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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교육]65_교사를 춤추게 하라(1부)_우치다 타츠루_2012_민들레(180521)

by bandiburi 2018. 5. 21.

저자 우치다 타츠루는 2012년까지 고베여자학원대학 종합문화학과 교수를 지낸 그의 명함에는 '합기도 사범, 개풍관 관장'이라고 적혀 있다. 합기도 7단인 그는 그동안 철학, 문학, 정치, 문화 등 일본 사회 전방위를 들여다보며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을 50여 권 펴낸 지성이기도 하다. 

 그가 지금 고베에서 꾸리고 있는 '개풍관'은 무도와 철학을 위한 배움의 공동체이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봄바람'이라는 뜻을 지닌 이 도장은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다움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다. 학교를 비판하기보다 다양한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 교육을 변화시키는 길이라고 그는 말한다.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높기로 유명하다. 교육에 대한 관심이 크기는 하지만 자녀들의 성적과 대학 진학에 대한 관심에 집중돼 있지, 정작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공교육에 대한 기대를 줄이고 사교육 시장에서 부모의 재력에 따라 좋은 결과(성적)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는 시대라고 생각된다. 

이런 시점에서 '교사를 춤추게 하라'는 제목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저자의 독특한 이력도 뭔가 특별한 통찰력을 보여줄 것 같다. 그렇다. 비록 일본의 교육환경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저자가 경험한 것에서 우러난 것이긴 하지만 우리와 유사점도 많다. 

 저자가 서문에서 언급했듯이 '선생님들이 용기와 힘을 얻는 책'이 되는 것입니다. 교사들이 교육의 주체로서 교육문제를 바로잡아갈 수 있습니다. 좌충우돌하는 학생들의 다양한 니즈에 잘 대응할 수 있기 위해서는 임용고사에 합격한 범생이와 함께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어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다 보니 교사가 되었다고 하면 세상적인 출세, 권력에 대한 욕구에 초연할 수 있을까요

강한 임팩트 보다는 약한 임팩트가 산재되어 있어 집중하기 힘든 면도 있지만 교사들과 학교 교육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좋은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책입니다. 

이하 인상깊었던 문장을 발췌합니다. 

[12] "정치인과 언론, 교육 관료들은 제발 부탁이니 교육은 현장에 맡기고 그냥 내버려두시라!" 이것이 이 책에서 강조하는 제언입니다. ~ 그냥 내버려 둠으로써 최소한 교육이 더 나빠지는 것은 막을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이 있습니다. 

[38] 프랑스에서 부모의 아동 학대에 대해서는 엘리자베스 바댕테르의 <만들어진 모성>에서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절대왕권시대는 부모가 아이를 처벌할 권리를 가짐으로써 각 가정이 권력적으로 재편된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40] 의무교육 제도는 나폴레옹 전쟁에서 패배한 프로이센이 부국강병책의 일환으로 처음 도입한 것이다. 산업혁명 시기에 아동의 노동착취를 방지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근대국가 형성기에 부모에게서 아이를 빼앗아 국가의 충실한 신민으로 양성하기 위한 제도라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음을 함께 보아야 한다. 

[91] 그렇기 때문에 교양교육과 전공교육 두 가지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교양교육은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신과 공통의 언어와 가치체계를 갖지 않는 자와의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배우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교양교육을 통해 자신과 다른 세계를 사는 사람과의 의사소통 방식을 배웁니다. 그리고 '그들만의 리그'에서 은어로 대화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그러고 나서 지금까지 은어로 말해왔던 것을 '은어가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 이해시키지요. 거기까지 가능해지면 고등교육은 일단 목표를 달성한 셈입니다. 

[93] 사람은 배우고 있을 때는 자신이 지금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잘 모릅니다.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지요. 그러나 그것으로 된 겁니다. 그 '무지와 불능'을 자각할 때 비로소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아는 시좌를 상상으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상상의 시좌에서 자신이 있는 곳을 조감하는 것, 그것이 바로 '매핑mapping'입니다.

~ 자신의 위치를 표시할 수 있는 지도는 자기가 스스로 만들어야만 합니다. 

[98] 중고등학생을 얕잡아보면 안 됩니다. 전문 영역이 지속적으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피'가 계속 유입되어야 합니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영역은 재미있을 것 같다'고 기대를 품은 청년들이 바로 '새로운 피'입니다. 완전히 비전문가인 청소년들의 지적 욕구를 환기시키는 일은 전문 분야 학문이 계속 활성화되기 위한 필수조건입니다. 

[102]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력 향상은 경쟁을 통해서 달성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확실히 개인의 학력은 경쟁을 통해서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 가르치면, 아이들은 가까운 장래에 자기 혼자만 유능하고 상대적으로 나머지는 자기보다 무능한 상태를 이상적인 것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상대적'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지금 여기에서의 경쟁에서 이긴다'에 한정해서 보자면 자신의 학력을 올리는 것과 경쟁 상대의 학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결과적으로 같기 때문입니다. ~ 아이들은 실로 바지런히 경쟁 상대의 지적 성취도 향상을 방해하려고 합니다. 가령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한 아이는 학교에서 종종 자신이 이미 배운 단원의 수업을 방해합니다. ~ 그들은 수업을 방해함으로써 경쟁 상대의 학력을 끌어내리려고 하는 겁니다. 

[112] 성숙은 갈등을 통해서 성취되기 때문입니다. ~ 승리와 패배의 경쟁구조에 이의를 제기하면서도 아이들이 성공과 승리를 거두도록 자극하는 선생, 약자나 패자에게 깊이 공감하면서도 강자나 승자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는 것을 잊지 않는 선생, 현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이데올로기에 완전히 동의하지도 않고 완전히 반대하는 것도 아닌, 그 안에서 분열되어가는 선생, 그래서 종종 말이 이치에 맞지 않는 선생, 그런 선생이 좋은 선생입니다. 

[115] 요즘 젊은 교사들을 보면 고용 안정성을 주된 이유로 이 직업을 선택한 사람이 꽤 많습니다. ~ 공립학교 교사에게 물어봐도 아이들과 지내는 게 너무 좋아 교사가 되려는 사람들은 임용시험에서 떨어지고, 교사가 되어선 곤란하다 싶은, 임용시험만 준비하고 교육 자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임용시험에 합격하는 경향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선생이 되어도 실제로 교실에 들어가서 뭘 하면 좋을지 모릅니다. 학생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칠판만 바라보며 혼자서 중얼거립니다. 그러다 우울증이 와서 장기결근을 해버리죠. 

[116] 취업 준비하는 학생들을 봐도 그들은 초봉과 유급휴가, 복리후생시설과 자본금 등 '회사의 장래성'에 대해서는 알아보면서 정말 중요한 사실, '회사에 들어가면 어떤 일을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잘 모릅니다. 뭘 하는지 알아내는 기술도 없습니다. 

[118] 지금까지 걸어온 길 어딘가에 암호가 놓여 있거나 팔고 있었는데 깜빡 놓쳤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서둘러 되돌아가겠지만, 어디에도 암호 같은 건 팔지 않습니다. 배움의 문을 여는 암호는 "모릅니다. 가르쳐주세요"입니다. 간단한 듯 보이지만, 쉽지 않습니다. 

[124] 이 장소에 서게 되면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누구라도 일단은 그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일단은 무지를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을 교사는 없습니다. 사람은 알고 있는 입장에 서게 되는 동안은 늘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가르치는 자의 입장에 서는 한, 그 사람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는 결코 없습니다.(자크 라캉, <가르치는 자에 대한 물음下중)

[133]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에는 마츠야마 중학교 선생님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나옵니다. 너구리 교장, 빨간 셔츠 교감, 알랑쇠 미술선생, 끝물호박 영어선생, 멧돼지 수학선생 그리고 유아적인 도련님. 

2부는 [146] '스승의 스승'이 하는 역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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