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915년에 보스턴에서 태어나 2008년 버몬트 주에서 사망한 타샤 튜더가 직접 쓴 에세이다. 최근에 읽었던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와 비슷한 인생 철학과 삶의 지혜가 담겨 있는 책이다. 한편으로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와 같이 전원에서 자급자족의 삶에 만족하며 자신의 행복을 찾아간 삶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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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라는 것은 온전히 마음에 달려 있다. 난 행복이란 마음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이곳의 모든 것은 내게 만족감을 안겨준다. 내 가정, 내 정원, 내 동물들, 날씨, 버몬트 주 할 것 없이 모두.-22페이지
나는 책으로 교육을 받았다. 그웬 아줌마는 밤마다 10시나 11시까지 책을 읽어주었고, 우린 다음 날 아침 8시에 학교에 가야 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29페이지
타샤 튜더는 화가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는지 15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혼자서 살기 시작했지만 23세에 첫 그림책을 냈다. 30세에 시골로 이사해서 2남 2녀를 양육하고 56세에는 더욱 시골인 버몬트 주에서 염소젖을 짜고, 채소를 키우며, 꽃을 가꾸면서 자연과 함께 자급자족형 삶을 살았다.
우리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문제 푸는 연습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자. 저자가 얘기하듯 책으로도 충분히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우고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찾고 깊이 있는 배움의 길을 갈 수 있다. 관심이 높아지면 실습과 체험을 하면서 지식의 폭과 깊이를 확대해 간다. 부모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나는 이야기를 읽을 때 마치 영화처럼 본다. 모든 것에 움직임과 색이 있다. 책은 내게 대단히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특히 에밀리 디킨슨이 좋다. 그는 '책같이 우리를 머나먼 곳으로 데려가는 프리깃함(소형 구축함)은 없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31페이지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책을 읽는 즐거움 중에 하나는 정보를 얻는 것도 있지만 시공간의 제약 없이 저자가 안내하는 곳으로 상상력을 펼치고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나를 위해 준비되어 있는 다양한 메뉴가 도서관에 늘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요즘은 사람들이 너무 정신없이 살아요. 카모마일 차를 마시고 저녁에 현관 앞에 앉아 개똥지빠귀의 고운 노래를 듣는다면 한결 인생을 즐기게 될 텐데."-55페이지
책에서 보여주는 타샤 튜더의 버몬트 주의 집과 정원, 그리고 실내의 모습은 독자에게 편안함을 준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 있는 도시인들에게 로망이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18세기 19세기에 했던 삶을 살고 있다. 물레를 이용하는 것이 모습이 자연스럽다. 도시에서 바쁘게 살긴 하는데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지 않다. 자본의 독재에 우리의 시간을 헐값에 팔고 있다는 생각은 나만의 것일까.
난 고독을 만끽한다. 이기적일지는 모르지만, 그게 뭐 어때서. 오스카 와일드의 말마따나 인생이란 워낙 중요한 것이니 심각하게 맘에 담아둘 필요가 없다. 자녀가 넓은 세상을 찾아 집을 떠나고 싶어 할 때 낙담하는 어머니들을 보면 딱하다. 상실감이 느껴지긴 하겠지만, 어떤 신나는 일들을 할 수 있는지 둘러보기를. 인생은 보람을 느낄 일을 다 할 수 없을 만큼 짧다. 그러니 홀로 지내는 것마저도 얼마나 큰 특권인가.-64페이지
우리는 자녀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어려서부터 스스로 자신의 삶을 찾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대학이 인생의 큰 관문이라도 되는 듯 학원과 학교, 집을 오가는 바쁜 삶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아이들은 진정으로 그런 삶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풀이보다 더 재미있고 흥미를 끄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 자신의 삶을 고민하고 집을 떠나서 자립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신나는 일을 겪어봐야 한다. 저자가 얘기하듯 해보고 싶은 일을 통해 보람을 느끼기에는 우리의 인생은 참 짧다.
정원을 가꾸면 헤어릴 수 없는 보상이 쏟아진다. 다이어트를 할 필요도 없다. 결혼할 때 입었던 웨딩드레스가 아직도 맞고, 턱걸이도 할 수 있다. 평생 우울하거나 두통을 앓아본 적도 없다. 그런 병은 끔찍하겠지. 염소젖과 정원 가꾸기 덕분일 것이다. 과일과 채소를 손수 기르고, 당근과 무, 순무도 길러 먹는다. 되도록 자급자족하려고 애쓴다.-68페이지
타샤 튜더 할머니의 갸름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 마치 실버 모델 같다. 어떻게 소박한 삶을 살면서도 자신의 건강을 잘 유지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스스로 비결을 밝혔다. 특히 우울하거나 두통을 앓은 적이 없다는 것에 현대인들에게 건강의 비결을 알려주고 있다. 자연과 통해 감동을 느끼고 몸을 이용해 정원과 채소밭을 가꾸고 스스로 재배한 작물을 먹고, 그림을 통해 표현하는 삶이다.
사람들은 날 장밋빛으로 본다. 보통 사람으로 봐주지 않는다. 내 본모습을 못 보는 것이다.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우리는 달과 같아서, 누구나 타인에게 보여주지 않는 어두운 면을 지니는 것을.-137페이지
모든 사람은 타샤 튜더와 같은 삶을 살 수 있다. 그렇다고 그녀에게 밝은 면만 있을 수 없음을 마크 트웨인의 말을 빌려 알려준다. 그래도 그녀의 에세이는 마음을 차분하게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자연과 가까이, 몸을 활용하고, 창의적인 활동을 하자.
나는 요즘도 골동품 식기를 생활에서 사용한다. 상자에 넣어두고 못 보느니, 쓰다가 깨지는 편이 나으니까. 내가 1830년대 드레스를 입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의상 수집가들이 보면 하얗게 질릴 일이다. 하지만 왜 멋진 걸 갖고 있으면서 즐기지 않는담? 인생은 짧으니 오롯이 즐겨야 한다. -141페이지
우리의 관점에서는 전통 식기류를 활용하고 한복을 늘 입고 다니면서 생활하는 것이다. 많이 불편할 것 같다. 타샤 튜더만의 독특한 삶의 모습이다. 가정 주부로서 해야 하는 일이 재미있다고 한다. 현대는 맞벌이가 일상화되어 전통적인 주부들의 역할은 가전제품이 대신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체계 속으로 부부가 모두 들어간 것이다.
지금도 충분히 자급자족의 삶을 살 수 있다. 다만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지속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선다. 저자와 같은 삶의 방식을 견지한다면 소로우가 홀로 살았던 것처럼 필요한 만큼 벌어서 살 수 있을 이다.
난 언제나 첫 폭설이 내리기 전에 냄새를 맡는다. 대기 중에 눈송이 냄새가 분명히 배어 있다. 내게는 기쁜 일이다. 눈과 겨울은 대환영이다. 양동이가 꽁꽁 얼고, 불을 지필 장작을 계속 끌어와야 되긴 하지만. 첫눈이 특히 아름다운 것은, 아직 나뭇가지가 얼지 않아 눈이 잘 쌓이기 때문이다. 밤중에 조용히 폭설이 내려서, 아침에 깨면 세상이 변해버리는 게 특히 좋다.-148페이지
저자의 에세이는 오감을 자극한다. 폭설의 냄새를 맡는다는 표현이 아름답다. 눈송이 냄새는 어떤걸까.
가끔 건초를 던질 때면 한여름의 헛간 냄새가 풍긴다. 창문과 판자벽의 틈 사이로 해가 들어, 부연 공기 중에 빛줄기를 만든다. 하지만 나는 겨울에 여름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셰익스피어가 잘 말했다. '5월의 새로운 환희 속에서 눈을 그리지 않듯, 크리스마스에 장미를 갈망하지 않는다네.' 바로 그렇다. 모든 것에 제철이 있는 법.-166페이지
계절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여유와 그것을 즐길 수 있는 민감성이 보이는 표현이다. 아마도 저자가 화가이기에 주변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세밀하게 글로 표현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인생을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람들에게 해줄 이야기는 없다. 철학이 있다면,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말에 잘 표현되어 있다. '자신 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 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라면, 일상 속에서 예상치 못한 성공을 만날 것이다.' 그게 내 신조다. 정말 맞는 말이다. 내 삶 전체가 바로 그런 것을 -174페이지
https://bandiburi-life.tistory.com/722
나도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삶의 철학에 공감하고 때가 되면 그와 같은 단순한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가 살고 싶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노력을 한다면 결국에는 성공을 만나게 된다는데 나는 그 과정도 즐기고 싶다.
글로 표현한 것은 상상력을 요구하지만 사진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말한다. 추운 겨울에 뒤편으로는 따뜻한 장작불이 타고 있고 물레를 통해 옷감을 준비하는 사진은 그녀의 삶의 철학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독서습관 361_행복한 사람 타샤튜더_타샤 튜더_2008_윌북(2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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