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임승수는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반도체 소자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전공을 살려 연구원으로 직장생활도 몇 년 했지만, 결국 그만두고 현재는 인문사회 분야 전업 작가로 살고 있다.
임승수 작가가 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을 아주 인상 깊게 읽고 좀 더 작가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가장 최근에 나온 책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를 읽게 되었다.
자본론 입문서와 같은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은 그의 많은 고민과 노력이 담겨 있다는 생각과 함께 고마움을 느꼈다면 이 책은 기대감이 높아서였을까 약간의 허탈한 감정과 저자의 보이지 않는 자기만족과 자랑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의 주된 내용이 그의 주변에서 있었던 일상적인 일과 그의 생각 그리고 자본론에서 설명했던 개념에 대해 다시 그대로 인용한 점이 원인이다. 그래서 책을 쉽게 썼다는 느낌이 적지 않다.
물론 저자가 주장하는 삶에 어느 정도는 공감 하며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체험하는 삶은 그렇지 못한 입장에서 배울 만한 모습이다. 규격품보다는 불량품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용기 있는 자의 모습이다. 돈보다 시간과 경험을 중요시하는 모습은 쉽지 않기에 대단해 보인다.
저자가 맛있는 애플망고빙수를 먹기 위해 가족들을 데리고 무대포식으로 호텔에 가서 한 개를 시켜 먹는 모습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책에서 소개되는 부부가 만나는 계기와 현재 부부가 모두 작가로 살아가는 모습은 자유로워 보이면서도 위태로워 보인다. 무엇이 옳다고 정답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오늘날 맹목적으로 자신이 살아온 길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평범한 회사원 생활만 19년을 넘게 해온 입장에서 그의 자유로운 영혼은 부러움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어가며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었기에 정리해 본다.
추천지수 : ★★★
[17] 교육과정 및 제도적 틀을 통해 특정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 그것은 어떤 사건이나 현상을 특정한 관점에서 보도록 길들여지는 것이다. (중략) 남이 보여주는 것만 보며 그 의도에 맞춰 사리를 판단하는 사람은 진정한 자유인이라 할 수 없다. 사실상 정신적 노예일 뿐이다.
[26] 아무것도 모를 때는 직업이란 그저 '돈 버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중요한 사실을 잊는다. 그 돈을 벌기 위해서 갖다 바쳐야 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바로 '시간(인생)'이다.
[42] 호주의 작가 브로니 웨어가 쓴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5가지 The Top Five Regrets of the Dying>라는 책이 있다.
[43] 다음은 브로니 웨어의 책에 나온,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 목록이다.
-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
- 내가 그렇게 열심히 일하지 않았더라면
- 내 감정을 표현할 용기가 있었더라면
- 친구들과 계속 연락하고 지냈더라면
- 나 자신에게 더 많은 행복을 허락했더라면
[47] 물론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지 못한 것을 순전히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획일화된 교육을 강요하는 사회구조의 탓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이 나올 만한 삶을 살았을 때만 쓸 거리가 생기듯, 용기를 내어 다양한 시도를 했을 때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발견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50] 수많은 명언을 남긴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은 금언도 남겼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다."
[141] 미국의 심리학자 Leaf Van Boven과 Thomas Gilovich는 2003년에 <체험이냐 소유냐? 그것이 문제로다 To Do or to Have? That Is the Question>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 연구진은 소비의 유형을 소유형 소비, 체험형 소비로 구분한다.
[144] 결국 우리 대다수는 한정된 자원으로 행복을 극대화해야 하는 삶의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데, 방정식 해법의 열쇠가 바로 '시간'인 것이다.
그렇다. 물건이 아니라 시간을 사라.
[175] 책을 읽은 사람을 만나니 무척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지만, 한편으로는 10년 개고생을 해서 정리해놓은 책을 일주일, 심지어는 하루 만에 해치우니, 뭔가 단물만 쏙 빨린 느낌이다. 그런데 이쯤 얘기했으면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느낌이 왔을 법한데? 그렇다. 시간을 버는 최고의 남는 장사는 바로 '독서'다. 누군가 10년 개고생해서 정리한 내용을 빠르면 하루 만에 쪽 빨아먹을 수 있다니.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것보다 남는 장사가 과연 어디에 또 있겠는가
[203] 인간이라는 동일한 종 내에서도 개체마다 유전자 조합이 판이하다. 그런 이유로 사람마다 타고난 적성, 능력, 성격 등이 상이하다. 어떤 이는 스포츠에 재능을 보이고, 누군가는 타인과 공감하는 데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204] 아인슈타인의 다음과 같은 일갈이 떠오른다.
"모든 사람은 천재다. 그런데 나무 타기 능력으로 물고기를 평가한다면, 물고기는 평생 자기가 바보라고 생각하며 살 것이다."
[213] 어쨌든 자본가 계급의 이러한 의도는 꽤 잘 먹히고 있는 것 같다. 대학교육은 '실용화'라는 명목 하에 기업의 이윤추구에 알맞은 유전자 보유자를 가려내고 육성해 '미래형 인재'라는 규격품으로 출하한다. 우리나라 교육현장은 대학을 정점으로 하는 위계 체계를 갖고 있는데, 위계 체계의 최고 정점에 위치한 대학교 입시를 통해 초등, 중등, 고등학교 가릴 것 없이 경쟁과 서열화의 분위기가 퍼졌다.
~ 미국 작가 데릭 젠슨의 글쓰기 책 <네 멋대로 써라>에서 ~
[224] 아무리 남들이 보기에 근사한 직업에 종사하며 때깔이 좋더라도 타인의 욕망과 필요에 속박되어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올라오는 목소리는 외면한 채 하루하루 생물학적 욕망만을 충족시키며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을 무한 반복한다면, 사육되는 가축과 무엇이 다를까? 친환경 유기농으로 사육된들 가축은 가축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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