용히 마시고 싶어질 것이다.
[59] 위스키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1년 중 6월에서 9월까지는 일거리가 별로 없어서 한가하다. 여름에는 강물의 온도가 올라가서 위스키를 만드는 데 알맞지 않다. 또한 이 시기에 물을 너무 많이 사용하면 유량이 줄어들어 산란기에 연어가 강을 오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증류소도 개점휴업 상태가 된다. 이 기간 동안 사람들은 집 외벽에 새로 페인트칠을 한다.
[73] 분명 라프로익에는 라프로익만의 맛이 있었다. 10년 된 위스키에는 그것만이 가지는 완고한 맛이 있고, 15년 된 위스키는 15년 동안 숙성된 완고한 맛이 있었다. 모두 다 나름대로 개성이 있고,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려는 경박한 알랑거림 따위 느껴지지 않는다. (중략) 음악으로 말하면, 조니 그리핀이 참여한 셀로니어스 몽크(Thelonious Monk)의 4중주, 15년 된 위스키는 존 콜트레인이 참여한 셀로니어스 몽크의 4중주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둘 다 놓치기 아까울 정도로 훌륭했다.
[89] 아일랜드를 가장 멋지게 여행하는 방법은 뭐니뭐니해도 렌터카를 빌려, 자신의 페이스대로 한가롭게 시골을 돌아보고 다니는 것이리라. 가능한 한 시즌 오프가 좋다. 하루 동안 이동하는 거리도 될 수 있는 대로 짧은 편이 좋다. (중략) 마음에 드는 장소가 있으면 거기서 발걸음을 멈추고, 몇 시간이라도 멍하니 머물 수 있는 여유로운 페이스가 바람직하다.
[93] 나는 뭔가 언짢은 일이 있을 때면, 늘 <아일랜드의 연풍> 비디오를 본다. 그래서 꽤 여러 번 이 영화를 보았다. 몇 번을 보아도 근사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뒤틀린 심사가 차츰 가라앉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렇지. 이런거야. 하고 스스로 다짐하게 된다. 아일랜드는 어디를 가더라도 <아일랜드의 연풍>처럼 아름답고 여유로운 풍경이 펼쳐져 있어서 아주 유쾌했다.
[132] 어디선가 제임슨이나 튤러모어 듀를 입에 댈 때마다,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들렀던 여러 퍼브를 떠올린다. 그곳에 깃들어 있던 친밀한 공기와 사람들의 얼굴이 머릿속에 되살아난다. 그러고 있노라면 내 손 안에 쥐어진 술잔 속에서 위스키는 조용히 미소짓기 시작한다.
그럴 때면, 여행이라는 건 참 멋진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레 든다. 사람의 마음속에만 남는 것. 그렇기에 더욱 귀중한 것을 여행은 우리에게 안겨 준다. 여행하는 동안에는 느끼지 못해도, 한참이 지나 깨닫게 되는 것을. 만약 그렇지 않다면, 누가 애써 여행 같은 걸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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