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공부 좀 잘하는 학생들이 간다는 학교인 카이스트. 수준 높은 학교인 만큼 과학에 관심이 있는 고등학생이 갈망하는 학교 중 하나이다. 왠지 이러한 카이스트의 학생들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르게 절대 놀지 않고 명석한 두뇌로 수학, 물리 문제만 풀고, 교수와 실험결과를 두고 매일같이 열띤 논쟁을 벌일 것 같지 않은가?
그러나, 카이스트 학생들도 댄스 스포츠, 농구, 축구, 뮤지컬 등 다양한 과목을 수강하며 하며 자신을 계발한다. 한편으로는 학점관리 때문에 흥미있는 과목과 학점이 잘 나오는 과목 사이에서 갈등하기도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카이스트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게 학생들이 직접 자신들이 학교에서 부딪히고 느낀 점들을 단편 에피소드 식으로 쓴 책이 ‘카이스트 명강의’이다.
제목이 ‘카이스트 명강의’인 만큼, 악명 높은 ‘Freshman Design Course’, 이름만 봐도 어려운 ‘고급물리학’, 뭘 가르치는지 감도 오지 않는 ‘대덕연구단지의 어제와 오늘’ 등 전공강의부터 교양강의까지, 카이스트의 다양한 교수님의 강의들이 소개되었다.
필자에 의하면, 각각 다른 교수님들의 강의들은 개개인의 특색을 가지고 있다. 이 강의들을 이해하려면 내가 지금까지 겪어오던 딱딱한 고등학교 교육과정과는 달리 굉장히 유연한 사고가 필요할 것 같았다.
다양한 강의들을 소개받으면서 신기했던 점은, 바로 철학과 같은 인문계열 강의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고, 많은 과학고 출신 학생들도 이러한 과목에서 엄청난 매력을 느꼈다는 것이다.
나는 이공계 계열 대학에서 학생들이 그런 과목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역으로 중고등학교에 이과 과목에만 온 힘을 쏟았던 그들에겐 철학과 인문학은 가뭄 속의 단비와 같았다라고 할 수 있겠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 문과는 문과끼리, 이과는 이과끼리만 가까워지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문과 이과를 나누는 것은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고전 시를 읽으면 이과 학생도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고, 과학을 공부하면 문과학생도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이공계, 인문계열을 나누는 것은 자신의 지식을 불균형하게 만들고, 스스로의 성장가능성을 제한해버리는 지름길인 것 같다.
카이스트 교수이면서 <과학콘서트>의 저자인 정재승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분야라는 벽에 갇히지 마시고 탐구하고 싶은 주제에 대해 왕성하게 지적 욕구를 충족하시길!’
수십 명의 카이스트 학생들이 각자 수강해보고 의미있다고 생각한 추천할만한 강의를 쓴 책이이라서 개개인이 느낀 점은 달랐지만, 딱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협동심의 중요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대학 과제의 많은 부분이 조별과제로 이루어진다. 하루 이틀도 아닌 한 학기 동안 같은 조원과 함께 의견을 조정하면서 과제를 수행하려면, 머리가 좋은 것만 필요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카이스트에서 어떤 교수님은 'Peer evaluation이라는, 학생들끼리 서로를 평가하는 평가 방식을 이용한다고 한다.
나는 고등학교 조별과제에서 그리 두각을 나타내거나 열정적으로 임하지는 않아서 선생님이 Peer evaluation을 하게 만들면 거의 평균점수만 받는다. 그러나 필자의 이야기를 들으니 앞으로는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여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Peer evaluation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그 만큼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나의 중요성이 높아진다는 뜻이 아닐까?
중고등학교 학업에 치이는 시대에 공부하다 지칠 때면 읽어볼만한 참 유익한 책이다. 대학에 가면 무엇을 할까 궁금증을 가진 친구들에게도 많이 도움이 될 것이다. 많은 과학고, 영재고 출신들이 좋은 대학에 간다. 남들이 보기엔 그들은 완벽한 엘리트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도 그들만의 고충이 있고, 공부만 해온 학창시절 때문에 대학생활에서 어려운 점도 많다고 밝힌다.
카이스트 강의에 대한 책이지만, 나는 책 속에서 대학생들도 학교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그 어려움을 극복한 사례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나와 같이 대학을 향해 달리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이 책을 꼭 읽어보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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