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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독서습관349_길 위에서 만나는 신뢰의 즐거움_세상을 보는 시야를 확장하는 책_알폰소 링기스_2014_오늘의책(210227)

by bandiburi 2021. 2. 28.

알폰소 링기스의 책을 처음 읽었다. 전 세계 곳곳을 다닌 여행자이면서 위험한 오지도 거침없이 다가가는 사람이다. 다녀온 여행지에 대해 섬세한 부분까지 들여다보고 말로 풀어놓아 독자들과 공유하는 작가다. 일반적인 여행기와는 다르다. 그래서 처음에는 작가의 글을 따라가기 어려웠다. 넓은 곳을 가리키고 있는 듯한데 알고 보면 작은 부분을 디테일하게 들춰내고 있다. 장소에 대해서 얘기하는 듯하다가 사람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의 박식함과 성긴 듯하면서도 촘촘한 글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보통은 관광객으로서 가보기 힘든 곳에서 하루에 일당으로 1달러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작가는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글로 썼다. 책이 아니었으면 지구에 함께 살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다.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가난하지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나스카 도형들은 현대의 정신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환자들의 무의미한 낙서가 아니라 문명을 발전시켰던 인간들이 12세기에 걸쳐서 아주 정밀하게 그린 그림이다. 게다가 그 문명이 멸망한 것도 그리 오래 전이 아니라 그리스 문명이 사라지고 1500년이 흐른 뒤이다. 우리는 그리스 철학자들에 대해서는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스카 도형 안에 숨겨져 있는 의미는 다시 복원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영원히 미지의 영역에 묻혀 있을 것이다. -60페이지

페루 잉카문명에 대해서는 종종 접하지만 나스카(Nazca) 도형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땅 위에서는 인식할 수 없는 도형으로 하늘에서 내려다 봐야지 그 크기를 알 수 있는 도형이다. 왜 만들었고 어떤 의미인지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다. 

당신은 열세 살 때 벌써 랭보와 프로이드를 읽었다. 당신은 전투에서, 행정에서, 외교에서, 다양한 문화를 접할 때 경험으로부터 놀라운 지성을 이끌어냈다. 당신은 안데스에서, 알제리에서, 이집트에서, 가나에서, 일본에서 번뜩이는 영혼으로 아주 흥미로운 일들을 발견하고는 닥치는 대로 습득했다. 당신은 새 정부에서 5년 동안 일했다고 기록된 바 있다. 당신은 행정부의 핵심 자리에 있어도 가족에게는 평범한 음식을 먹였다. 당신은 긴급 사안을 놓고 동료들과 날이 저물도록 회의할 때 누군가가 옆에 놓아둔 커피보온병의 뚜껑을 끝까지 열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묻자 당신은 중얼거렸다. "다 같이 나눠 먹을 만큼 커피가 많지 않잖아."-117페이지

나는 체 게바라(1928~1967)를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봤다. 아르헨티나 태생의 쿠바혁명이 주인공인 그는 먼 남미의 영웅일 뿐이지 내게 흥미를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점점 그에 대해 관심이 간다. 우리나라에서도 신영복, 리영희와 같은 거장들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으니 나의 관심의 폭은 지극히 좁았다. 저자가 짧게 소개한 체 게바라의 삶은 소시민적으로 만족하며 살고 있는 내게 시사점을 던져준다. 용기란 무엇인가. 근육질의 상품화된 몸이 아니다. 용기란 위대한 희망이나 커다란 위험을 우연히 감지했을 때 몸을 내던지는 상태를 말한다.(111페이지) 체 게바라의 삶에 대해 더 알고 남은 인생에 대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겠다.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가족에 대한 압박과 직업적인 책임감, 경제적인 이유, 장기적인 일자리의 중요성을 핑계로 삼는가! 그들은 그것들이 우연히 노출되었을 때에도 화를 내지 않는 핑계, 희망과 위험이라는 이름의 새가 기회의 하늘을 맹렬하게 날아오를 때에도 황홀감에 눈을 뜨지 않는 핑계로 삼아왔다. 그런 남자는 친구가 고물 오토바이를 타고 "지구 절반을 여행하자고!"라고 소리칠 때 여름철 일자리를 잡는다. 그 남자는 친구들이 반란에 참여하려고 몰려갈 때 서둘러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 가족과 직업상의 책임감이야말로 기회를 잡지 않고, 열정에 몸을 던지지 않고, 정의를 수호하는 싸움에 동참하지 않는 이유로 가장 많이 쓰이는 핑계다!(113페이지)

마음에 깊이 와닿는 부분이다. 무엇이 올바른 길일까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균형이 필요하겠다. 하지만 사회적인 기준으로 가족과 경제적인 이유로 많은 것을 보류하고 있다. 핑곗거리가 있었던 거다. 무책임과는 다르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하다.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도전이 필요하고 도전을 위해서는 용기가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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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노래'에는 페루의 낸시 길보니아의 삶에 대해 페루의 정치적인 상황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반대쪽에 위치한 페루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낸시 길보니아와 남편 네스토르 세르파 카르톨리니의 게릴라의 삶과 가혹한 수감 환경이 끔찍하다. 1996년에 아내인 낸시 길보니아를 포함한 죄수 442명을 풀어줄 것을 조건으로 일본 대사 관저에서 벌인 인질극은 아내에 대한 사랑과 삶의 목적에 대한 분명한 표현으로 생각되었다. 네스토르 세르파 카르톨리니가 인질극에서 사살되기 전에 아홉 살짜리 아들에게 남겼다는 편지 내용이 마음을 울렸다. 

'나는 네가 꿈꾸던 그대로 엄마가 감옥에서 나오고, 네가 엄마를 다시 만나서 어루만지고 엄마와 함께 놀고 엄마의 품에 안길 수 있기 전까지는 이 일본인의 건물에서 절대로 나가지 않을 것이다.'

'아디스아바바'란 장에서 에티오피아의 국립은행 앞에서 두 아이와 태양 아래에 앉아있는 한 여인을 소개한다. 멍한 눈길의 여인은 구걸을 하러 손을 내밀지도 않았다. 가난하고 빈부격차가 심하고, 에이즈가 얼마나 퍼져있는지 모르는 나라 에티오피아의 상황을 대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는 이렇게 말하며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했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이 그 여인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여인은 지금쯤 죽었을 것이다. 이렇게 그녀와 결별할 수밖에 없는 마음, 이 절박한 나약함도 어쩌면 사람일지 모른다. -142페이지

청년시절에는 종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주변 환경에 따라 기독교에 대한 작은 호기심으로 성경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중고등학교처럼 대화보다는 주입식이다. 우리가 원래 토론 연습이 되어있지 않아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꽤 시간이 흐른 지금은 종교란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종교란 무엇일까. 믿는다는 것이 뭐고 왜 보이지 않는 신이라는 것을 믿으려 할까. 동물에게는 없고 인간에게만 있는 추상적인 사고력은 영혼, 천국과 지옥, 신 등 종교적인 용어를 만들어냈다. 시대적으로 선호되는 종교가 있었고 외국과의 인적, 물적 교류가 활발한 현대는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다. 모든 종교는 공통점이 있다. 사람과 돈과 권력이다. 지금도 한쪽을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고발 프로그램에도 등장한다.

고대의 종교적 본능과 감수성과 취향이 회귀하면, 그것들은 종교와 전혀 관계없는 것들과도 결합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방법을 통해 종교적인 색깔까지 숨길 수 있다. 그것들은 종교적인 열정과 광기에 휩쓸려 예술과 정치뿐 아니라 과학의 영역까지 통제할 수도 있다. -213페이지

랄리벨라의 교회들을 드나들다 보면 그것들을 깎아낸 사람들의 본능을 느끼고, 마음속에서 깊은 바위 속으로 향하는 본능과 부동성, 고요함, 형언 불가능함에 대한 감수성이 다시 나타나는 것을 알게 된다. 마음속에서는 바위 속 깊은 곳에 묻히면서 그와 동시에 에티오피아 산지의 정상에 서서 독수리의 시야를 공유할 수 있는 이곳에서 살고 싶은 충동이 되살아난다.-221페이지

에티오피아의 랄리벨라 교회가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구글링을 해봤다. 위와 같이 바위를 파내려가서 그 바위를 건물처럼 다듬어 교회를 만들었다. 사진으로 보니 그 웅장함과 그것을 만들었을 사람들의 신에 대한 노력이 느껴졌다. 기회가 된다면 직접 가서 보고 싶다. 

피라미드에 쓰인 돌은 채석장에서 일정한 크기로 잘라낸 석재가 아니었다. 다시 말해 그 돌들은 크기도 다르고 각 면들이 이루는 각도도 제각각이다. 피라미드를 만든 사람들은 현장에서 돌을 깎았고, 그 결과 틈새에 칼조차 들어가지 않을 만큼 정교하게 맞아 들어가는 석재가 탄생했다. 그들은 피라미드의 바깥 면뿐만 아니라 모든 층을 그토록 공들여 만들었다. -255페이지

아직까지 이집트를 가보지 못했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현장에서 보고 그 웅장함과 정교함을 보고싶다. 몇몇 책에서 소개되는 이집트의 현재 모습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모습이다. 화려한 문화를 꽃피우고 파라오의 권력을 상징했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는 이제는 후세들에게 관광자원으로 혜택을 줄 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쇠락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지구촌 일부 모퉁이를 돌아본 느낌이다. 한 번 읽는 것으로 충분히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저자의 객관과 주관을 적절히 섞은 디테일한 글쓰기는 정보에 대한 전달과 함께 감정적으로 공감하게 하는 힘이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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