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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171119)

by bandiburi 2018. 2. 4.

올해 일본과 한국에 많은 감동을 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일본영화가 개봉되었다. 처음에는 제목이 공포영화에 어울릴 듯한 문장이라서 보기가 조금 꺼려졌지만, 이미 상영한 사람들은 다 제목과는 정 반대로 무척 감동적이라고 해서 그 영화를 시청하기로 했다. 그러나 영화 볼 기회를 잡지 못해서 아직 보지 못했기에, 스미노 요루가 직접 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남자 주인공 시가 하루키는 우연히 병원에서 <공변문고>라는 제목을 가진 공책 한권을 발견한다. 문득 호기심에 열어본 그는 그 책의 제일 첫 장에 공책 주인이 자신의 췌장에 걸린 병에 대해 소개하고 곧 죽게 될거라는 글을 읽게 된다.


 그 때, 반에서 제일 잘 나가고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많은 예쁘고 명랑한 클래스메이트 야마우치 사쿠라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 공책이 자신의 것이라고 말한다. 그 사건 이후, 하루키와 사쿠라는 점점 비밀을 공유하는 친구 그 이상의 관계를 맺게 된다. 그들은 극과 극의 성격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 몰래 1박 2일 여행을 떠나고 쇼핑을 통해 서로에 대해 더 잘 알아가고 죽음의 의미와 죽음을 앞둔다면 하고 싶은 일 등의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하루키는 반에서 왕따 혹은 은따(?)를 당하고 있으며, 오로지 소설 속에서 매일을 보내는 것을 즐기는 외로운 학생이었다. 그러나 사쿠라를 만난 이후, 그는 인간관계와 삶과 죽음에 대해 누구보다 더 관심이 많아졌고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하나하나 알게 된다. 불치병에 걸린 사쿠라는 자신이 병으로 인해 1년 이내에 세상을 떠날 거라고 한다.


 비록 의학이 발달했다며 겉으로 티를 내지 않는 그녀의 속마음을, 하루키는 그녀의 가방에서 본 온갖 주사기와 약병들을 뼈져리게 느끼게 된다. 그들은 어느 날, 카페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약속을 잡아놓았다. 약속 시간에 정확히 도착한 하루키는 그녀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면서 그녀와 문자를 주고받는다. 그러다가 그녀에게 할 말을 찾다가 마침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문자를 보내게 된다. 


 그러나 그가 문자를 보낸 이후엔 아무 답장이 오지 않았다. 답장과 함께 그녀도 카페에 오지 않았다. 그곳에서 하루키가 몇시간동안 기다리다가 뉴스를 통해 마침내 알아낸것은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클래스메이트인 그녀가 병으로 인해 죽기도 전에, 묻지마 사건의 살인마의 잭나이프에 의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이 사건이 일어난 후, 그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여 그녀의 장례식장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그러다 마침내 사쿠라의 집에 들린 그는 그녀의 공병문고에 세세하게 적혀있는 일기와 그에게 쓰인 유서를 읽게 된다. 공병문고에는 그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모두 적혀 있었는데, 그는 읽다가 드디어 참고 참던 울음을 터뜨리게 된다. 


 이 책은 제목에 의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뜨림과 동시에, 인간의 감정을 끌어내는데 많은 공을 세운 작품이다.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사랑 중 가장 특별한 사랑을 잘 나타내는 책이라서 무척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사쿠라가 병으로 인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 슬픔, 절망감을 모두 뒤로 숨기고 누구보다 더 활발하고 건강한 모습을 보이는 그녀가 존경스러웠다.


 그녀는 힘든 자신도 상관하지 않고, 외톨이었던 하루키가 인간관계에서 잘 적응하도록 이끌어주었기 때문이다. 만약에 내가 사쿠라였다면 어땠을까? 분명 죽음을 예고 받자마자 절망감에 빠져 무엇보다 소중한 1년을 헛되이 보냈을 것이다. 나는 제목도 내용 못지 않게 참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책에 의하면 죽은 사람의 췌장을 먹는다면 췌장을 먹은 사람이 죽은 사람의 영혼을 갖게 된다고 나온다. 그만큼 사쿠라와 하루키는 다른 아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동경하고 닮고 싶어한다는 뜻이 아닐까? 어쨌든 감동적인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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