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에선가 <사람풍경>에서 인용한 문장을 보고 도서관 '관심 목록'에 넣어 두었던 책이었습니다. '사람'과 '풍경'이란 단어가 서로 어울리지 않을 듯한데 붙여놓으니 듣기 좋습니다. 제목만 봐서는 평범한 에세이인 줄 알았는데 작가가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며 경험한 것과 정신분석을 받으며 알게 된 심리학에 대한 용어들을 접목해서 작가의 언어로 표현된 책입니다.
전문가들은 질투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이 가치 있다는 느낌, 자신이 소중하다는 감정을 가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142페이지
귀족에게 요구되던 노블레스 오블리주,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 제도화된 기부 문화 같은 것은 시기당하는 사람이 만들어 낸 생존 방식일 것이다. -152~153페이지
심리학이라고 하면 마음속에 작은 부담감을 가지고 책을 열게 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작가의 여행시 만났던 사람들을 예로 들어 인간의 심리를 분석하고 작가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심리적 이해도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그래서 세계 주요 도시를 심리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 심리학 가이드를 두고 함께 여행하는 듯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론적인 내용을 알려주려고 노력하는 책은 지루하고 건조해서 쉽게 질립니다. 반면에 어려운 용어라도 관련 있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잘게 쪼개서 설명하면 눈과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사람풍경>을 읽고 나면 모두를 기억하지는 못해도 어느 도시에서 어떤 상황이 있었고 그 상황은 어떤 심리 상태를 설명하는 것이었다는 어렴풋한 잔상이 남아있습니다. 문장도 물 흐르듯이 읽힙니다. 그래서 이 책은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엄마와 나누는 애착 경험은 아기의 정신을 형성하는 자양분이 된다. 우리는 흔히 인간 정신을 연금술에 비유하는데 그때 최초의 그리고 최고의 연금술사는 엄마라는 존재다. 아기는 99퍼센트 엄마가 만든다고 한다. -32페이지
어린 시절의 엄마와의 애착 관계가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아이를 한 명 가지는 맞벌이 부부가 많습니다. 경제적인 활동으로 아이를 어린이집 등 외부의 도움에 의존하게 됩니다. 엄마와의 애착 경험이 중요한데 절대적인 시간 면에서 오늘날 그 관계가 과거보다 소홀하기 쉬운 환경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정신분석의 결과는 어떻게 변해갈지 걱정도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나는 화를 잘 내는 사람이 되었다. '화를 잘 낸다' 함은 분노를 느낄 때 그 감정의 근원을 빨리 알아차리고, 화가 났다는 사실을 적대감 없이 상대에게 표현하고, 그런 다음 그 감정을 넘어설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분노는 누구의 탓도 아니고 누구의 것도 아닌 오직 나의 것임을 인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62페이지
나 자신이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편입니다. 후회할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속으로 참을 것이 아니라 화가 났다는 사실을 적대감이 없이 상대방에게 표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참는 것은 분노를 내면에서 억누르고 있는 것이고, 표현하는 것은 분노의 감정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일상에서 이런 훈련이 쉽지 않습니다. 가정에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언성을 높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소한 일로 야기된 것으로 조금만 지나면 왜 그랬나 싶은 상황으로 허탈한 웃음만 짓게 되고 후회합니다. 건전한 분노의 감정은 상대에게 악의 없이 표현하는 것입니다.
우울증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놓은 방법은 운동이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20분 정도만 걷거나 달리면 부정적인 생각들이 가라앉고, 40분 정도 지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한 시간쯤 지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솟아오른다.-72페이지
전문가들은 차선책으로 부정적 중독을 긍정적 중독으로 바꿀 것을 권한다. 알코올 중독은 운동 중독으로, 흡연 중독은 독서 중독으로 - 130페이지
마음대로 일이 되지 않아 답답하거나 무언가에 아주 화가 나면 이마에 땀이 흐르도록 뛰었던 기억이 납니다. 땀이 흐르고 다리 근육은 풀리고 팔과 허리는 약간의 통증을 보이고 온몸은 나른한 상태가 되며, 이전의 감정은 사라집니다. 그래서 운동은 감정관리에도 도움이 되고, 건강에도 좋고, 우울증에도 도움이 됩니다. 책상에 앉아서 풀리지 않는 고민도 걷거나 뛰다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약은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의존성을 높입니다. 운동은 약으로부터 몸을 해방시키고 긍정적이고 활기찬 삶을 살도록 도와준다고 생각합니다.
아파트 한 동을 통째로 격리시켰다는 보도가 있었고, 동남아 어디로 가던 비행기에서 사스 환자가 발생하자 비행기를 어느 섬으로 착륙시켜 격리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78페이지
2003년 사스가 발생했을 때의 상황을 설명한 글을 보면서 현재 코로나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자가격리라는 말이 익숙해졌고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라고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사스를 경험했을 때는 건물 전체를 격리하고, 비행기의 목적지를 바꿔가며 격리한다는 것은 사상초유의 상황들이었습니다. 전염병은 사람이 집단으로 도시생활을 하는 이상은 공존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코로나가 조속히 종식되기를 바라며 또 다른 전염병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하겠습니다.
역시 게슈탈트의 말이다. 우리가 '남에게 보이는 관심'이란 대체로 시기심이거나 의존성이거나 투사의 감정 같은 것들의 결집이기 때뭄이다. -177페이지
칭찬 역시 방어기제라고 한다. 칭찬에는 말로써 타인을 조종하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186페이지
우리는 가정에서 회사에서 지역공동체에서 상대방과 만날 때 칭찬을 합니다. '칭찬을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는 것도 고래까지도 조종을 할 수 있다는 칭찬의 힘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칭찬을 하는 우리 마음속에는 상대방이 나의 의도대로 행동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칭찬이 그런 상황을 조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회사에서도 리더들이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인간관계 좋다는 사람들도 결국은 칭찬이란 도구를 활용해서 여러 사람을 조종할 능력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과한 것일까요.
로댕의 모든 작품을 연대기 순으로 둘러보니 그의 작품은 카미유 클로델을 만나기 전과 만난 후의 성격이 완연히 달랐다. 그녀의 존재와 그녀의 아이디어를 예술적 영감의 근원으로 사용하면서 로댕의 작품들은 신의 숨결을 얻은 듯했다. -211페이지
유디트가 여러 화가들에 의해 변주되어 온 내밀한 이유를 클림트에게서 보았을 것이다. 그녀가 에로스와 타나토스를 한 몸에 구현하고 있는 여성이라는 것. 홀로페르네스의 입장에서 적진의 젊은 과부는 얼마나 위험한 욕망의 대상이었을까. -260페이지
인간은 본질적으로 늘 무엇인가를 욕망하는 이기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의 어떤 행위에도 당사자의 욕망이 배제된 행위는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랑이나 헌신도, 친절이나 호의조차도. -292페이지
미켈란젤로는 '피에타'라는 제목으로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내려진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조각 작품을 네 점 제작했다. 한 점은 바티칸에, 두 점은 피렌체에, 나머지 한 점은 밀라노에 소장되어 있다. 밀라노의 '피에타'는 미켈란젤로가 72세에 시작한 작품이며 끝내 완성시키지 못한 채 세상을 뜬 미완성 작품이라고 한다. -295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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