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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244]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_마을 공동체로 자본주의 단점을 극복한 책

by bandiburi 2020. 7. 12.

아내가 정약용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으로 모처럼 완독 한 책이라고 해서 주말을 맞아 읽게 되었습니다. 책을 모두 읽고 난 뒤에 공동체를 이뤄 살면서 자연과 함께 하고 서로 의지하며 소박하면서도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에도 있고 해외에도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그래 이런 삶을 살아야지라는 흐뭇함이 가슴에 퍼졌습니다. 

2020년 중반을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대한민국은 주식과 부동산을 통한 재테크 열풍입니다. 뭐라도 해서 재산을 증식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조바심에 있는 자나 없는 자나 현재의 행복을 간과하며 살기 쉽습니다. 이런 때에 이 책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는 우리들의 마음에 여유를 주고 '이건 아니잖아'라는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합니다. 

책에 소개된 국내외의 구체적인 사례들의 공통점은 자본주의의 속삭임에 끌려온 우리들의 삶 속의 걱정거리들을 털어버릴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는 것들이었습니다. 공동체 생활을 통해 육아의 부담이 없고, 식사를 함께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놀이를 하고, 축제를 즐기는 모습들입니다. 물론 노동에 대해서도 소중하게 여깁니다. 소유에 대해 집착하지 않습니다. 노후에 대해 걱정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공부해라, 좋은 대학가라고 하지 않고 자유롭게 놀게 합니다. 친구들이 가까이에 있습니다. 

각박한 자본주의 틀 속에서 우리들이 걱정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주변에 있는 공동체를 찾아보고 함께 하는 가운데 세상은 더 밝아질 수 있다는 위안이 듭니다. 청년세대가 직업을 갖기 힘들고 집을 얻기 어려운 시대로 그들이 결혼해서 아늑한 환경에서 자녀를 나아 기르는 행복을 위해서도 공동체가 확대되길 바랍니다. 출산율 저하로 나라의 미래가 우려된다고 합니다. 걱정하기보다는 욕심을 버리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공동체를 널리 알리고 그런 삶에 참여하는 국민들이 많아질 때 대한민국이 행복해질 것입니다. 

이 책을 많은 분들이 읽고 현재의 내 모습을 진단하고 공동체를 추구하기를 바라게 됩니다.

■ 책에서 인용

88페이지) 공동체는 아이들을 온 마을이 함께 키우기에 얘기가 달라진다. 일단 부모의 욕망으로 자식을 괴롭히는 일이 거의 없다. 아이의 불안은 일차적으로 부모의 불안이 원인이다. 부모의 불행도 아이에게 전가된다. 특히 부모가 불행해서 현재에 살지 못하고, 불안 때문에 미래만을 위해 현재를 희생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이라면, 자식에게도 '그렇게 공부 안 해서 도대체 뭐가 될래?'라며 끝없이 불안을 자극하며 불안을 대물림한다. 하지만 부모가 현재 행복하면 자식에게도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서 공부만 하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삶을 즐길 줄 알고, 사람들과 어울릴 줄 알고, 실생활을 스스로 해가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94) 진리도 탁상공론일 뿐이고 실제 삶에서 그렇게 살 수는 없다는 못된 믿음을 심어줘버린다. 그러니 학문의 꽃이라는 대학조차 취업 학원으로 전락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가치 교육은 찾아보기 어렵다. 

101) 주위를 돌아보면 가방끈이 긴 부모일수록 입시에 더 집착한다. 배울수록 오히려 더욱 불안해한다. 자기 삶이 행복하지 않으면, 어떤 대학에, 어느 직장에 들어가고, 어느 정도의 집이나 차를 사야 행복하다고 상정하면서 행복을 늘 먼 미래의 것으로 돌려놓는다. 이곳은 행복을 현재 누리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126) 함석헌의 스승 유영모는 '공부만 하면 도깨비가 되고, 일만 하면 짐승이 된다'고 '일학병진'을 권했다. 일하고 공부하면서 청년들이 치유되고 깨어나고 있다. 

137) 이들은 한결같이 서로 나눠 쓰고 돌려 써서 돈도 절약되지만, 뭔가 없는 게 있어도 결핍감에 시달릴 필요 없이 든든하다고 한다. 내게 부족한 게 있어도 빌려 쓰고 함께 쓰고 나눠 쓰면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늘 넉넉하고 편해진다는 것이다. 

140) 배워서 알고 깨닫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살면서 벌어지는 일에 저항할 구체적인 시뮬레이션까지 갖추고 있어야 해요. 가령 공이 날아오면 어떻게 처리할지 미리 알고 구체적으로 대처할 방법을 찾고, 이를 실천할 용기를 갖고 있지 않으면 자본의 부추김에 백발백중 당하고 말아요. 인문학을 통해 구체적으로 삶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144) 어떻게 그렇게 될까. 함께 어울리면 행복해져 불해응로 인해 지불해야 하는 돈의 소비를 줄일 수 있다. 가정이나 직장이나 이웃 간에 소통이 되지 않고 답답한 마음과 불만이 쌓이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인터넷 쇼핑으로 마구 지르기도 하고, 뮤지컬 공연이나 술집과 카페 등에서 소비 퍼레이드를 벌이기 십상이다. 하지만 공동체에선 일상에서 행복해서 그런 욕구가 현저히 줄어든다. 

145) 지금은 면티 하나에도, 마을 밥상에 나오는 떡볶이 한 접시에도 행복하고 충족감이 크다. 그때는 매스컴과 남 시선을 따라서 살다 보니 사실상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는데도 그것을 자유라고 착각하고 살았다. 

147) 개인으로서 제일 좋은 방법은 기존의 공동체에 들어가는 것이다. 타인과 살아낼 품성과 태도만 갖추고 적절한 노동력이 있다면 어디든 환영받는다.

153) 삶의 가치가 바뀌니 도시에서 미래를 불안해하면서 들었던 보험도 정리하고, 수입이 줄었는데도 불안하지 않더라고요. 돈이나 성과, 미래에 목매지 않게 되어서 그렇겠지요. 

193) 그토록 변하지 않던 사람들이 자연에서 다른 부류의 사람들과 지내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서로의 문제점이 상쇄되고 보완돼 말썽이 줄어들었다. 그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기에 와 깨달았다"라고 한다. 

194) 지금 세상에선 문화도, 종교도 모두 상위 30프로의 능력자들 눈높이에만 맞춰요. 하위 70퍼센트는 언어능력, 지각능력도 떨어져 알아듣지도 못하고 혜택도 받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종속되어 따라갈 뿐이지요. 따라가려고 애써보지만 안 되니 고통스러울 수밖에요. 못 올라온다고 비난하고 내치기보다는 그들의 수준으로 내려가 하나 되어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자본주의라는 게 어디 그런가요. 

200) 민들레학교 김인수 교장은 지난 2007년 이 학교를 열 때부터 입학생에게 "대학 갈 생각도, 부자로 살 생각도 말라"고 했다. 한국에서 어느 부모인들 자식이 명문 대학 가고 부자 되길 바라지 않을까. 그런데도 부모 복장을 뒤집는 말을 하는 데 서슴없다. 그는 평소 외부 강연에서도 늘 세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도시에 있지 말고 농촌에 와라. 흙속에서 살아야 사람 된다. 둘째, 자식 대학 보내려고 하지 마라. 대학 가봐야 별 볼일 없다. 셋째, 취직 당하지 마라. 교육은 직업에 목매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립해서 직업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키운다. 

201) 부인 원씨의 거창고등학교 은사인 도재원 선생은 "성공이란 자신의 삶을 어디에 바치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해 돈 많이 벌고, 출세하고, 유명해졌다고 해도 '정의와 자유, 평등, 사랑'을 건설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는 삶을 살지 않았다면 결코 성공한 삶이 아니라는 것이다. 

212) 비교 대상이 많은 도시 아이들은 혼자 있는 것을 잘 견디지 못하지만, 비교 대상이 없으면 오히려 주어진 삶에서 재밋거리를 찾아 잘 노는 거 같아요. 어른은 늘 비교하면서 불만도 생기고, 괴로워하고 부러워하지만 아이들은 훨씬 그게 덜하고 잘 적응하며 놀아요. 

224) 청년들이 꼭 공무원과 대기업에만 목매기보다는 공동체에 함께하거나, 몇 명이서 힘을 합쳐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상생하려는 청년을 돕는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험한 고개를 넘을 때 혼자서는 너무 힘들다면, 그 고단함을 홀로 감내하기보다는 동지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다. 함께 가야 신나게 갈 수 있다. 

229) 지난번엔 가족 영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길버트 그레이프>를 보았다.

230) 소란 씨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로 유명한 슈마허대학에서 공부하는 3년간 토트네스에서 전환 마을을 경험했다. 이후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서 은평 전환 마을 운동에 나서고 있다. 그는 농업을 통해 인간 본연의 생명력을 복원하려는 퍼머컬쳐permaculture 철학을 기초로 퍼머컬쳐학교와 자립자족학교, 잡초라도 충분한 풀학교 등을 열었다.

231) 동양의 명상을 많이 적용하는 토트네스에서는 손을 잡고 서로 교감하는 '조율'과 함께 춤 명상을 중시한다. 이들이 주로 추는 건 오행춤이다. 오행춤은 다섯 단계로 이루어지는데, 조용히 시작했다가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다시 고요해지는 순서다. 

247) 그러나 자본주의가 도래하면서 경쟁이 가속되고, 아기에 대한 엄마의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지면서 오랜 세월 공고하게 '맘마'로 유지되어온 연결고리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다. 한국은 그 균열이 훨씬 단시간에 벌어졌다. 

257) 엄마란 생물학적 마더만이 아니라 '따사로운 품'을 포괄한다. 엄마와 가장 유사한 품이 바로 공동체다. 그 공동체가 바로 '사회적 엄마'다. 따라서 어른이 되어서도 엄마를 대신할 수 있는 공동체를 안전 기지 삼아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261) 영국 내 '조콕스 고독위원회'가 2017년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 위원회는 '고독이 개인적 불행에서 사회적 전염병으로 확산됐다'면서 고독을 질병으로 규정했다. 

265) "홀로 사는 사람은 고독할 수는 있어도 고립되어서는 안 된다. 고독에는 관계가 따르지만, 고립에는 관계가 따르지 않는다."

266) 젊은 시절엔 건강하고 활동력이 있어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아도 어느 정도 화려한 싱글을 꿈꾸면서라도 살아갈 수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꿈과는 멀어져 가는 게 싱글의 현실이다. 

297) 몸에 대해서도 눈이 아프면 눈병 치료약만을 주는 대증요법식 처방만 내리는 서양의학과 달리 독소를 빼 몸을 정화시켜 활력과 건강을 되찾게 하는 근본적인 접근법을 썼다. 아속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아유르베딕 자연 치유법으로 유명한 인도 오로빌까지 갔다. 치유 순례가 공동체 순례로 이어진 것이다. 

299) 모든 세상이 자본주의 홍수에 휩쓸려 이기적 성장만을 추구하며 온갖 생명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고, 이번 세대만 살고 말 것처럼 자원을 고갈시키며 바다에까지 쓰레기 더미를 쏟아부을 때 이들은 '이래서는 지구가 천 개라도 남아날 수 없다'면서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그러니 이들을 '컬트'로 비난할 것이 아니라 경애의 마음으로 배워야 하고 찬양 고무해도 부족하다. 

301) 인간이나 공동체나 시련을 통해서 성장하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실 아니가. 문제가 두려워 또는 헤어지는 것이 두려워 사랑 한 번 못 해보는 무료한 바보가 되기에는 생이 너무나 아깝지 않은가

305) 아속은 불교 국가인 태국에서 주류 불교의 타락을 정면으로 비판한 단체다. 국왕조차 함부로 할 수 없는 불교 국가에서 불교 권력의 타락을 비판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오늘날 태국의 주류도 무시할 수 없는 5개 공동체 마을을 포함한 아속 왕국을 만드는 기적을 이뤄냈다. 

313) 많이 벌어 많이 쓰면서도 더 못 벌고 더 못 써 안달하며 괴로운 보통 사람과 달리 아속인은 적게 벌어 적게 쓰고 많이 베풀었다. 그러면서도 환희에 젖은 표정을 보니, '거위의 꿈' 노래가 절로 흘러나왔다.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 늘 걱정하듯 말하죠 / 헛된 꿈은 독이라고 /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 / ... / 난 난 꿈이 있어요 / 그 꿈을 믿어요. "

319) 출가자들은 직접 마당을 쓸고, 돌을 나르고, 건물을 고치는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남방 불교권인 태국에서 통념상 출가자들이 일을 하는 것은 상상키 어렵다. 그저 신자들이 주는 보시와 공양이나 받으며 살아가는 것이 출가자의 일상이다. 아속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아속 내 일반인의 집들은 멋들어졌지만, 승려들은 판자 몃 개 얽어놓은 오두막인 쿠티에서 자고, 철저히 하루 한 끼만 먹고살았다. (중략)

 시사아속에서 일하며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아 그토록 다양한 부류가 한 울타리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히므이 원천이 승려들의 솔선수범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보통의 지도력이란 카리스마적 권위를 얘기한다. 물론 40여 년 전 아속 깃발을 든 포틸락은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카리스마는 사이비 교주에게도 있다. 진정한 권위란 도덕으로부터 나온다. 

323) "모든 순간이 명상입니다. 일이야말로 명상이지요. 매순간 일하면서 일거수일투족에서 명상해야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온종일 생 전체를 명상만 하는 것은 베이비나 하는 것입니다."

344) 오로빌에서 잘 안 쓰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실패'입니다. 하다가 안 되면 그걸 다시 하라는 뜻으로 생각하지요. 안 되면 안 되는 것으로 그냥 둡니다. 보완해서 다른 시도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다양한 창조성이 실험되지만, 실패, 성공을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한국에선 모난 돌이 정 맞는다지만 오로빌에선 모난 시도가 많아요. 다양한 꿈이 시도되지요. 

357) 대부분의 공동체가 드높은 이상에도 경제적 자립에 어려움을 겪는 데 비해 브루더호프는 풍요를 구가한다. 행운이다. 브루더호프는 '플레이씽스'라는 어린이 장애인용 목재 장난감과 페이서라는 장애인용 전동휠체어를 고급 브랜드화 하는 데 성공했다. 고급 브랜드 공장을 운영하는 데도 공장 근로자 누구도 월급이 없다. 이 모든 풍요가 자신을 비운 무소유와 헌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들이 누리는 기쁨과 평화까지도

360) 바깥세상에선 일 안 하고 돈을 쓰고만 살거나, 최소한만 일하고 많이 노는 삶을 '팔자 좋다'며 부러워한다. 하지만 이곳에선 반대다. 결코 그런 삶이 행복하다고 보지도 않고, 존경하지도 않는다. 이곳에서 일을 할 수 없는 장애인이거나 연로한 이들은 배려와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다. 그러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일 하는 게 당연하다. 손님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삶의 현장인 브루더호프가 '놀고먹는 휴가지'는 될 수 없다. 

367) 우드크레스트에서 차로 20분 거리엔 백 년 넘은 가톨릭 수도원을 사들여 2012년 문을 연 고교 과정 마운트아카데미가 있다. 이곳의 교육 목표도 공부 잘하는 아이를 기르는 게 아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도록 하는 게' 첫째 목표다.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이 학교가 학력과 스포츠 등 각종 경진대회에서 미국을 휩쓸자 신문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정작 학교를 취재한 기자가 가장 인상적인 모습으로 꼽은 것은 모든 학생이 대걸레를 들고 학교를 청소하는 모습이었다. 

브루더호프에선 요란한 기도를 찾아볼 수 없다. 말 없이 자기 일을 묵묵하게 해내는 그 일이 바로 자기 비움, 자기 수련의 과정이다. 그런 헌신 속에 노동의 피로가 있기에 퇴근 후 잔디밭에서 가족과 이웃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욱 달다. 

369) 주일에도 주기도문 암송과 찬송가, 설교 등으로 이어지는 '예배 틀'이 없었다. 노래는 많이 불렀지만, 설교 같은 일방적인 전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모든 공동체원이 자신의 신상이나 생각을 나눴다. 이 마을 3백여 명 가운데 누구도 '무관심' 속에 방치되지 않았다. 모임 도중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파라과이 등에 있는 브루더호프 마을 공동체원들과 전화를 연결해 안부를 묻기도 했다.

371) 그런데 공장장인 델프가 때마침 준 <꿈꾸는 인생>이란 책을 읽고 감동이 부서졌다. 브루더호프 100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요한 하인리히 아놀드의 전기였다. 그는 크리스토프의 아버지이자 브루더호프의 창시자인 에버하르트의 아들이었다. 

375) 그는 "우리는 전쟁과 박해, 재해 등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늘 아껴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늘 말발이 센 사람들만 말하는 바깥세상과는 다른 회의가 이어졌다. 누구든 일어나서 말했고, 토의는 길었고, 진지했다. 다시 흑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나와 다른 타인의 생각도 알기 위해서였다. 하모니란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표현할 때 열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진솔한 대화의 밤이 깊어갔다. 

382) 지난 2009년 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3부작엔 신흥 종교 집단 '선두'와 후카다 교주가 나온다. 그는 호텔방에서 암살 기술자 아오마메에 의해 살해된다. 후카다는 암살 당할 것을 알면서도 태연하게 죽음을 맞을 만큼 카리스마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1Q84>가 나온 뒤 선두의 배경이 야마기시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키의 와세다대학 스승으로 알려진, 니이지마 아츠요시 교수가 도요사토공동체에 입회한 것이 크게 보도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이지마가 사망한 이후에도 부인은 지금까지 도요사토에 살고 있다.

397) 그런 사람은 없어요. 내 것을 다른 사람이 써버리면 어떻게 하지라는 마음보다는 '함께 잘 써주니 좋다'는 마음이 듭니다. 

409) 이들의 목표가 회사의 성과를 내는 게 아니라, '행복'이라는 사실을 간과하면, 이들의 방식을 이해할 방도가 없다. 이들이 늘 잘 해내는 것은 아니다. 실수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418) 자기 소유에만 집착해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와는 다른 세계를 찾아보고 싶어 3년간 애즈원을 찾았어요. 그러다가 이곳에서 가능성을 보았지요. 공무원을 그만두자 부모님 반대가 거셌지요. 실은 나도 걱정이 컸어요. 그런데 이곳에선 저축도 한 푼 없으면서 걱정 없이 살아가는 사라들이 있더라고요. 이들을 보면서 나도 걱정에서 조금씩 해방되는 느낌입니다. 

부록) 마을공동체의 특징
1. 사람들이 행복하고 웃음이 많다. 
2. 불안감이 없다. 특히 노후 불안이 없다. 
3.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큰 집, 고급 차, 가방 등 사치품에 집착하지 않는다.
4. 아이들을 닦달하지 않고 풀어놓으니 아이들의 천국이다
5. 남녀가 평등하다. 오히려 여성이 주도하는 경향이 강하다. 
6. 즐거운 모임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늘 함께 식사를 하거나, 파티가 이어진다. 
7.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 적다.
8. 상처를 치유하도록 돕는다. 고민과 아픔을 터놓을 사람이 늘 곁에 있다. 
9. 외롭지 않다. 외롭게 두지 않는다. 
10. 삶과 이상이 함께한다. 이상은 이상이고, 삶은 삶일 뿐이라는 이중성이 없다. 
11. 갈등을 방치하지 않고, 푸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 
12. 자발적으로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다. 일 중심이 아니고 인간 중심이다. 
13. 병자와 노인과 장애인을 잘 돌본다. 아플 때 돌봐주고, 병원에 데려가줄 사람이 있다. 
14. 어른과 아이들 사이 세대 간 소통이 잘된다. 
15. 외부인에게 열려 있다. 일반 가정보다 외부인을 잘 초청한다. 
16. 시댁과 처가 식구들과 벽이 없다. 
17. 사고나 사건에 휘말렸을 때 내 일처럼 걱정해주고 도와준다. 
18. 밥상이 풍성하다. 친환경 먹거리를 먹는다. 
19. 깊은 대화를 한다. 피상적인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속내를 터놓으며 고백하고 경청한다. 
20. 삶의 지혜가 공유된다. 
21. 육아 부담이 없다. 
22. 스펙에 집착하지 않는다. 
23. 저비용 고효율이다. 돈이 적게 든다.
24. 나눔이 일상화되어 있다. 
25. 신경정신과가 필요 없다. 
26. 왕따와 소외된 사람이 없다. 
27. 공부 잘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 헌신적이고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존경받는다. 
28. 자연이 아름답다. 
29. 동물도 행복하다.
30 가족끼리 많은 시간을 함께한다. 


독서습관244_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_조현_2019_한겨레출판_2019_(200711)


■ 저자: 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및 논설위원이다. 때론 그 굴레조차 벗고 떠도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주로 찾는 곳은 히말라야 설산이나 동굴, 외딴섬... 벗들과 어울리는 술자리도 좋아한다. 은둔 수도자들을 찾아다니면서 다른 한쪽으로 마을공동체 사람들과 교유하고 지지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그들 속에 들어가 같이 지낸다. 세상에서 가장 기운이 좋은 수도 터와 성지들을 다니고 최고의 영성가들을 만나 수행하면서 이를 선적인 글로 풀어내 '선사'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2002년엔 휴직한 뒤 1년간 인도 순례를 강행했고, 2016년에도 1년간 히말라야를 트레킹하거나 해외 공동체에서 보냈다. 

한겨레신문 사회부, 정치부를 거쳐 1999년부터 영성 치유 깨달음 공동체 대안적 삶에 대한 글을 주로 쓰면서 웰빙과 힐링, 공동체 바람을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저서로 처녀작인 <나를 찾아 떠나는 17일간의 여행>(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개정)은 2001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책의 날' 직원들에게 선물한 책으로, 누리꾼들이 뽑은 '인문교양도서' 1위에 선정되었다. 이어 세계 공동체 순례기인 <세계 어디에도 내 집이 있다>를 기획해 펴냈으며, 인도 여행을 다녀와 <영혼의 순례자>(인도 오지 기행으로 개정)를 냈다. 숨은 선사들의 발자취를 발굴한 <운둔>이 '불교출판문화상'과 '올행의 불서상'을, 오지 암자 기행인 <하늘이 감춘 땅>은 '불교언론문화상'을 수상했다. 한국 기독교의 숨은 영성가를 발굴한 <울림>은 감신대, 서울신학대, 장신대, 한신대 등 주요 신학대에서 '100대 인문 교양도서'로 선정되었으며, 역사와 신화의 땅, 그리스를 다녀와서 펴낸 <그리스 인생 학교>는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여름 휴가에 읽을 책'으로 선정했다.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선정한 '우리 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뽑히기도 했다. 

2001년 EBS에서 '조현 스페셜'이란 제목으로 일주일간 특별 강연을 한 이래 YMCA영성분과위원회, 정신과의사모임, 종교발전포럼, 서울대학병원, 서울시민청, 전주전통문화연수원 등에서 강연을 했다. 영성가 수도사 인문학자 등과 함께 지친 마음을 쉬며 치유할 수 있는 수행 치유 웹진 휴심정(well.hani.co.kr) 운영자이자 함석헌이 창간한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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