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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370]값싼 음식의 실제 가격_신자유무역 시대 글로벌 식품 가격 구조와 보조금

by bandiburi 2021. 4. 4.

도서관에서 흥미로운 재목에 이끌려 <값싼 음식의 실제 가격>을 읽었다. 소설처럼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국가 간 농축산물 수출입이 많은 시대에 가격구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농산물이 농가에서 생산되어 중간 가공상을 거쳐 소매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될 때 가격이 '실제 가격'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가끔 아이들을 위해 삼겹살을 사려고 하면 옆에 있는 수입 소고기 가격과 견주게 된다. 삼겹살보다 저렴한 경우도 있다. 한우는 비싼데 멀리 미국에서 가져옴에도 값이 싼 이유가 뭘까. 저자는 말한다. 여러 명목으로 제공되는 보조금이 가격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높이거나 농가에 국가 간 협정에 의해 허용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책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의 밀가루 원조에 대한 부분이다. 한국전쟁 이후 경제적으로 어렵던 한국민들에게 미국은 밀가루를 무상 원조했다. 이것으로 국수나 수제비 등으로 허기를 달랬다. 사실은 미국에서 2차 세계 대전 이후에 남아돌던 밀가루를 처리하는 방안으로 대한민국에 무상원조가 제공된 것이었다.

어느 순간 무상이 유상이 되었고 현재까지 밀가루 음식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반면에 자급률이 높은 쌀 소비는 점진적으로 줄고 있다. 먹는 것이 풍요로운 시대에는 건강을 위해 탄수화물 소비를 줄인다며 쌀은 줄이고 간식거리인 빵 등으로 밀가루 소비는 늘어났다. 밀가루는 거의 전량을 수입하고 있다. 

농축산물은 가격탄력성이 거의 없어서 시장의 수요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어렵다. 보관도 용이하지 않다. 특히 우유같은 경우는 양이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진다. 구매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생산자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또한 저자가 '모래시계'라고 표현한 농축산물의 서플라이 체인은 유통구조를 잘 설명한다. 농축산물의 생산자는 굉장히 많지만 가공업자나 소매업자는 큰 기업 몇 곳이 과점하는 구조가 많다. 그래서 모래시계의 홀쭉한 부분처럼 일부 플레이어가 가격을 결정해가는 시스템에서 농축산물 생산자들에게 돌아가는 마진은 크지 않다. 

미국이나 우리의 농촌이 처한 동일한 상황은 생산물의 가격 증가에 비해 운영에 필요한 육종이나 비료, 농약 등의 비용이 더 빠르게 증가한다는 점이다. 자칫하면 농사를 광작으로 지을수록 중간에 자재를 공급하는 자들만 좋은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농민은 생산물을 도매가로 팔고, 운영비는 소매가로 구입하므로 불리한 상황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농축산물 중에서 소고기가 가장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킬로그램의 소고기를 만들기 위해 옥수수나 콩 같은 곡물 7킬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식물성 단백질 7킬로그램을 먹여 동물성 단백질 1킬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왜냐하면 미국의 광활한 평원에서 짐승을 키우기 위한 옥수수와 대두를 재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기아로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옥수수와 대두 90퍼센트 이상을 사료용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다. 요즘 세상은 음식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사 먹을 경제적 형편이 안되어 문제다.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사 먹을 수 있는 적정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이 농산물 원조를 한다면서 돈으로 지원하지 않고 농산물로 지원할 때 운영비, 관리비, 자문비 등의 명목으로 부대비용이 소비되어 실질적인 지원비용은 1달러 중에서 6센트 정도라고 한다. 생색은 내지만 실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달하는 것은 아주 적은 금액이고 나머지는 원조국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글로벌 농축산물 무역의 현상황을 알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아래는 내용을 요약한 부분들이다.

이제는 농업을 단지 <산업화의 하녀> 취급하지 말고, <발전 속의 농업이 아닌, 발전을 위한 농업>이 맡은 역할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26페이지

자유 시장 이념은 모든 농민들이 시장 신호를 읽고 비교적 유리한 작물에 투자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현지의 현실은, 이런 철학을 배신한다.-33페이지

그린박스 조치들은 가장 흥미로운 부분으로서, 바로 이곳에 각 국가들이 자국의 교역 왜곡 보조를 감춘다-36페이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은 뉴딜 가격 보조 프로그램 때문에 엄청난 양의 밀 재고를 갖고 있었다. 미국 정부는 시세에 해를 끼치지 않으며 이 과잉분을 덜어 낼 방법을 찾고 있었다. 미국 정부는 개도국들에 밀을 <무료 판매>, 즉 미 공법 480호에 따라 높은 보조율로 제공했다.(중략) 1950년과 1976년 사이, 1인당 밀 소비량은 개도국에서 60퍼센트 이상으로 증가했으며, 밀이 없는 시리얼의 일인당 소비량은 20퍼센트 증가한 반면, 근본 작물은 20퍼센트 감소했다.-41~42페이지

경제의 다른 부문들과는 달리, 농민은 그들의 생산품을 도매가로 팔지만, 그들의 운영비는 소매가로 지불한다.-45페이지

<모두가 같은 규칙 아래 활동해야 한다>는 WTO 요구 조건으로부터 면제하는 정책을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이나, 식품이 지닌 특이성은 다른 상품에 비해 특별하다. 식품을 다른 방식으로 다루는 것이 오히려 더 공정한 교역이라고 본다. -46페이지

미국 정부는 모든 식량 원조의 75퍼센트를 비용에 상관없이 미국 국적의 수단으로 운송하기를 요구했다. 이어 또 다른 조건은 25퍼센트의 화물이 반드시 그레이트 레이크 항을 지나치도록 요구했다. -55페이지

원조국의 자문 위원 수수료, 아프리카 국가들의 부채 청산 비용, 행정 비용과 운송 비용을 제하고 나면 식량 원조로 실제 원조금액은 많아야 1인당 6센트에 불과하다. 공제액을 모두 빼고 나면 실제 원조는 미미하므로, 이를 통해 우리가 성과를 전혀 거두지 못한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56페이지

멕시코에서와 같이, 해외 투자자들을 위해 일하는 세계은행과 IMF는 코라손 아키노 정부가 260억 달러의 해외 부채를 우선순위로 간주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69페이지

아마르시아 센에 따르면, 근대의 음식 위기는 음식의 부재보다는 그것을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의 부재와 연관되어 있었다. 1943년 벵갈 지역의 기근에 대해 검토하면서, 센은 충분한 음식이 있었음을 발견했다. (중략) 난제는 음식의 부재가 아니라 소비 가능한 음식의 부재였다. -73페이지

실제로, 영양주의는 지배적인 (저가) 식품 체계를 위협하기는커녕, 이 체계를 역사적인 위치를 안전하게 지켜 준다. 산업 식품을 더 이상 <공허한 칼로리>를 대표하는 것으로 쉽사리 비판할 수 없게 되었다. 식품이 단순히 칼로리와 동일시되었을 때에는 공정한 비판이었는데 말이다.-104페이지

농민들이 식품에 소비되는 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어든다는 사실은 농업 보조금의 진짜 수혜자가 농작물 처리업체와 식품 및 음료 생산업체들이라는 것을 보여 줄 따름이다.-110페이지

소, 돼지, 가금류가 먹어 치우는 총량은 대충 잡아도 전 세계 밀의 절반, 옥수수의 90퍼센트, 대두의 93퍼센트에 달하며, 이는 전 세계에서 술을 담그고 기름을 짜내는 데 쓰는 분량을 뺀 나머지 전부라고 보아도 무방하다.-126페이지

온실가스들이 모두 동등하지는 않기에, 아산화질소(N2O)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어림잡아 300배의 지구 온난화 지수 GWP 값을 취한다.-149페이지

이는 곡물을 동물 단백질로 바꾸는 과정이 비효율적인 일(인간이 먹을 수 있는 것을 또 다른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바꾸는)들 중 하나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섬유소(인간이 먹지 못한다)를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바꾸는 것에 대한 비효율은 다른 차원의 얘기가 된다. -152페이지

단위 킬로그램당 닭, 돼지, 소를 키우는데 필요한 먹이, 열량 및 단백질 양

연구자들은 식생활을 바꾸는 것이 그 지역에서 생산된 음식을 구입하는 것보다 온실가스 발자국을 낮추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173페이지

인회암을 향하여 점차 늘어나는 우리의 허기에 의해 일어난 초기 피해자는 나우루라는 작은 섬나라다. -197페이지

오줌이 변기 안의 변과 섞이지 않는다면 본질적으로 항생 물질인 오줌은 단순한 저장 과정만을 거쳐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다. -199페이지

전 세계적인 농약의 만연이 최근 생태적 회계 관행의 돌풍을 일으키는 데 일조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더 이상 농약의 실제 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 납세자, 농장 노동자, 환경, 미래 세대가 지불해야 할 요금 때문에 농약이 약속하는 그 모든 이점이 퇘색하고 있기 때문이다.-219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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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문화적 단작의 복합적 결과를 주목하라. 전통 음식에 들어가는 산물과 그것을 먹고 요리하기 위한 지식을 잃다 보면, 우리는 한두 세대 이후에 무엇을 잃고 있는지도 전혀 모르는 시점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이때, 우리는 그것들을 영원히 잃게 되는 것이다. -247페이지

미국 식품체계 <모래 시계>

일례로 미국에는 약 2만 5천 명의 음식 가공업자와 제조업자들, 그리고 11만 2천6백 명의 음식과 음료 소매업자들이 있다. 마치 모래시계와 같은 좁은 중앙부는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시장 집중화를 반영한다.-271페이지

농민들은 그들이 생산하는 작물의 특징 때문에 특히 구매자 지배에 크게 좌우된다. 많은 농산물들은 보존이 어렵다. 바로 이 점이 동물 단백질(특히 육류와 유제품) 생산자들이 특히 구매자 지배에 취약한 이유다.-284페이지

여러 해 동안 중국은 꿀벌 군체의 건강을 통제하기 위해 동물 항생제 클로람페니콜을 사용해 왔다. 미 식약청은 모든 식품군에서 그 약물의 사용을 금지했다. -294페이지

미화 1달러를 벌기 위해 최소한 미화 7달러가 드는 투자가 재무적으로 안정적이라고는 아무도 주장하지 못하리라. 곡물과 물, 토지가 날로 귀한 자원이 되어가는 이 세상에서, 1킬로그램의 소고기를 얻으려고 최소한 7킬로그램의 곡물을 투입한다면 어떻게 식량 안보를 이룰 수 있겠는가?-327페이지

작물은 생존하기 위해 토양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토양은 지원 체계로서, 영양분과 물을 담는 매개체다. 수경법hydroponics(그리스어로 물을 뜻하는 hydro와 노동을 뜻하는 ponos에서 기원했다)은 토양 없이 미네랄 영양소 용액을 이용하여 식물을 재배한다. -343페이지

디킨슨 데미스포미어는 저서 <수직 농장 The Vertical Farm>에서, 한 딸기 재배농이 허리케인으로 파손된 자신의 30 에이커의 밭을 수력 적재기를 이용한 수직 농장(수경 수직 원예 시스템)으로 대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농부는 허리케인 피해를 입기 전 30 에이커에서 생산했던 양을 현재 1 에이커 면적에서 생산하고 있다.-345페이지

 


독서습관370_값싼 음식의 실제 가격_마이클 캐롤런_2016_열린책들(2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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