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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1억 엔이란 거액을 횡령한 우메자와 리카를 중심으로 그녀의 동창 오카자키 유코, 첫사랑 남자 야마다 가즈키, 사회 친구 주조 아키가 번갈아가며 화자로 등장한다. 그들에게 가장 행복했던 한때는 언제였을까. 소설 속에서의 그들은 누구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돈에 휘둘리지 않는 인생을 살기 위해 돈을 너무 아끼다 오히려 강박관념을 안고 사는 오카자키 유코도, 어린 시절 부유했던 기억 때문에 늘 현재의 처지를 비관하며 돈타령만 하는 아내를 둔 야마다 가즈키도, 마구잡이로 긁어낸 카드빚 때문에 남편에게 이혼당한 주조 아키도 '돈'에 끌려 다니며 행복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돈을 펑펑 쓰는 순간은 행복했을까. 돈을 목숨처럼 아끼는 순간은 행복했을까. (353)
책의 말미에 옮긴이 권남희 씨의 이 글이 『종이달』을 잘 보여준다. 돈과 현대인의 관계는 미묘합니다. 돈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절약하며 살지만 시작부터 돈의 굴레이 있는 사람들이 첫 번째 부류다. 두 번째는 소비를 관리하지 못해 돈에 휘둘려 자신의 인생이라는 시간을 저당 잡히거나, 사회적으로 부자유를 받아들여야 하는 부류다. 마지막 세 번째는 그 사이에 있는 나머지다.
소설은 주인공 리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주변인물들의 사연이 뒤섞이면서 전개된다. 모두가 행복하지 않은 결말을 맞이한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에서 부동산과 재테크롤 돈을 버는 방법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다. 모두가 누군가의 돈을 더 가져오겠다는 탐욕이 바탕에 있다. 한정된 인생이란 시간 자원을 웃으며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어떻게 활용할까에 대한 자신만의 깊은 통찰이 전제되야 한다. '돈'은 그 여정에 필요한 도구지 목적이 아니다. 언론이나 SNS는 지속적으로 '돈'이 대한 공포를 심어준다. 때로는 과거의 침묵의 힘이 필요하다.
『종이달』이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세 꼭지로 정리했다. * 구글 Gemini의 도움을 받아 부분 수정
인간 관계의 공허함과 소외
『종이달』은 주인공 리카의 삶을 통해 인간관계의 공허함과 소외를 탐구합니다. 리카는 겉으로는 평범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지만, 남편과의 관계에서 점점 위화감을 느끼며 소외감을 경험합니다. 남편은 자상하지만 그녀에 대해 관심이 없고, 대화도 없다. 이러한 정서적 공허함은 그녀가 은행 고객의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심리적 배경이 됩니다. 소설은 인간 관계의 피상성과 그로 인한 소외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하며, 독자들에게 진정한 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웁니다.
물질주의와 도덕적 딜레마
소설은 물질주의가 개인의 도덕적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합니다. 리카는 은행 업무를 통해 접하는 돈의 유혹에 빠져 점차 도덕적 경계를 넘어서게 됩니다. 그녀의 행동은 물질적 욕망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등장인물들이 돈에 대해 극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물질주의가 개인의 가치관과 도덕성을 어떻게 왜곡할 수 있는지를 경고합니다.
사회적 안전망에 의지할 수 없는 노인들, 미래에 대해 전망이 밝지 않은 청년들, 현재의 직업이 불안정한 중장년으로 구성된 우리 사회는 소설 속의 일본보다 더 물질주의의 유혹에 취약합니다. 도덕적 딜레마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일확천금을 선택하기 쉽습니다. 그런 사례가 뉴스에 자주 등장합니다. 리카와 같은 은행원들의 횡령 사례는 대표적입니다.
현실 도피와 자아 발견
『종이달』은 리카가 현실을 도피하는 과정을 통해 자아 발견의 여정을 그립니다. 리카는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한 삶에서 느끼는 불만족과 남편과의 위화감을 해결하기 위해 태국으로 도피합니다. 이는 단순한 도피가 아닌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소설은 독자들에게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서는 외부의 조건이 아닌 내면의 성찰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일본의 문화를 몰라서 이런 의문이 들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리카의 이야기는 일면 답답한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는 은행원에서 스스로 공부해서 자격을 취득할 정도인데 왜 돈에 대한 무서움을 몰랐을까, 더구나 노인들의 돈을 착복하는 도덕적 불감증은 어디서 온 것 일 까는 독자로서 여전히 미궁입니다.
아래는 책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을 인용했습니다.
사랑에 빠진 것도, 남자에게 부추김을 당한 것도 아니고, 그저 리카는 자신을 가리고 있는 안전한 울타리를 뛰어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자신이라는 틀을 부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가즈키가 아는 리카는 누구보다 높고 견고한 울타리 속에 있었다. (38)
리카의 횡령 사건을 듣고 가즈키가 왜 그랬을까 추정하는 말이다. 작가의 메시지다.
그날 밤, 리카는 마사후미에게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얘기를 꺼냈다. 마사후미는 반대하는 것도 없이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네"라고 웃는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어떤 일을 하는지, 아르바이트인지, 정사원인지도 묻지 않았다. (73)
리카가 남편 마사후미의 태도에서 위화감을 느끼고 있다. 뭔가 부족하다.
리카는 아키에게 전화를 하지 못하는 것은 시간을 신경 써서가 아니란 걸 인정했다. 아키처럼 하나라도 스스로 결정하고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기, 이제 아이는 포기하는 거야? 하고 마사후미에게 확인하지도 않은 채 1년이고 2년이고 지났고, 남편의 말에 위화감을 느껴도 그 진의를 마사후미에게 묻지도 못했다. 그저 어제와 똑같은 날을 답습하듯 살고 있다. 그런 자신의 하루하루를 아키에게는 도저히 얘기할 수 없다. (101)
남편과의 관계에서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위치, 남편은 자신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인지 마사후미 자신이 생각하는 남편의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위화감이 점점 더 발전한다.
아키와 전화로 얘기할 때, 2년 전 여름과 같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시간제에서 종일제 일리 바뀌었다고 해도, 아키에게는 별로 의미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변화라도 좋으니, 얘기하고 싶었다. 리카는 전날을 똑같이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오늘 전날과 다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102~103)
단조로운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한 리카의 노력이다. 우리의 삶도 유사하지 않은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인생 자체 아닐까. 아주 작은 변화라도 있으면 족하다.
"그래도 갖고 싶었어. 골프 접대나 출장 때 차고 갈 수 있는 적당한 시계가, 이거라면 충분하네." 또 작은 위화감이 리카의 마음속에 퍼졌다. 하지만 리카는 그걸 말로 할 수 없었다. (108)
일상에서 남편과의 사이에 발생하는 일련의 일들은 위화감을 쌍하가는 것처럼 보인다.
(...) 그런 일상의 이런저런 일을 모두 잊고, 또 그런 이런저런 일과 일절 관계없는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다. 그런 유의 유쾌함이었다. 그 유쾌함은 그날 아침의 만능감과 비슷했다. 자신은 선택받은 누군가이며, 살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고, 갖고 싶은 것을 가질 수 있다. 그런 기분이다. (159)
과소비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 리카는 그래서 출근을 위해 역에 갈 때나 호텔로 돌아오기 위해 붐비는 전철을 탈 때면, 주위에 자각 없이 뿌려진 채 방치된 악의에 새삼 놀랐다. 먼저 가기 위해 노인을 밀치고 가는 여자가 있고, 그 인간 뒈졌으면 좋겠어 하고 깔깔 웃으며 얘기를 나누는 금발의 여자아이들이 있고, 가방에 손을 찔러 넣고 정액권을 찾는 리카에게 혀를 차며 어깨를 부딪치고 가는 젊은 남자가 있고, 할머니를 밀어내고 빈자리에 앉는 중년 남자가 있고, 고맙다는 말도 없이 잔돈을 던지는 역내 매점의 판매원이 있었다. (253)
지하철로 출퇴근하며 마주치는 우리 사회의 방치된 악의를 떠올리게 하는 문장이다. 타인에 대하 배려 없이 몸을 밀치며 붐비는 지하철 내를 오가는 사람들, 거다란 백팩을 뒤로 메고 지하철에 탑승하는 사람들(과거에는 앞으로 메서 배려하는 문화가 있었다), 스마트폰 동영상을 이어폰 없이 스피커로 듣는 노인들, 주변사람들이 가족이라도 되는 듯 개인적인 전화를 스피커로 하는 사람들이다. 어느 사회나 비슷한 것일까. 교육과 캠페인으로 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처럼 SNS가 발달한 나라에서 좋은 캠페인이 일어나 새롭게 바뀌는 계기를 기대한다.
인감은 4일 후에 완성되었다. 리카는 그걸 우선 히라바야시 고조에게 사용할 생각이었다. 죄의식은 전혀 없었다. 당연하다. 손자 여행비용인걸. 말로 하지 않아도 리카에게는 그런 의식이 확실히 있었다. 처음에 부정을 저질렀을 때와 완전히 똑같다. (260)
거액의 횡령의 시작은 당위성 찾기였다. 그래서 죄의식은 들지 않는다. 누구나 부정의 시작은 비슷하지 않을까.
돈이라는 것은 많으면 많을수록 어째선지 보이지 않게 된다. 없으면 항상 돈을 생각하지만, 많이 있으면 있는 게 당연해진다. 100만 엔 있으면 그것은 1만 엔이 100장 모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거기에 처음부터 있는, 무슨 덩어리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은 부모에게 보호받는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그것을 누린다. (297~298)
리카, 유코는 그 웃는 얼굴을 향해 물었다. 넌 무얼 샀니? 무얼 손에 넣으려고 한 거니? 그 물음은 어느새 유코 자신에게 향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절약을 한 거지. 무엇 때문에 저축하려고 한 거지. 그래서 무엇을 얻을 생각이었던 거지.(323)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는 한정된 인생이란 시간을 자신의 행복을 위해 달려가야 한다. 그 과정에 일부 돈이라는 도구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객이 전도되어도 한참 전도되었다. 돈이 인생의 목적이 되어 살아가는 인생이 많다. 소설이 전하는 메시지도 이런 의미라고 생각한다.
마키코와 무스미는 정반대의 여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한 점에서 그녀들은 완전히 똑같지 않을까 싶었다. 즉, 돈으로 무엇이든 생각대로 할 수 있다고 아무렇지 않게 믿는 부분이. (326)
만약 고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는 되지 않았을까, 하고 리카는 강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니, 이렇게 된 것은 고타를 만나서라고 생각할 수 없다. 만약 편집 회사에 근무했더라면. 만약 아이가 생겼더라면. 만약 마사후미와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만약 그 중고교가 같이 있는 학교에 다니지 않았더라면. 추천으로 그 전문대학을 선택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만약 그 전문대학을 나오지 않았더라면 카드 회사에 근무하는 일도 없고, 은행에서 일할 거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가정은 과거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무수히 흩어져갔지만, 하지만 어떤 가정을 해도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 이렇게 있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341~342)
인생에 '만약~'이란 말은 수많은 상상을 낳는다. 누구나 후회하는 과거가 있다. 그런 과거를 돌이킬 수 있다면 현재가 더욱 행복한 상태에 도달했을 거라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할 수 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갈 때 미래의 행복도는 높아질 수 있다. 지금이 중요하다.
어디로든 갈 수 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전율이 이는 듯한 흥분은 날이 갈수록 시들어가고, 이윽고 리카는 마을에 있어도, 게스트하우스의 보잘것 없는 방에 있어도 감금당하고 감시당하는 착각을 하게 되었다. 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리카는 생각했다. 그것은 사람을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지四肢보다 훨씬 비좁은 장소에 가두는 것이다. (343~344)
멋진 표현이다. 리카는 죄를 범했을 때 돈에 대한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줄 알았지만 근심과 걱정으로 옴짝달짝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말이다.
이 아이가 나쁜 게 아니다, 아키는 생각했다. 내가 옷을 잘 입는 것으로 이 아이의 친구가 되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아이에게 무언가 사주는 것으로 엄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아이는 나와 똑같은 것을 하는 것뿐이다. (349~350)
아키가 엄마로서 자녀를 사랑하고 지원한다는 바람직한 의미를 일찍 알았더라면 모녀 갈등은 줄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키는 지금이라도 깨달았다. 앞으로는 자신이 바라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물질적인 지원보다 소중한 지원 방법을 사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일본인 친구가 『종이달』에는 이런 의미도 있다고 가르쳐주었다. 사진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 사진관에서는 초승달 모양의 가짜 달을 만들어서 그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가짜 달을 보며 찍었는지, 달 모양 위에서 찍었는지 모르겠지만, 한껏 포즈를 잡으며 행복한 얼굴로 가족 혹은 연인과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긴 것이다. 거기에서 비롯되어 '종이달'이라고 하면,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보낸 가장 행복한 한때를 의미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보니 '종이달'은 너무나도 이 소설과 잘 어울리는 제목이란 생각이 들었다. '종이달'이 '가짜'와 '가장 행복했던 한 때'를 중의적으로 의미하는 것이라면. (352~353)
'종이달'이란 제목을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다. 소설을 읽으며 제목과 연결할 수 있는 문장을 찾았다. 결국 소설 속에서는 못 찾고 번역가의 글에서 찾을 수 있었다. 돈으로 만들어진 '가짜' 삶을 의미하기도 하고 진정한 가족의 행복을 원하는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독서습관 1007_종이달_가쿠다 미쓰요_2015_위즈덤하우스(250208)
■ 저자: 가쿠다 미쓰요
가나가와 현 출생. 와세다대학 제1문학부 졸업. 1990년 『행복한 유희』로 카이엔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1996년 『조는 밤의 UFO』로 노마문예인상, 1997년 『나는 너의 오빠』로 쓰보타 조지문학상, 『납치여행』으로 1999년 산케이아동출판문화상 후지 텔레비전상, 2003년『공중정원』으로 부인공론문예상, 2005년『대안의 그녀』로 나오키상, 2006년『록 엄마』로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 2007년 『8일째 매미』로 중앙공론문예상, 2012년 『종이달』로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 『드라마』 『납치여행』 『굿바이 마이 러브』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틴에이지』 『프레젠트』 『죽으러 갑니다』 『내일은 멀리 갈 거야』 외 많은 작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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