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을 읽어본 적이 있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대해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다. 제목이 머릿속에 각인되어 기억에 남는다. 언제 읽었는지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에서 사라졌다. 다시 펼쳐보면 새록새록 되살아날 기억이다.
이 책 <오셀로를 닮은 남자 헤라를 닮은 여자>를 다른 책에서 인용된 것을 보고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다. 원제목은 <The Dangerous Passion>이다. 한글 제목보다는 영어 제목이 내용을 훨씬 잘 설명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가 결혼 후에 외도를 하는 것에 대한 생물학적, 심리학적 설명이다. 일부일처제를 가진 대부분의 나라에서 외도가 일어나고 있다. 남녀의 성, 감정, 짝짓기 전략을 사례를 들어 해석해 보여준다. 인간의 성에 대해 짝짓기라고 부르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했다. 하지만 인간을 특별한 존재로 간주하지 않고 생식을 하는 한 종으로 생각한다면 동일하게 짝짓기라고 부르는 것도 자연스럽다.
책에서 '질투'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영어권 국가의 사람들에게 envy라는 말을 사용할 때 조심해야 한다고 들었다. 한국사람들이 그 뉘앙스를 모르고 사용하곤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envy(시기)와 jealousy(질투)에 대해 명쾌하게 정의를 설명해 주었다. '시기(envy)는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소유한 사람에 대해 느끼는 탐욕, 악의, 나쁜 감정 등을 포함한다. 반면 질투는 자신이 이미 가진 소중한 짝을 경쟁자에게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포함한다' 용어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나니 envy라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있다는 점을 알게된다. 이 책에서 남녀 간의 외도에 대한 감정은 질투에 해당한다.
우리는 공포를 느끼는 상황을 회피하고 싶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공포의 감정을 피할 수 없다. 저자는 공포라는 것이 '비이성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이기는커녕 우리 조상들의 생존을 도운 대단히 효율적인 적응 방식인 것이다. 공포는 신체적인 고통과도 같다. 비록 반갑지 않게 느껴질지는 몰라도 공포는 우리의 생존 전략을 방해하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준다.'라고 한다. 공포를 느끼지 않는 사람은 오랜 인류의 역사에서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고 대처하지 못해 현재까지 살아남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공포를 느끼고 위험에 대처한 인류만이 살아남았다.
이 책의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남녀의 차이점은 이런 것 같다. 남성은 자신의 자식을 남기기 위해 건강하고 젊고 매력적인 여성에 관심을 가진다. 눈으로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고 성관계 자체에 관심을 많이 가진다. 일부일처제가 아닐 때 자신의 정자를 통해 후손을 많이 남기기 위해 많은 여성과 성관계를 가지고자 한다. 하지만 자신의 정자가 수정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다른 경쟁자의 정자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자에는 헤엄을 칠 수 있는 것도 있고 다른 경쟁자의 정자를 죽일 수 있는 가미카제형 정자도 있다는 것은 이를 반증하는 것일 수 있다. 이런 남성들의 특징 때문에 여성들이 질투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젊고 매력적인 여성이 대상이다. 결혼한 여성들이 남편이 자신보다 경쟁력이 있어 보이는 여성과 친밀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에 질투를 느끼는 이유다.
반면에 여성들은 임신하게 되면 임신기간과 출산후 아이를 돌보는 동안 생존할 수 있도록 지켜줄 수 있는 남성을 원한다. 현대적 기준으로 본다면 직업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성공한 남성을 원한다. 그래서 남성들은 자신보다 뛰어난 혹은 성공한 남자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한다. 즉, 질투심을 느낀다. 여성도 일부일처제 이전에는 임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짝짓기 기회를 이용했다. 여성은 성관계 자체보다도 감정적인 교류를 중요시한다. 이렇게 남녀간에 다른 질투 방어 체계는 서로 다른 짝 선호도가 세대를 거쳐 굳어지면서 만들어졌다.
재미있는 사실은 남성과 여성 모두가 결혼 후에도 국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정 비율로 외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남성은 자신의 아내가 외도를 해서 다른 남성의 자식을 키울 가능성, 즉 친부 불확실성의 위협에 대처해야 한다. 한편 여성은 자신과 자녀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남편이 건강상이나 배신으로 버려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래서 배우자의 헌신을 잃어버릴 수 있는 위협에 대처해야 했다. 저자는 여성의 외도를 짝보험이라고 표현했다. 일종의 보험이란 것이다.
일부일처제를 중시하는 사회환경에서 내용이 선을 넘나드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접근했을 때, 자연스러운 것이다.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고 이를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한 법과 규범을 만들고 구성원들에게 서로 지키도록 요구하는 환경이다. 이는 사회마다 다르다. 하지만 인류가 현재까지 살아있는 이유는 생물학적 생존법칙을 따랐기 때문일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 있는 것은 이전에 EBS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장면과 유사하다. 여성들이 남성들의 옷냄새를 통해 선호하는 냄새를 가려낸다. 여성이 배란 중일 때 특정 냄새를 특별히 선호하고, 더 건강한 남성을 외도 상대로 선택한다고 한다. 어쩌면 외관으로 보이지 않지만 여성이 좀 더 효과적으로 생식하도록 돕기 위해 생물학적으로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끝으로 프랑스의 실패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에서 따온 '콩코드 오류'란 말이 있어서 인용한다. 이는 미래의 가능성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아닌, 이미 투자한 자원 때문에 계속 일을 밀어붙이는 결정을 말한다고 한다.
'독서습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습관349_길 위에서 만나는 신뢰의 즐거움_세상을 보는 시야를 확장하는 책_알폰소 링기스_2014_오늘의책(210227) (0) | 2021.02.28 |
---|---|
독서습관350_노르웨이 작가와 작곡가 그리그_페르 귄트_헨릭 입센_2013_신원문화사(210301) (0) | 2021.02.28 |
독서습관347_나의 가족사와 저자의 삶을 공유하는 책_그 나무는 알고 있다_박복임_2020_우인북스(210221) (0) | 2021.02.24 |
독서습관346_역사와 고전 그리고 수감생활에서 배우는 지혜_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담론(210221) (0) | 2021.02.21 |
독서습관345_돈보다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책_그림자를 판 사나이_샤미소_2019_열림원(210216) (0) | 2021.02.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