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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359]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_행복한 화가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과 이야기_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_2017_수오서재(210319)

by bandiburi 2021. 3. 21.

모지스 할머니는 1860년에 태어나 12살부터는 가정부로 일을 시작했고, 결혼을 해서 남편과 농장 생활을 하며 다섯 명의 자녀를 키웠다. 76세에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제대로 그림 수업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살아오며 본 풍경을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그렸다. 그녀는 1961년 사망할 때까지 1,6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출처: Wikimedia Commons)

농장에서는 늘 한 해 동안 쓸 비누를 한 통씩 미리 만들어두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모은 자투리 기름으로 만들었지요. 고기를 굽고 남은 기름도 종이나 천으로 걸러 비누 전용 냄비에 모아두었어요. 봄부터 작업을 시작했는데, 먼저 통에 나무 재를 담고 그 위에 물을 부어 잿물을 내립니다.(69페이지)

이 책은 모지스 할머니가 살아온 경험을 조곤조곤 옆사람에게 이야기하듯이 설명하고 있다. 자신이 가정부로 살던 집의 분위기, 살아오면서 주변에서 태어난 이야기, 남편을 포함한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들이 잔잔하게 묘사되어 있다. 

(책에서 사진촬영)

교회에 도착하면 얼마나 즐거웠는지. 한 주간의 소식들을 주고 받고, 아픈 사람들, 건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도와 감사와 노래로 하루를 보냈지요. 일요일은 고단한 삶으로부터의 휴식과 즐거움을 누리는 날이었어요.(70)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특징이 있다. 배경이 아름답게 그녀만의 방식으로 그려지고 사람들의 모습은 극도로 단순화되어있다. 특히 얼굴 표정은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점과 선으로 되어 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그린 그림과 같다. 그래서 그녀의 그림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책에서 사진촬영)

결혼 생활을 시작하면서 나는 우리 부부가 한 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남편이 일하는 만큼 나도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만히 앉아 누군가 사탕을 던져주길 기다리는 여자가 아니었어요. 항상 내 몫을 하려 노력했지요.(105)

 

모지스 할머니는 생활력이 강한 여인이다. 치즈를 만들어서 돈을 벌려고 했고 감자칩을 만들어서 생계를 돕고자 했다. 남에게 의지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림을 이전에도 그리긴 했지만 78세에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한 것도 그런 성격이 일조했다고 본다. 그녀가 100세까지 장수한 비결도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끊임없이 손과 머리를 사용한 거라 생각된다. 

(책에서 사진촬영)

어찌 됐든 이게 바로 나의 감자 칩 사업이었어요. 나는 늘 내 힘으로 살고 싶었지요.(165)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목가적이다. 한국의 시골 풍경을 자신의 방식으로 남겨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연습하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나의 화풍이 나오겠지. 잘 그리기보다는 내 머리로 해석되고 나의 손으로 표현된 풍경이 궁금해진다. 

(책에서 사진촬영)

사람이 흥분을 하게 되면, 몇 분만 지나도 안 할 말과 행동을 하게 되지요. 하지만 벌컥 화를 내버리는 게 앙심을 품고 꽁해 있는 것보다 나을 때도 있습니다. 꽁해 있다 보면 자기 속만 썩어 들어가니까요.(193)

 

책에서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점차 과거에서 현재로 온다. 시대적 환경을 보여준다. 마차가 끄는 썰매나 마차에서 자동차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책에서 사진촬영)

나는 우리가 정말 발전하고 있는지 때로는 의문이 듭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여러모로 지금보다 느린 삶이었지만 그래도 좋은 시절이었지요. 사람들은 저마다 삶을 더 즐겼고 더 행복해했어요. 요즘엔 다들 행복할 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202)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문명의 발달과 함께 의식주에 대한 걱정에서 해방되고 문화생활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돈'이 지배하는 자본주의의 굴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물질적인 것이 뉴스를 도배하고 있다. 돈으로 인해 부정부패가 일삼아지고 권력을 주어진 취지에 맞지 않게 돈을 더 벌기 위해 사용한다. LH 사태도 바른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다른 것에서 발생했다.
 
세상이 발전했다고 하는데 빠르게 돌아가는 흐름속에 우리의 시간은 사라지고 있다. 인간관계도 희미해지고 그 바탕에 돈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사람을 의도를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책에서 사진촬영)

애나가 집을 떠나기 전에 나는 처음으로 투표를 했습니다. 나는 여자도 투표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일하는데 목소리를 못 내서야 되겠습니까? 남자보다 일을 잘하는 여자도 얼마든지 있고요. 여자가 가정을 돌보아야 한다고 해도 가정을 돌보는 것에 관한 자기주장을 펼 수 있어야 하지요. 투표권을 갖게 된 이후 여성들은 더 많은 자유를 누리게 되었습니다.(225)

 

모지스 할머니가 생활력이 강하다고 했는데 여성의 권리에 대한 의식이 앞서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책에서 사진촬영)

그러던 어느 날, 뉴욕시에서 왔다는 루이스 J. 칼도어라는 수집가가 후식 폴스 마을을 지나는 길에 내 그림들을 구매했습니다. (243)

 

할머니의 그림은 칼도어라는 수집가의 눈에 띄게 되었고 그의 구매를 시작으로 2006년에는 <Sugaring Off>라는 그림이 120만 달러(약 11억 원)에 팔렸다고 합니다. 그녀는 좋아서 그렸던 그림이었는데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독자들과 그림 애호가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책에서 사진촬영)

사람들은 내게 이미 늦었다고 말하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이 가장 고마워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꿈꾸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때이거든요.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 말이에요.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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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이에 따라 뭔가를 해야할 시기라고 규정하기를 좋아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가야 한다. 대학교를 졸업하면 취업해야 한다. 대기업과 공기업이 안정적이다. 퇴직하기 전에 은퇴 준비를 해둬야 한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일반적인 경향을 반영한 것이다. 

 

할머니의 삶을 보면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이 있고 행복하게 그것을 즐길 수 있다면 그 순간이 전성기다. 꿈을 꾸지 않는 순간 늙기 시작하고 죽음이 가까이 다가온다. 

 

(책에서 사진촬영)

그림을 그릴 때 나는 풍경을 관찰하고 또 관찰합니다. 어떤 초록색을 써야할지 선뜻 결정할 수 없을 때가 많은 것이, 한 그루의 나무에도 서너 가지의 초록색이 들어 있는데, 이런 나무들이 백 그루 있다고 한번 생각해보세요.(259)

 

"유명세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고요. 그보단 다음엔 어떤 그림을 그릴지만 생각합니다. 그리고 싶은 게 정말 많거든요."(263)

 

행복의 비결이 여기에 있다.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주변의 풍경을 세심하게 관찰한다. 머리로 자신의 색깔을 정하고 그림으로 표현한다. 다른 사람이 그림을 어떻게 평가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그리고 싶은 모습대로 표현되었다면 만족한다. 얼마나 단순한 행복의 길인가.

(책에서 사진촬영)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가 정말 발전하고 있는지 때로는 의문이 듭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세상이 달랐어요. 지금보다는 여러모로 더 느린 삶이었지만 그래도 행복하고 좋은 시절이었지요. 사람들은 저마다 삶을 더 즐겼고, 더 행복했어요. 요즘엔 다들 행복할 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274)

 

행복하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나 고민하게 된다. 주변에서 주식과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고 자랑하면 마음이 쓰리다. 인터넷과 SNS가 보편화된 세상에서 앱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뒤처진 느낌이다. 하지만 이런 뉴스와 스마트폰으로부터 멀어진 삶을 산다고 나의 행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마음속에 만들어내는 걱정, 그리고 어려서부터 머릿속 회로에 저장된 경쟁하고 비교하려는 태도가 자신의 행복을 자꾸만 멀어지게 한다.

 

우리의 시간과 행복을 돈을 숭상하는 자본주의 시대에서 되찾아야 한다.

(책에서 사진촬영)

모지스 할머니의 책을 통해 행복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물질문명의 발달을 자랑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하나의 부품처럼 자신을 소비하고 있지 않은지 늘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건강을 해치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녀의 그림은 미국인들에게 전통과 뿌리를 환기시켰고, 소박하고 단순한 삶에 대한 강렬한 향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20세기 미국인들뿐만 아니라 어느 곳, 어느 시대의 사람들도 그녀의 그림을 보면 같은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280)

(책에서 사진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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