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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독서습관191_수메르 영웅 길가메시와 엔키두와의 우정과 죽음_길가메시 서사시_N.K 샌다즈_1989_범우사(191208)

by bandiburi 2019. 12. 8.

■ 저자 : N.K. 샌다즈(N.K. Sandars)

이 서사시를 판독하고 해설까지 덧붙인 샌다즈는 영국의 런던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여류학자이다. 그녀는 중근동 지방을 폭넓게 답사하며 그 지방에 관련된 많은 고문서들을 수집, 해독하였으며 그에 대한 집필도 꾸준히 계속하고 있다. 

 고고학자들에 의한 이 서사시의 토판 발굴 과정과 문서의 해독, 연구는 이 작품이 세상의 빛을 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희귀한 고전 작품에 있어서 그 작품의 문학적 역사적 배경은 작품 이해에 필수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샌다즈는 이 서사시를 통해 단순히 한 영웅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고대인의 삶과 죽음, 그리고 신에 대한 의식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그녀는 길가메시가 보여주는 성격과 인간적 삶, 세계에 대한 비관적인 태도는 기원전 3천 년경에 발생했을 것으로 보이는 대홍수와 그로 인한 메소포타미아 주변 민족들의 삶에 대한 불안정성과 공포에 기인할 것으로 해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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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감 

1990년 대학입학을 앞두고 대학교 신입생들에게 권장도서 목록을 줬는데 당시에 읽어보겠다고 <동방견문록>과 함께 샀으나 읽지 않고 거의 30년을 이사할 때마다 가지고 다니던 책이었습니다. 최근에 읽었던 책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 언급되어 과감하게 읽게 되었습니다. 

 책의 반은 길가메시의 여행에 대한 내용이고 나머지 반은 해설에 대한 내용입니다. 서사시 자체는 오늘날의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와 유사합니다. 작가가 현재를 기준으로 재편집하고 상상의 마사지를 조금 더 한다면 판타지 영화가 생겨날 것입니다. 요즘 영화의 장면들이 아주 현실적이어서 짧은 서사시를 읽으며 영화 속 장면처럼 상상을 하게 됩니다. 

 수메르 우룩의 영웅인 길가메시가 주인공입니다. 수메르 하면 세계사 시간에 고대 역사의 시작점이자 건조한 기후가 생각납니다. 19세기에 경쟁적으로 영토를 확장하던 유럽 국가들이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여러 문명의 기록들을 발굴하며 쐐기문자로 되어 있는 토판을 해석하면서 이 길가메시의 서사시를 확인하게 됩니다. 당시에 적지 않은 유물들을 영국 등 발굴에 참여했던 국가들이 자국으로 반출해서 현재의 대영박물관 등에 보관하고 있다는 점은 보존 측면에서는 다행이라고 여겨지면서도 우리의 문화재들이 프랑스 일본 등에 보관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씁쓸한 점도 있습니다.



 숲에서 자라난 또 다른 영웅인 엔키두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서사시는 시작됩니다. 엔키두는 인간사회와 먼 자연인이었으나 점차 사람과 같아지고 길가메시와 친구가 됩니다. 하지만 엔키두가 죽자 영원한 생명을 찾아 여행을 떠납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죽음이란 것이 신에 의해 정해져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결국 길가메시도 죽음으로서 짧은 서사시는 마무리됩니다. 

 내용 중에 여러 신들이 등장하고 대홍수도 나옵니다. 마치 구약성경의 창세기의 일부분을 보는 듯합니다. 창세기에서 처럼 배를 만들고 온갖 생물을 싣고 일주일 정도 비가 쏟아져 인류를 벌하고 까마귀가 날아가 먹이를 가져오는 것을 보고 물이 빠진 것을 확인하는 등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창세기에 기록된 내용이 결국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구전되던 이야기들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길가메시 서사시가 기원전 3천 년 경의 기록으로 본다면 창세기는 그 이후에 이를 토대로 구전되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지금으로부터 5천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사별에 대한 아픔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양한 신에 대한 이야기들은 결국 자연 속에서 인간이 살아가는데 수많은 것들에서 한계를 느끼기에 신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길가메시와 같은 영웅의 이야기는 그런 힘을 가진 존재에 대한 희망과 부러움이 혼재되어 있던 것은 아닐까요. 

 엔키두와 길가메시의 우정과 같이 죽음에 대해 슬퍼할 수 있는 진정한 친구가 몇이나 있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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