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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1016]칵테일 러브 좀비_조예은 작가의 네 편의 특이한 단편소설집

by bandiburi 2025. 3. 3.

조예은 작가의 책 『칵테일, 러브, 좀비』는 한 손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은 사이즈의 얇은 책이다. 다른 책에서 인용되었기에 조예은 작가의 소설 분위기를 기대하며 읽었다. <초대>, <습지의 사랑>, <칵테일, 러브, 좀비>,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네 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가 비현실적인 분위기의 소설로 음습한 느낌을 준다. 

첫 번째, <초대>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채현, 그리고 그녀를 평가하는 남자친구 정현, 그리고 최후의 빌런 태주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채현이 어른들의 강요로 회를 먹은 이후로 목에 가시가 걸린 이물감을 느낀다. 이 가시는 태주의 도움으로 정현이 죽으면서 해소된다. 독자의 입장에서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보이지 않는 강요와 평가에 대한 심판이라고 할까. 그런 인상을 주었다. 

두 번째, <습지의 사랑>은 귀신이야기다. 갑자기 숲과 습지에 버려진 시체를 가진 귀신들의 이야기다. 두 귀신 사이에 처음 만남과 시간이 지나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주된 내용이다. 마지막에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자연에 대한 심판이 가해진다. 누군가에게 죽음을 당한 불쌍한 영혼들에 대한 진혼의 의미와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세 번째, 책의 제목과 동일한 <칵테일, 러브, 좀비>는 뱀술을 먹고 좀비가 된 아버지의  등장부터 어색했다. 가부장제를 비판한다는 해석이 있는데 스토리는 따라가지만 정확히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소설이었다. 

네 번째,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는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사람들에게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세 번씩 주더라도 벌어질 일은 벌어진다는 메시지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전개다. 다음에 어떤 선택을 해도 결국 죽음으로 결말이 이어지는 모습에 주인공의 처절함이 드러난다. 매번 새로운 기회를 위해 '영혼'을 파는 파우스트가 떠오르는 것은 나만은 아닐 것이다. 이 소설은 재미있으면서 남기고 싶은 문장도 유일하게 많다. 아래에 몇 문장을 인용했다. 

"가위바위보도 삼세판인 것처럼, 기회는 딱 세 번이야. 과거로 돌아갈 수 있어. 후회했던 선택을 바꿀 수도 있어. 하지만 결과는 어찌 될지 몰라. 모든 것이 바뀔 수도 있지만 바뀌지 않을 수도 있지. 네가 선택해. 시간을 되돌려 줄까?" (124)

어머니를 괴롭히고, 늘 따라다니면서 그녀를 무섭게 했던 나쁜 사람이 바로 나라는 것을, 미래에서 온 아들, 비극의 증거, 불행의 씨앗인 바로 나라는 사실을 나는 이제야 깨달았다. 이게, 어떻게... 시간을 되돌려 준다며 깔깔깔 웃던 목소리의 주인은 신이 아니라 악마였다. (148)

나는 세 번의 기회를 다 써 버렸고, 결국 과거의 아버지를 죽이지 못했다. 이제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어떻게 되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귀에 익은 목소리가 말했다. 맞는 말이다. 결국, 벌어질 일은 벌이지는 법이다. (151)


독서습관1016_칵테일 러브 좀비_조예은_2021_안전가옥(250228)


■ 저자: 조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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