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독자에게 호기심을 자극하며 부동산을 통한 재테크 기술이라도 담겨 있으려나 집어 들게 만드는 책이다. 사실 소설가 김윤영의 책이 궁금해서 그녀의 책 중에서 한 권을 골랐는데 이 책 제목이 가장 끌렸다고 하겠다.
소설 초반부에 주인공이 태국에서 도인과 같은 한 여인을 만나는 장면에서 나는 소설속으로 빠져들었다. 특이한 결혼생활과 연대보증 문제로 도피한 주인공에게 뜻밖의 환경이 제공된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던 그녀에게 도인의 오빠라는 부유 하지만 건강이 좋지 않은 노인가 제안을 한다.
눈썰미 좋고 글로벌한 시야를 가진 소설가인 그녀는 부동산에 대한 전문가가 될 것을 요구 받고 열심히 배우고 실전을 쌓아간다. 결국에는 노인의 요청에 따라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적정한 부동산을 찾아주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다. 노인과 주인공 사이의 이야기가 진전되면서 그녀의 남편의 행적에 대한 부분도 점점 구체화된다.
코스톨라니의 달걀을 주인공이 노인에게 설명하는 장면을 통해 독자는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게 된다. 2021년 4월의 시작인 지금은 코스톨라니의 달걀 이론으로 보자면 'X'의 위치에서 B3로 넘어가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영끌이란 용어가 나오고 전문가들은 이미 빠졌을 것 같다.
부동산이나 경재 전문가가 되기 위해 주인공이 필드를 누비고 이론적인 실력을 쌓아가는 과정을 통해 노력이 많이 필요해 보였다. 소설이지만 실생활에도 접목할 수 있는 점이 있어서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었다. 결국 주인공 부부가 집값에 연연하지 않고 집을 팔고 다시 원하는 삶을 찾아 출발하는 모습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살고 있는 아파트로 사람을 평가하는 저급한 삶을 살 것이 아니라 짦은 우리 인생을 병과 죽음이 임박해서 후회하지 않도록 건강할 때 주변 사람들과 교류하며 즐겁게 살아야 한다.
남들은 궤변이라고 하겠지만 상관없어. 나한테 돈을 벌게 해줘서가 아니라 내가 미국을 좋아하는 이유가 딱 하나 있는데 그 정신이야. 거긴 갑부들의 마인드가 비교적 건전해. 벌 땐 벌고 풀 땐 푸는 거, 우린 이거 아주 희박하지. 기껏 지 새끼들한테 불법으로 물려주려고 별별 지랄을 다 하고 한 나라의 사법부를 다 교란시키고... 그러면 안 돼. 그건 돈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53페이지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정 사장과도 비슷한 면이 좀 있었다. '투자는 지적인 도전 행위다'라며 웬만한 사람들을 모두 한 수 아래로 깔보고 이죽거리며 즐기는 자세, 낙관적이다 못해 자아도취적인 퍼스낼러티. 역시 사람은 멘토를 닮기 마련인 것이다.-82페이지
젊을 땐 시간이 우릴 기다려줄 거라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 믿을 수 없는 게 세월이라네.-136페이지
박 선생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슬픔도 그런 것이었다. 젊은 사람들만큼 감정과 욕구가 끓어 넘치지만 그걸 담아내기엔 역부족인 신체, 인간의 한계, 나이 듦의 비극... 꼭 멀리 있는 얘기가 아닌 것 같았다. 멀쩡한 사람도 어느 한 순간 아차 하는 사고로 기능이 정지될 수 있다는 걸 우리는 계속 봐왔다. 잠재적으로 우리 모두는 장애인인 것이다.-179페이지
그 사람의 인격을 깎는 것만큼이나 몰상식한 말이라도 사람들은 이제 별로 개의치 않는다. 무슨 집값 올림픽이라도 벌이듯, 너도나도 더 높은 집값을 향하여 비교하고 깎아내리고 분석한다. 교양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드러내 놓고 험담을 하진 않지만, 그 정도 동네 그 아파트라면 레벨이 어느 정도인지 따져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거나 배 아파하거나 둘 중 하나다.-259~260페이지
독서습관372_내집 마련의 여왕_김윤영_2010_자음과모음(21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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