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인 둘째 아들의 국어문제집에 <원미동 사람들>에서 인용된 지문이 있어 더 알고 싶은 마음에 도서관에서 대출했습니다. 1980년대 후반 우리나라가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을 치르면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부동산 개발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부천시 원미동이라는 한 지역이 배경입니다. 그곳에 자리 잡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소시민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날것으로 담아낸 소설입니다.
이야기는 서울에서 근근이 월세를 내며 살다가 이를 버티지 못하고 경기로도 탈출하는 부부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상황이 더욱 애처로운 것은 보살핌을 받아야 할 만삭의 아내를 데리고 돈 때문에 피난 가듯이 이삿짐차 짐칸에 타야 하는 상황입니다. 목적지는 부천시 원미동입니다.
국제적인 축제로 나라는 들떠 있고, 군사정권 하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나 부동산으로 특혜를 본 사람들은 걱정이 없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일에 충실한 나머지 서민들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주거의 불안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전체적인 소설의 분위기가 팍팍한 서민의 삶을 반영하듯 회색빛입니다. 1987년경 원미동의 한 거리에 자리 잡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원미동도 부동산 개발의 영향권에 들어갑니다. 부동산이 개발되며 자연스럽게 땅부자가 된 노부부가 있습니다. 부자가 되었지만 그 재산에 의지해 대충 살아가는 자녀들로 인해 노부부의 걱정은 커져갑니다.
새로 지은 연립주택에 생애 첫 내 집을 마련해서 들뜬 마음으로 입주한 가족이 있습니다. 하지만 입주해보니 이곳 저곳이 부실하게 지어져 다시 돈을 들여 수리해야만 합니다. 부동산 개발의 붐을 타고 땅을 사서 부자가 된 사람, 집을 부실하게 지어서 팔고 부자가 된 사람 등 남이야 어찌 되든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자신만을 생각하기에 대부분의 우리는 고스란히 피해를 감수합니다. 그렇게 서민들은 잡초처럼 살아갑니다.
또 다른 가족은 지방에서 상경해서 식료품 가게를 열고 부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합니다. <원미동 사람들>은 이처럼 1987년 원미동에서 살았던 서민들의 모습을 그린 소설입니다.
<원미동 사람들>은 수도권이 급속히 확장되고 부동산이 개발되던 시기를 되돌아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1987년이란 시간은 더욱더 과거가 되고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아련한 추억 속에 자리 잡을 것입니다. 이 소설은 그런 시간의 흐름을 역행해서 온전히 그 시대를 알리는 역할을 하겠죠. 그때는 이렇게 살았었다고.
이 책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빌려봤는지 많은 사람을 거쳐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수도권에서 열심히 살아가려고 했던 시민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흥미로운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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