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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독서습관345_돈보다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책_그림자를 판 사나이_샤미소_2019_열림원(210216)

by bandiburi 2021. 2. 17.

제목이 동화같은 책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가볍게 읽으면 어른을 위한 동화같습니다. 한편으로 1813년에 집필된 이 책을 저자인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는 어떤 생각으로 출간했을까 의미를 찾으려고 하면 어렵습니다. 저자 샤미소는 1781년에 프랑스에서 태어난 귀족이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혁명을 겪으며 집안은 재산을 몰수당하고 이웃나라인 독일로 망명했습니다. 이후 독일에서 생활하며 프랑스와 독일을 언어나 문화면에서 이해하는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주인공 페터 슐레밀은 자신의 그림자를 팔면 금화가 나오는 주머니를 준다는 회색 옷을 입은 남자의 이야기에 선뜻 그림자를 넘깁니다. 그림자가 없어도 금화가 나오는 주머니는 바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소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태양이 비치는 낮이나 달이 비치는 밤에 자신의 그림자가 없는 것을 보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합니다.

"성실한 사람은 태양 아래에서 걸어가면서 자신의 그림자를 잘 간직하는 법이지."

원하는 대로 꺼낼 수 있는 금화가 자신을 경제적으로 자유롭게 해주었지만 사람간의 관계는 단절시키게 되는 상황을 알게 된 페터 슐레밀은 점차 그림자가 없는 곳에 은둔하게 됩니다. 심지어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인 미나에게도 버림받습니다.

그림자가 없어 인간관계의 단절로 힘들어하는 슐레밀에게 회색옷을 입은 남자가 와서 다시 제안을 합니다. 죽은 후의 영혼을 그에게 넘기는 자료에 서명하면 그의 그림자를 넘겨주겠다는 것입니다. 당장에 그림자를 되찾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 같은데 슐레밀은 사양합니다. 독자로서 여기서 다시 한 번 거래를 하고 또 다른 어려움을 겪는 여정을 기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작가 샤미소는 이를 거절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슐레밀은 두 번째 거래를 거절하고 금화가 나오는 주머니도 버려버립니다. 그리고 남아 있는 돈으로 여러 켤레의 장화를 사서 홀로 지내고자 하는데 우연히 한 걸음에 7마일을 날아가게 해주는 장화를 얻습니다. 그래서 세계 각지를 여행하고 탐구하는 자연과학자로 행복한 삶을 살아갑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슐레밀이 말합니다.

친구여, 자네가 만일 사람들 가운데 살고 싶다면, 부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도 그림자를 중시하고 그다음에 돈을 중시하라고 가르쳐주게나.

19세기 초는 자본주의가 싹트고 점차 황금만능주의 심리가 시작되며 돈에 대한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지성인들이 이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샤미소도 자신의 그림자를 가지고 사회적으로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 돈이 아무리 많더라도 인간관계가 단절된 고독한 삶을 조심하라고 소설의 마지막에 경고하고 있습니다.

소설은 괴테의 파우스트를 연상케 합니다. 사회적인 평판이 있고 경제적인 자유가 있는 학자였던 파우스트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영혼을 기꺼히 거래했지만 페터 슐레밀은 경제적인 이유와 무지로 자신의 그림자를 팔았지만 영혼에 대한 거래는 하지 않았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거래라는 것은 돈과 대상의 가치를 등가로 보는 기준에서 이뤄집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나오는 금화주머니와 그림자는 등가 기준이 어디인지 알수 없는 거래였습니다. 가치기준을 두기 위해서는 경험이나 대상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지만 슐레밀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악마의 거래제안에 돈의 가치를 크게 보고 결국 사회적 가치를 의미하는 그림자를 저렴하게 넘기게 된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모습은 19세기 초와 다르지 않습니다. 돈의 영향에 더욱더 심하게 지배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머릿속으로 돈보다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했을 때 슐레밀과 같이 돈의 가치를 과대하게 평가하고 자신의 그림자를 팔게 됩니다. 우리의 삶에서 그림자처럼 돈보다 소중하게 간직해야할 가치는 무엇일까요.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보편적으로 공통된 중요한 사회적 가치가 있습니다. 그것은 양심일수도 있고, 가족일수도 있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황금만능주의, 물신주의에 빠져 있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에게 진정으로 가치있는 것을 생각해봅니다.

<페터 슐레밀(한국어판 '그림자를 판 사나이')>은 단순히 그림자 상실을 애처롭게 읊는 "마음의 운문"이 아니라 돈의 지배력과 영향력 등에 의해 엮어지는 "관계의 산문"에 대해 독자로 하여금 성찰하도록 유도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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