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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355]체 게바라 평전_쿠바 혁명의 영웅이자 영원한 리얼리스트

by bandiburi 2021. 3. 9.

담배를 물고 수염을 기른 사진을 통해 '체 게바라'란 존재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삶을 살았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고 추종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마음 한 구석에는 언젠가 체 게바라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다. 

<체 게바라 평전>은 저자 장 코르미에가 10년 가까운 오랜 시간 그의 삶에 대해 추적한 글이다. 저자 자신이 체 게바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이고 독자는 이를 이해하고 읽는 편이 좋겠다. 7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파란만장한 체 게바라의 삶을 유년 시절부터 사망할 때까지 따라가는 내용이라 영화를 보듯이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체 게바라는 아르헨티나에서 1928년 에르네스토 게바라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의사가 되었지만 쿠바 혁명을 이끌었고, 후에는 볼리비아에서 혁명을 도모하다 1967년에 짧은 생을 마친 순수한 정신의 영원한 리얼리스트였다. 마르크스주의자에서 마오이스트로 그리고 쿠바 혁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소련과 중국과 교류를 하며 이들 나라의 한계를 인식한다. 미국이 라틴 아메리카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신제국주의적 태도에 대해 우려를 했던 체 게바라는 라틴 아메리카의 모든 나라들이 이런 상황에서 분연히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1부는 천식을 앓게 되는 이유부터 선배와 남아메리카를 여행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고, 2부는 아내와 피델 카스트로와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 3부는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친미 정권을 물리치고 쿠바 혁명을 이끄는 이야기 그리고 4부는 쿠바 혁명 후 세계 여러 나라를 방문하며 관료의 삶을 살다 다시 볼리비아 혁명을 도모하는 이야기다.(책의 목차와는 약간 다르게 개인적인 분류다)

출처: 책에 있는 사진

"장사로서의 의료 행위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도시 의사들과 시골 의사 간의 불공평한 처우도 철폐되어야 하구요. 고작해야 암호 같은 기호나 끄적거리는 것 외에 별다른 해결책을 갖지 못한 시골 의사들에게는 체념만이 펴져 있습니다."-67페이지

젊은 시절 체 게바라가 어떤 신념을 가지고 살았는지 알 수 있다. 의사 체 게바라의 태도와 오늘날 대한민국의 의사협회에서 보이는 태도가 상반된다. 최근에 언론에 보도된 내용으로는 의사는 범죄를 저질러도 의사면허가 취소되지 않도록 의사협회에서 나서고 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라는 직업의 혜택만을 고수하려고 한다. 천민자본주의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의대에 진학한 의도가 선하다면 선한 목적을 우선하며 시민들의 존경을 받는 의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의대를 간 목적이 돈을 위한 것이라면 의협 대표처럼 부끄러움도 없이 생명보다 돈을 우선시할 것이다. 체 게바라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의사가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머리를 채워줄 것들을 찾고 있지만 저 사람들은 그저 주머니를 채울 궁리만 하고 있어. 그러고 나서는 또 그걸 비울 궁리를 하느라 야단이고..."-68페이지

오늘 우리들의 삶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말이다. 언론은 연일 주식과 부동산과 같은 자본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것을 보도한다. 돈이 만병통치약처럼 인식된다. 자본축적을 통한 부가 부각되는 만큼 건전한 노동을 통한 부의 가치는 줄어든다. 사람들에게 부를 추구하게 만들고 부를 가진 자들을 부러워하게 만든다. 그리고 가진 부를 통한 소비하는 방법을 유도한다. 상품을 광고하고, 소개하고, 사용 경험을 공유하며 부를 비워가는 방법까지 안내해준다. 부지불식간에 그런 자본주의 소비사회로 대중을 끌어들인다. 깨어있는 시민의식을 조장하는 글을 보기 힘들다. 

출처: 책에 있는 사진

"나는 깨달았다. 단 한 사람이나 단 한마디의 말이 순식간에 우리를 끔찍한 심연으로 떨어뜨릴 수도, 혹은 도저히 닿을 법하지 않던 정상으로 올려놓을 수도 있다는 것을."-100페이지

우리는 이전 대통령들의 말뿐인 리더십을 통해 리더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진실을 추구하는 사회적 리더의 모습이 필요하다. 한 나라의 대표로 뽑힌 리더가 자신과 주변인들의 이익을 국민의 이익보다 앞세울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우리는 잘 안다. 하지만 허가를 해주는 권력, 죄를 판단하는 권력, 법을 집행하는 권력, 병을 치료하는 권력, 돈을 집행하는 권력, 사람을 선택하는 권력, 정보를 가진 권력 등 다양한 권한을 우리는 공무원들에게 부여했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공무원들은 그것이 특권인양 권한을 준 국민들을 우롱하는 데 사용한다.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일벌백계로 다시는 그런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람과의 관계가 선악을 구분하는 기준을 좌지우지하면 안 된다.

출처: 책에 있는 사진

긴 얘기도 필요 없이 두 사람은 제국주의의 억압으로부터 라틴아메리카 민중을 해방시켜야 하는 절대적 필요성에 뜻을 같이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174페이지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가 처음 만났을 때를 설명한다. 쿠바 민중을 미국 제국주의와 손잡은 정권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이들이 벌인 게릴라 활동은 그렇게 목숨을 건 행동이었다. 이들이 소수의 인원으로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농민들의 지지를 얻고 궁극적으로 아바나까지 입성한다. 생명까지도 걸 수 있는 것은 제국주의로부터의 민중 해방이라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출처: 책에 있는 사진

젊은 공산주의자의 의무는 본질적으로 새로운 인간형의 완성입니다. 새로운 인간형의 완성이라는 말은 최고의 인간에 접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최고의 인간은 노동과 학문, 이 세계 모든 민중과의 부단한 연대를 통하여 정제된 인간입니다. 이 지구 상 어디선가 무고한 목숨이 꺼져갈 때 함께 고통을 느낄 수 있으리만치 감성이 계발되어 있으며, 자유라는 깃발 아래 분연히 일어설 줄 아는 인간입니다. 

마음에 잔물결을 일으키는 문장이다. 체 게바라의 삶을 단적으로 표현한 글이다. 그는 게릴라 활동을 하면서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을 가르쳤으며, 자신이 부족한 점은 배웠다. 늘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잠들기 전에 책을 읽었다. 노동과 학문을 병행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정제된 인간으로 향하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 무고한 사람들에 대해 선한 사마리안과 같이 공감하고 행동해야 한다. 

'학문에 취미가 없다면 손을 쓰는 일이라도 해야 한다'는 게 대장의 지론이었죠.-461페이지 

우리는 하나로 뭉쳐야 합니다. 가장 고귀한 재산인 자유와 경제적 윤택, 해결 못할 어떤 문제도 없다는 자신감을 쟁취하기 위해서.-485페이지

출처: flickr <ship of fools, 광인들의 배>

그의 발길을 무엇보다도 오래 잡아끈 것은 보슈(Hieronymus Bosch, 15~16세기 초반에 활동했던 벨기에 화가)의 <광인들의 배>라는 작은 그림이었다.

출처: 책에 있는 사진

'너희들의 아빠는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했으며 자신의 신념에 충실했던 사람이었단다.'-558페이지 자녀들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그의 지칠 줄 모르는 혁명 활동, 공산주의 이념, 승리할 때까지, 죽을 때까지 흔들리지 않는 아메리카 대륙 인민 해방을 위한 투쟁의지와 제국주의에 대한 적개심은 영원히 본받아야 할 혁명적인 영웅주의와 신념의 전형이다. -697페이지

모든 투쟁이 공동의 적을 가지고 있는데 그 적이 바로 제국주의이다. -701페이지

체의 순수성, 그의 비극적인 죽음은 꿈의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코르다의 사진을 통해 널리 알려진 그의 매력은 무기력해진 유럽의 젊은이들을 일깨웠고, 1968년 5월 항쟁의 기폭제가 되었다. '바다와 대지 위에 체라는 혁명의 태양이 떠오른다'라고 씌어진 깃발이 펄럭였다.-706페이지

볼리비아의 험준한 밀림에서 미국의 군사고문의 지원하에 정부군의 포위망 속에서 몰리다가 결국에는 부상당한 채 사로잡힌다. 결국 그의 존재를 위협으로 생각한 미국의 지시로 사살된다. 눈을 뜬 채로 사망한 그의 사진은 깊은 인상을 준다.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고 죽음까지도 당당하게 받아들인 순수한 체 게바라의 삶은 미지근한 삶을 살고 있은 우리에게 도전을 준다.

"모든 진실된 인간은 다른 사람의 빰이 자신의 빰에 닿는 것을 느껴야 한다"고 했을 때 이것은 '함께한다'는 것을 뜻한다.-710페이지

그러나 시대는 변해도 진실은 영원하다. 누추해질 대로 누추해진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 지극히 완벽하고 치열하게 살다 간 한 인간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는 현실에 안주하고 사는 우리에게 폭풍 같은 충격을 던질 것이다. 때로는 체가 남긴 이런 한마디가 신선한 청량제처럼 정신을 번쩍 들게 할지 모른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우리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714페이지

체 게바라의 삶이 1968년에 유럽의 젊은이들을 깨웠듯이, 부의 대물림과 어려운 취업난으로 침체돼 있는 이 시대의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원대한 꿈을 추구하는 리얼리스트가 되기 위한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 


독서습관355_체 게바라 평전_장 코르미에_2012_실천문학(21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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