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이 충만한 청년기를 지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했다 싶으면 어느 중년이다. 일을 하고 돈을 버느라 바빴는데 슬며시 자신의 위치를 살펴보기 시작하는 때다.
평균수명이 70세도 되지 않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80을 넘어 100세를 바라보는 세상이다. 중년의 나이가 일선에서 물러나 죽음을 맞이하는 시기가 아니라 제2의 삶을 시작하기 적합한 시기인 것이다.
이 책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은 가족과 직장을 위해 헌신했던 전반전을 마치고 온전히 자신의 성장을 위해 살 수 있는 마흔 이후 30년의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한 원칙을 제시한다. 각 장마다 저자가 접했던 다양한 사례를 인용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여러 사례 중에서 책의 후반부에 소개된 켄이란 인물은 나와 많은 부분에서 유사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읽을 때는 나의 모습을 보는 듯해 소름이 돋았다.
유럽에서는 우리의 생애를 네 단계로 나누는 논의가 활발하다고 한다. 퍼스트 에이지는 배우는 청년기까지로 20대 초반까지이고 세컨드 에이지는 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30대까지를 의미한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며 장수 혁명으로 새롭게 주어진 서드 에이지는 자아 실현을 추구하는 시기로 40세부터 70대 중반까지에 해당된다. 이 서드 에이지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가 개개인의 삶에서 중요하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내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웬일인지 속이 텅 빈 듯한 기분이었어요. 저는 이렇게 생각했죠. '내가 내일 죽는다 해도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동안 너무나 중요하게 끌어안고 살아왔던 것들, 그러니까 직업이나 돈 같은 것들이 너무나 속절없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직업이나 외부적인 성취에 제가 지나치게 큰 비중을 두고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러면서 제 자신이 가진 중요한 면들을 무시해 왔던 거죠.-70페이지
우리는 위의 사례와 같은 감정을 종종 느낀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 물질에 얽매인 길을 걷고 있는 나 자신에게 에너지를 불어넣는 길로 가는 게 중요하다.
그녀는 이혼을, 자신을 찾아가는 또 하나의 여정이라고 긍정적으로 인식하려고 노력했다. -94페이지
세상을 살다보면 우리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다. 결혼이 대표적인 경우다. 서로가 배려하고 인정해줄 때 지속 가능하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서로를 위해 각자의 여정을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중매체의 메시지는 진실이 아니에요. 당신은 지금보다 젊었을 때의 자신이 훨씬 아름답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때는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이 많았고, 자신이 정확히 누구인지도 몰랐고, 느긋하기도 어려웠고, 사고의 깊이도 없었죠. 아름다움이란 외모보다는 정서와 더 관련되어 있어요."-95페이지
도시는 서로가 잘 모르는 타인들의 집합체다. 아파트 맞은편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고 알면 도리어 불편하게 느끼는 세상이다. 서로를 속속들이 알 수 없는 환경이다.
그래서 우리는 외면만을 보고 산다. 외적으로 보이는 것을 강조하니 잘 생기고, 아름다운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이런 상황을 대중매체가 조장하는 허상이라고 말한다. 백퍼 공감한다.
중년으로 갈수록 머리가 희끗희끗해지고, 주름이 생기고 검버섯이 보인다. 자연스러운 부분이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시기라고 생각된다. 사람에 대한 기준, 성공에 대한 기준이 재정의되야하는 시기다.
거의 반세기 동안 그녀는 남들이 자신에게 갖고 있는 기대에 스스로 얽매여 살았다. 늘 다른 사람들의 요구에 관심을 기울이느라 그녀의 세계에는 스스로의 자아 실현을 위한 여유 따윈 남아 있지 않았다.-175페이지
서드 에이지를 멋지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삶의 속도를 조절하고, 자신에게 가치있고 중요한 일에 맞게 삶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해가며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타인의 시각에 맞춰져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는 자신에게 초점을 맞춘 시간으로 채워가야한다. 새로운 도전은 모험이다. 모험은 단조로운 삶에 진지함을 가져오고 신나는 삶으로 인도한다. 이제부터는 재미있는 삶을 꾸려가는 시기다.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권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우리의 현재 모습은 과거에 우리가 한 선택들이 모여서 이뤄진 결과물이다. 서드 에이지에는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음을 알고 내가 원하고, 최선이라고 믿는 것을 선택할 용기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 그럴 때 세상은 이전과 달라진다.
모든 야망이 좌절되더라도 우리는 의미 있는 새로운 목표를 추구해서 그것을 중심으로 자아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은 주관적 자유를 얻게 된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을 우리가 제어하고 있는 한, 우리가 무엇을 하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168페이지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어느새 주변에 아는 지인이 얼마 없다라고 느껴진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즐거운 교제는 삶의 활력소다. 서드 에이지는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 좋은 시기다.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부부들이 몇 있어요. 저희 부부는 이렇게 생긴 우정을 더 튼튼하게 키워가자고 합의했죠.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이들과 어울리는 걸 철칙으로 삼았습니다. 전에는 한 번도 없었던 일이죠."-197페이지
가족과 자신을 위해 살아온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세상에 기여하며 살고싶고 세상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싶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기에 가능하다. 나로 인해 세상이 좀 더 나아졌다고 생각될 때 찾아오는 만족감과 행복감은 어느 것과도 비할 바가 아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고 있지만 세상에는 우리의 손길과 관심을 필요로 하는 빈 공간이 많다.
세상에 대한 관심이 적어진다면 마음이 늙어가고 있고 육체적으로도 쇠락하는 길이다. 마치 리모컨에 의해 작동되는 것처럼 아무 생각없이 반복적으로 융통성도 없고, 반복적인 판에 박힌 일상을 살아간다. 요양원에 있는 노인과 같은 삶을 스스로 살고 있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건강하고 성장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반대로 해야 한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찾기 위해 고요한 마음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요즘 세상은 물질적이고 경쟁을 부추기는 생활 방식이 보편화되어 있다. 그럴수록 틀에 박힌 일상의 계획과 행동을 잠시 멈추고 자신의 존재를 성찰하는 시간을 갖자. 이를 통해 우리의 가치관과 우리가 어떤 존재가 되고자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인식을 갖고 잠재 능력을 일깨우며 뭔가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서드 에이지에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변화시키면 고용 기회의 확대, 배움의 지속, 새로운 경력의 창출,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친밀한 관계, 사회 참여의 확대, 그리고 건강한 생활 방식과 여가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세컨드 에이지에 어울릴 듯한 말들이 서드 에이지에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은 중년을 노년의 초입으로 간주하는 사회적 통념을 깨트린다.
사람이 죽음에 직면하게 되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평소에 금전 문제, 직장 문제, 자녀 진로 등으로 늘 걱정거리로 채워져 있던 일상이 우선순위가 매겨진다.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1분 1초도 생명을 연장할 수 없다. 죽음 앞에서 우리는 겸손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고 아등바등하지 않게 된다. 의도적으로 죽음을 대면하고 우리 삶의 우선순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전에는 돈이 중요하게 생각되었다면 이제는 자유가 가장 중요하게 다가온다. 세상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자유가 중요해진다. 현대의 물질적인 가치관은 외적인 목표를 향한 예측 가능한 길로 우리를 내몰지만 중년에는 사회적 관습을 재점검하고 독립적으로 우뚝 서서 내면으로 관심의 방향을 돌릴 필요가 있다.
켄은 자기 인생의 추진력들을 구분하게 하는 소로의 말에 감명을 받았다. 즉 "자유를 얻고 싶으면 당신 자신의 북소리를 따라가라!"-265페이지
사랑과 우정의 질을 높이는 것, 그리고 그것들이 우리의 삶 속에서 조화를 이루게 하는 것은 제3의 연령기에 쇄신을 이루려는 남녀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288페이지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 우리는 낡은 전제들을 떨쳐버리고, 자신의 한계를 확대하며, 창조적으로 사고하고, 남들과 다르게 살아야 한다. 우리는 과거의 성취에 의존해서 살 수 없다. 나이 들어가는 과정에도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319페이지
독서습관358_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_윌리엄 새들러_2018_사이(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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