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책에서 인용된 <며느리 사표>란 제목부터가 끌림이 있다. 제목에서 내용을 유추할 수 있었지만 저자의 며느리와 아내로서의 삶은 심각했다. 장녀로 살아온 그녀가 마음에 맞는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남자와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했다. 결혼 후 대가족 장손의 아내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결혼 전의 남자와 결혼 후의 남편이 다르다는 것도 깨달았다.
25년은 어머니의 착한 딸로 살았고, 23년은 며느리, 엄마, 아내 역할로 살았다. 남은 인생은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살고 싶다.-25페이지
결혼 후에도 시댁에서 시부모님과 함께 살아야 했고,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구분된 집안 분위기에 억눌려 서열이 가장 낮은 며느리로서 역할을 했다. 8년을 살고 분가한 것인 시부모님 아파트 아래층이다. 분가의 기쁨도 잠시 자녀를 키우며 부모님과의 교류는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 또한 부담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여자는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왜 그런 강요를 따라 살지? 그것을 통해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이지?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지혜를 얻는 일의 시작은 질문이다. 질문을 할 때 답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114페이지
여자가 아닌 남자의 입장에서 읽어도 저자의 며느리와 아내로서의 삶은 공감이 갔다. 시댁 방문에 대한 스트레스를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장손 집안에서 행사 때마다 며칠씩 준비하고 손님을 치르고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다면 지나친 것이다.
레메디오스 바로Remedios Varo의 <마주침 Encuentro>이라는 그림을 우연히 봤을 때, 처음 꿈 작업 때 떨렸던 내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한 듯했다. 꿈은 나에게 내면의 벽장 속에 있는 상자 열기와 같은 것이다.-128페이지
결혼을 통해 맺어진 부부 그리고 그 부모님과 일가친척은 살아온 환경과 습관이 다르기에 서로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고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남편과 아내로서 서로를 비춰서 자신을 보며 성장해야 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저자와 같이 충격요법에 가까운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나 자신의 꿈을 직접 탐색해온 것이 만 10년이 넘었다. 나는 10년간 벽장 속의 상자를 어느 정도 열어보았을까? 2005년부터 꿈을 적기 시작하여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적게 된 꿈 노트가 40여 권이 된다.-131페이지
'며느리 사표'란 봉투를 들고 시부모님께 처음 선언했을 때의 설레임과 긴장감, 하지만 선언하고 난 뒤의 쿨한 시부모님의 반응은 결국 일찍 얘기하지 못하고 참아온 저자에게 허탈한 것이었다. 저자처럼 우리도 내면에서 고민과 걱정이 생각을 키워 차마 얘기하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것들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고 배출할 필요를 알려준다.
똑같은 삶을 산다면 할 얘기는 과거 이야기밖에 없는 것이다. 변화 없이 사는 것은 편안할지 모르겠으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행동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136페이지
며느리 사표 외에도 가부장적인 남편에게 '아내 사표'라는 강수를 둔다. 남편은 망치로 맞은 듯 당황하지만 '이혼'이란 선언에 결국 남편도 세 가지 서약을 지키며 변한다. 이런 일련의 선택을 통해 시댁의 문화가 바뀌고 남편과 자녀들이 일 인분의 삶을 살 수 있는 생존력을 키웠다. 작가로서 자기만의 공간을 마련하는 용기, 그리고 남편에게 '밥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하는 모습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단다. 사실 이런 것들이 모두 한 인간으로서 당연히 선택할 수 있고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각자 스스로 잘 살 수 있을 때 결혼하는 것이다. 자기 일 인분의 경제력과 자신의 밥을 스스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생활력이 결혼의 기초라고 본다. 먼저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고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는 두 사람이 만날 때 건강하고 풍요로운 부부로 살 수 있다. -277페이지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당연하기에 부부가 서로를 배려하고 돕는 문화가 정착되 가고 있지만, 여전히 부모님의 영향으로 바람직하지 않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가족 내의 문화가 있다. 여자가 늘 밥을 준비하는 것도 한 예가 된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영화나, 책을 인용하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해석하고 꿈에 대한 이야기를 덧입혀서 심리학적인 설명을 이어간다. 꿈에 대한 해석을 이렇게 할 수도 있겠네라고 생각하지만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이력서'는 한자로 '履(신발 이), 歷(다닐 력), 書(기록 서)'라고 쓴다. 신발을 신고 걸어온 자신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 이력서다. 결혼 생활에서 내 삶을 살지 못한 나는, 나의 이력을 갖지 못했다. 내 신발을 신고 걸어오지 못했기 때문이다.-77페이지
아들과 딸에 대해 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자립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부분은 참고해야겠다. 개인적으로 부모로서 아이들의 양육은 공식적으로 고등학교까지라고 생각한다. 대학까지는 부모의 형편에 따라 지원할 수도 있다.
"대학을 졸업하면 부모 집을 떠나서 살도록 해라. 각자 자신의 살 집을 찾아봐야 할 거야. 임대보증금과 6개월 치 월세를 보조해줄 테니, 생활비는 각자 일을 해서 살아야 하고, 너희들이 부모로부터 독립하기까지 6개월 정도 연습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거란다."-49페이지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을 하든 아르바이트를 하든 6개월 월세를 제외하고는 자신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막연히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부모의 집에 살 것을 기대하는 자녀들에게는 이런 발표만으로 큰 자극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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