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가 성장할수록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다. 부자는 이미 가지고 있는 재산만으로도 불로소득이 소비를 초과한다. 그래서 재산이 축적된다. 반면에 가난한 자들은 직업의 변화와 자동화의 확대로 직업을 잃고 재산이 감소한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자신의 가치관을 가지고 다양한 역할을 하며 살게 된다.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사회에서 기득권을 버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스콧 니어링은 1883년 미국 한 탄광도시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며 살았다. 스콧 니어링의 삶에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모습도 보인다.
젊은 시절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며 자본의 분배 문제를 깊이 연구했는데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앞장서다 해직되었다. 그 후 톨레도 대학에서 근무했으나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주장하다 또다시 해직되었다.
1917년 반전 논문을 발표하여 스파이 혐의로 기소되어 1919년 연방법정에 피고로 섰지만, 배심원들의 30시간에 걸친 긴 숙의 끝에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사회로부터 위험 분자, 과격분자로 몰려 소외를 당했다. 생의 후반기로 접어든 니어링은 스무 살 연하의 매력적인 여성 헬렌 노드(지금은 헬렌 니어링으로 더 잘 알려진)를 만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처음에는 버몬트에서 그리고 후에는 메인에서 그들은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적인 생활을 했고 겨울에 농장이 얼어붙어 농사를 지을 수 없으면 여행을 떠나고 강연을 하고 저술을 하며 지냈다. 1983년 8월 24일 100세가 되던 해, 스콧 니어링은 부인 헬렌 니어링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그는 자신이 살아온 1백 년의 시간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진정으로 의미 있고 충만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실천적으로 보여준 사람이었다.
스콧 니어링의 사회적 위치는 대한민국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부유한 가정환경과 경제학 교수라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배우고 가르치는 대로 살고자 했다. 이로 인해 기존 체제와 갈등은 불가피했다. 사회에서 돈키호테와 같은 삶을 산다는 것은 큰 결단이 필요하다. 나를 포함한 대다수는 현실과 타협하면 살아간다. 그래서 스콧 니어링은 우리나라의 리영희 교수와 비슷한 면도 있다. 평범하지 않다. 고난을 회피하기 전에 자신의 가치관이 앞선다.
가족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언제나 자녀들을 내 소유물이 아니라 개별적인 인격체로 여겼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에 나오는 이 대목을 들려주고 싶구나.
당신의 자녀들은 당신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그들은 생명의 아들이고 딸입니다.
그들은 당신을 통하여 왔지만
당신에게서 온 것이 아닙니다.
또한 당신과 함께 있으나 당신의 것은 아닙니다.
그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으나 생각을 줄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기의 생각이 있으니까요.
당신은 그들의 몸을 가둘 수는 있어도 마음을 가둘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마음은 미래의 집에 거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으로서는 꿈속에서조차도 방문할 수 없는 그런 곳에 말입니다.
당신은 그들처럼 되고자 할 수는 있겠지만 그들을 당신처럼 만들려고는 마십시오.
왜냐하면 인생은 과거로 가는 것이 아니며 어제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입장에서 생각하게 하는 문장들이다. 아이들을 한 사람의 소중한 인격체로 여기고 있는지 자문한다. 부모로서 아이를 낳았고 기르고 있기에 마치 아이들을 소유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자기의 생각을 만들어 간다. 부모는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울 수는 있지만 생각을 줄 수 없다는 말이 참 아름답게 다가온다. 아이들은 부모가 살아온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살고 있다는 표현도 칼릴 지브란의 통찰을 엿보게 된다.
완벽한 학생이란 곧 완벽한 앵무새였다. (중략) 한창 자라는 아이에게 이런 교육이 미칠 영향을 상상해 보라. 일단 정신적 순응이 습관화되면 그 습관을 뿌리 뽑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나는 희생자 세대에 속한 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기존 질서가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암시해준 교사가 과연 몇이나 있었던가?
우리의 교육을 비판한 것 같다. 학교와 학원에서 문제를 푸는 기계와 같이 아이들을 취급하는 현실이다.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기존에 수립되어 있는 체계가 전부인 것처럼 우리는 교육을 받아왔다. 습관이 되니 이를 거부하기는 힘들다. 아이들도 학교나 집에서 지속적으로 대학, 대학, 대학을 주입받는다. 스콧 니어링은 희생자라는 표현을 썼다. 주체적이지 못하고 주입된 체계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희생자라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같은 경제문제에 중압감을 느껴, 나는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지출을 최소한으로 줄일 것.
둘째, 학교 밖의 수입원을 늘일 것.
셋째, 수입의 일부를 노후생활을 위해 적립할 것.
이 세 가지 원칙 중에서 가장 지키기 힘든 것은 사치와 낭비가 미덕인 풍요로운 사회에서 소박하고 검소한 생활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일이었다. 첫 번째 단계는 없어서는 안 되는 생활필수품 외의 옷가지와 가재도구, 가구 같은 사유재산은 출세주의자에게나 가치가 있을까 대부분 아무런 본질적 가치도 없는 신분의 상징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었다.
스콧 니어링에게 있어서도 가장 힘든 것이 '소박하고 검소한 생활을 유지'하는 일이었다고 고백한다. 이미 풍요로운 삶을 경험하고 다시 검소한 삶으로 가기는 힘든 것이다. 풍요로운 사회라는 것은 무언인가. 소비를 조장하는 사회다. 많은 물건을 소비하도록 소비에 가치를 부여하고자 노력한다. 우리는 물건에 대한 본질적 가치를 봐야 한다. 단순히 신분을 과시하기 위한 소비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워튼 스쿨은 경영학 분야에서 선구자적인 학교였다. 설립자 조셉 워튼은 교과과정 중에 관세보호 과목을 의무적으로 넣는다는 조건으로 자신의 개인재산을 출연해 이 학교를 만들었다.
소박하고 알뜰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해 주기 위해 우리의 경험을 얘기해 보겠다.
① 짐은 자기 혼자 쉽게 들고 다닐 수 있을 만큼만 챙겨라. 최소한의 옷가지와 사무용품과 필기구만 있으면 된다.
② 1등석에서 편하게 여행하지 말고 3등석에서 고되게 여행하라. 화려한 미국식 생활을 피하고 현지 숙박시설과 시장을 이용하라.
③ 식당에 출입하지 말라. 요리할 일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대신 과일과 견과와 그 밖의 신선한 자연식품을 먹어라.
④ 술, 담배, 청량음료, 커피 같은 습관성 기호식품을 끊어라.
⑤ 택시를 피하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라.
⑥ 여가시간에는 될수록 건강에 도움이 되는 생산적인 운동을 하고 많이 걸어라. 그러면 의료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
알뜰한 여행을 위한 팁은 커피를 마시는 것이 일상이 된 현재 우리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여섯 번째에 있는 여가시간에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운동, 특히 많을 걸으라고 하는 것은 전문가들도 강조하는 부분이다. 궁극적으로 운동을 통해 건강하면 의료비 지출이 사라진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관리의 여부가 몸으로 나타난다. 잘 산다는 것이 뭘까. 건강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닐까. 몸도 아프고 의료비도 지출되고, 하고 싶은 일도 하기 어려운 노년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련과 시행착오로 점철된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은 실험하고 시험하고 거부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쳐 엄청난 양의 소망과 관념과 법칙과 삶의 규범과 제도들 - 이런 것들을 우리는 문화나 사회환경으로 분류한다 - 을 축적했다. 각 세대의 핵심 과제는 올바른 평가와 시험을 거쳐 해로운 것과 유익한 것을 분류하는 일이다. 이렇게 해서 열등한 것은 버리고 우수한 것은 받아들이며, 가능하다면 문화양식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모든 교육과정의 목표는 각 세대 구성원들을 자극하고 일깨워, 후세대가 그들 이전 세대보다 조금 더 높은 터전을 차지할 수 있도록 문화양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교육의 목표가 이 정도로 큰 비젼을 가지고 실행되야겠다. 비전이 크면 사명도 크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존재 의미를 가진다는 것은 중요하다.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에서 세상을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한 사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하루하루의 삶을 보내는 모습이 다를 수밖에 없다.
스콧 니어링과 같은 삶을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의 삶의 철학은 맹목적으로 획일화되기 쉬운 사회환경에서 우리에게 생각할 기회를 준다.
독서습관142_스콧 니어링 자서전_2013_실천문화사(1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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