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의 글은 읽기 쉽습니다. 그의 글은 자신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어서 공감이 됩니다. <청춘의 독서>는 젊은 시절 읽고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었던 책 일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시 읽어보고 청년시절의 소감과 현재의 감회를 정리했습니다. 책을 읽고 소감을 블로그에 올리고 있는데 유시민 작가와 같이 감상평을 정리할 수 있다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시대적 배경을 모르는 상태에서 스토리에 중점을 두고 읽었습니다. 그래서 누가 <죄와 벌>에 대해 이야기하면 주인공이 누구고 어떤 사건이 벌어졌는지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가난은 누구의 책임인가'와 같은 생각은 해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질문과 토론은 독서토론회 같은 자리에서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며 생각의 깊이를 확대해 갈 수 있겠습니다. 저자의 시각으로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리영희 선생은 늦게 그의 위상을 알게 되었지만 존경할 만한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전환시대의 논리>는 당시 젊은 지성인들에게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진실을 보게 하는 큰 역할을 했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유시민 작가의 삶에도 이 책은 큰 깨달음과 세상을 보는 시각을 알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현재도 우리는 '벌거벗은 임금님'을 있는 대로 말하지 못하는 사회는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1970년대와 80년대에 비해서는 많은 진보가 있었지만 여전히 검찰과 언론의 영향 하에서 충분히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검찰과 언론 종사자들의 각성이 여전히 필요합니다.
너는 지식인이냐. 너는 무엇으로 사느냐. 너는 권력과 자본의 유혹 앞에서 얼마나 떳떳한 사람이었느냐. 관료화한 정당과 정부 안에서 국회의원, 장관으로 일하는 동안 비판적 지성을 상실했던 적은 없었느냐. 성찰을 게을리하면서 주어진 환경을 핑계 삼아 진실을 감추거나 외면하지는 않았느냐. 너는 언제나 너의 인식을 바르게 하고 그 인식을 실천과 결부시키려고 최선을 다했느냐.-49~50페이지
토머스 멜서스의 <인구론>에 대해서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정도만 기억하고 있고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맬서스는 인구증가가 지속되면 기근, 전쟁, 전염병을 통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되게 되는데 성욕을 억제할 줄 모르는 하층민들을 전염병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에서 살도록 해서 이들의 인구를 줄여야 한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이런 주장은 충격이었습니다. 인간의 존엄이 개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계급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사람들은 구제하기 위한 활동에 대해서도 반대합니다. 맬서스의 <인구론>을 천천히 읽으며 왜 천재가 이런 생각을 했는지 파헤쳐봐야겠습니다.
맬서스에 의하면 사회적 불평등과 하층민의 빈곤은 인구 법칙이라는 자연법칙의 필연적인 결과로 된다. 따라서 하층민의 고통은 그들 스스로의 책임이며 이를 개선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자연의 질서를 거역하는 것이며 무위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75페이지
푸시킨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로 유명한 사람인데 그가 남긴 정치소설 <대위의 딸>에 대해 소개합니다. 푸시킨이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한 것이 안타까운 부분이었습니다. 여자를 두고 결투를 하다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고 죽게 된 것입니다. 러시아 차르도 이 유명한 작가를 어찌하지 못했는데 허무한 죽임입니다.
사마천의 <사기>를 통해 한고조와 한신, 그리고 여태후의 잔인함에 대해 보여주는데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이라서 <사기열전>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혀야겠습니다.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에서는 생산계급과 유한계급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시작되고 1년이 되었습니다. 자영업을 하는 분들이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반면에 부동산과 주식을 통해 부를 더욱 키운 사람들도 있습니다. FIRE족이라고 해서 은퇴할 자금을 마련해서 조기에 은퇴하겠다는 사람들의 목표가 유한계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 사용할 돈이 투자를 통해 발생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빈부격차가 커진다는 것은 유한계급과 생산 계급의 차이가 커진다는 것입니다. 유한계급은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일부러 낭비를 합니다. 요즘 코로나로 어렵다고 하는데 명품시장은 더욱 사람이 몰린다고 합니다. 배블런의 이론은 현재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번 책은 3월에 고2가 되는 딸아이와 함께 읽었습니다. 눈에 다래끼가 나서 책을 읽기가 불편해 딸아이에게 용돈을 조건으로 읽어달라고 했습니다. 눈으로 보면서 읽는 것과 달리 눈을 감고 듣는 것도 나름 장점이 있었습니다. 다만 집중력이 지속되기 힘들다는 점과 눈으로 보지 않았기에 기억되는 것에 제약이 느껴졌습니다. <청춘의 독서>는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라면 꼭 읽고 여기에 소개된 책도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딸아이도 부득이하게 아빠에게 책을 읽어줬지만 내용에 대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서로 얘기를 나누며 읽었으니 본인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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