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계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잡초나 벌레를 제거하기 위한 농약도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회복력을 이용해서 농산물을 재배하는 자연농에 관련된 책이다. 현실적이지 않을 것 같지만, 소출이 실제보다 적게 나오기는해도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례로 나온다. 한국인과 미국인으로서 두 저자는 함께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책을 내고, 사이트를 관리한다. 한국에도 이미 자연농을 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하 책에서 발췌했다.
[71] 스승과 선배들에게 얻은 가르침을 바탕으로 삼아 매일 논밭에서 식물과 곤충과 새를 직접 만나며 배우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책에서, 다른 사람에게, 또는 농장에 가서 얻는 지식뿐만 아니라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느끼면 알아가는 게 가장 중요한 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80] 하지만 정말로 해야할 때, 마땅한 때가 오면 ‘내가 할 일은 이것밖에 없어’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그런 절대적인 확신이 들 때까지는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120] 제 생각에 농사는 먹을거리를 키우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상을 보는 마음가짐이기도 해요. 세균이나 곰팡이, 땅다람쥐, 새처럼 농장에서 만나는 모든 생명체들에게 좀 더 사려깊에 대한다면, 나아가 사회생활이나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더 넓은 관점으로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 게다가 농사를 지으면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기 때문에 늘 더 친근하고 의미있는 관계를 만들 수 있어요.
[125] 이렇듯 지구를 집으로 보는 관점은 내 일상을 서서히 변화시켰다. 작은 물건을 살 때나 바깥에서 음식을 사먹을 때 이 행동이 내집과 가족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보면서, 되도록 피해를 끼치지 않는 쪽으로 조심한다.
[137] 예를 들면 채소를 키우는 데 얼마나 많은 노동이 필요한지, 어디서 어떻게 재배되는지 아는 건 정말 중요하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레스토랑의 모든 직원들부터 밭에서 하는 일을 정확히 알게 하려고 합니다. 직접 밭으로 나와서 땅에 무릎을 꿇고 손에 흙을 묻히며 참여하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177] 행복한 생활의 기회를 가지게 된 사람들은 보다 친절해지고, 서로 덜 괴롭힐 것이고, 의심의 눈빛으로 남을 바라보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선한 본성은 세상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며 이는 경쟁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편안함과 안전에서 나오는 것이다 – <게으름에 대한 찬양> (버트런드 러셀 지음, 송은경 옮김, 사회평론) 중에서
[188] 몸과 마음이 모두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던 것입니다. 기존의 농사방법에 대해, 나아가 삶의 방식에 대해 의문을 품었지요. 그 무렵 아사히신문에 소설가 아리요시 사와코 씨가 <복합오염>이라는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그 글을 읽으며 그동안 제가 얼마나 끔찍한 일을 해왔는지, 어떤 실수를 저질러왔는지 알았습니다. 농사와 생활 방식 모두를 바궈야 한다는 걸 절감했지요. 문제를 안 다음 더 이상 잘못을 저지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방식을 포기하고 지금의 자연농으로 바꿔나갔습니다.
[199] 아카메는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걸 중요한 목표로 합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합니다. 학교 운영과 마찬가지로 이곳에 오는 분들 역시 자립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자신을 계발하고 배우기 위해 모인 이곳에서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선 안 된다는 게 원칙입니다. 자신의 힘을 깨닫고 오롯이 자기 힘으로 서야만 강하고 굳건한 사람이 됩니다. 동시에 즐거운 길이기도 하죠. 이곳에서는 모두가 스스로의 성장을 기쁘게 여깁니다.
[232] 이런 평범한 날들 속에서 문득 문득 행복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도시에서 살던 때와 달리 지갑을 한 번도 열지 않은 채 며칠씩 지나가기도 해요. 신문과 TV에선 늘 투자 방법, 경기 회복 같은 걸 이야기하지만 제 생각에 돈은 그저 도구일 뿐이에요.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먼저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어야만, 그런 다음에야 행복하게 돈을 벌고 쓸 수 있을 것입니다.
[244] 또 하나 훌륭한 점은,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답’을 살아간다는 걸 이야기하기 때문이에요. 인생에는 문제가 있고, 답이 있지요. 많은 사람들은 문제를 추구할 뿐 답을 찾지 않아요. 환경을 위해 이것이 좋다. 저것이 좋다 하는 식이죠. 하지만 세상을 좋게 하자면서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요. 제가 보기에 그건 진정한 삶의 방식이 아니에요. ‘문제’가 아니라 ‘답’을 살면, 하루하루가 즐겁고 보람 있지 않을까요? 화를 낼 일도 없어지고요. 세상의 모든 것에 감사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자기가 먹을 것은 자기가 직접 기르고, 병이 나더라도 자기가 직접 고치고, 만약 그렇게 살아간다면 스트레스도 불안도 사라질 거예요.
[245] 한 사람이 건강한 먹을거리를 먹고, 매일 즐겁게 밭일을 하고, 자연과 함께하면서 먹고 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을 윽박지르거나 서로 경쟁하고, 여러 잘못된 생각들을 품게 되죠. 그런 생각들로 채워지면서 점점 더 세상은 이상해져요.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어요. 모두가 사이좋게, 자연과도 사이좋게, 하루하루 감사하면서, 그 이상 필요한 게 있나요. 매년 우리는 걱정 없이 열매를 얻을 수 있잖아요. 각자 저마다의 능력으로 그렇게 살아갈 수 있게 되어 있어요.
[248] 자연농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세상을 두루 경험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듣는 걸 정말 좋아하시는 그런 천성이 기타 할아버지의 건강 비결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만, 라오스, 한국으로 이어지는 여행 이야기에 흥미롭게 귀를 기울였다. 농사철에는 하루하루 땀 흘려 일하고, 농한기에는 발길 닿는 곳, 가보고 싶었던 곳, 궁금한 곳들로 두루 여행을 떠난다고 하셨다.
[255]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방식, 한때는 나 역시 그랬고 아직도 그 버릇을 놓아버리지 못한, ‘지금이 아닌 과거와 미래에 얽매인 삶’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기타 할아버지의 표현을 빌리자면 ‘질문만 하는 삶’과 ‘답을 사는 삶’은 얼마나 다른가에 대해서도 되새겨보았다.
♣ 관련 사이트 : www.finalstraw.org
♣ 자연농 이해에 도움이 되는 책
<짚 한 오라기의 혁명> 후쿠오카 마사노부, 최성현 옮김, 녹색평론사, 2011
<신비한 밭에 서서> 가와구치 요시카즈, 최성현 옮김, 들녘, 2000
<자연농, 느림과 기다림의 철학> 쓰지 신이치, 가와구치 요시카즈, 임경택 옮김, 눌민, 2015
<가와구치 요시카즈의 자연농 교실> 아라이 요시미, 가가미야마 에츠코, 최성현 옮김, 정신세계사, 2017
<산에서 살다> 최성현, 조화로운삶, 2006
<작은 것이 아름답다> E.F.슈마허, 이상호 옮김, 문예출판사, 2002
<식물은 위대한 화학자> 스티븐 해로드 뷔흐너, 박윤정 옮김, 2013
<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김경온 옮김, 두레, 2005
<신성한 경제학의 시대> 찰스 아이젠스타인, 정준형 옮김, 김영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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