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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912]화폐 권력과 민주주의_최배근의 한국의 불편한 현실 진단: 부동산 카르텔과 공공금융의 상실

by bandiburi 2024. 7. 18.

 최근에 최배근 교수의 <화폐 권력과 민주주의>를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는 근대 사회의 최대 발명품을 민주주의와 법정 불환화폐 즉 신용화폐라고 보았다. 대한민국은 이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위축되고 있고 국민의 삶이 힘들어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한국에서 공공금융이 사망했고 부동산 카르텔 공화국이 되었다고 한다. 모든 사회적 자원이 부동산으로 빨려 들어가고 미래를 위한 혁신이나 창의적인 부문으로 자원이 흘러가지 않는다. 누구를 위한 부동산 집중인가를 보면 이미 사회적 자원의 많은 부분을 소유한 기득권 층을 위한 것이다.

한국 사회가 과거에는 군사 독재가 있었고, 현재는 검사들의 권력이 득세했지만 잘 들여다보면 금융 마피아 즉 모피아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다.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민에게 100만 원씩 나눠주는 아이디어는 참신하다. 전 국민의 80퍼센트 이상이 혜택을 보기에 반대하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최배근의 <화폐 권력과 민주주의>는 2024년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아주 적절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요 메시지를 다섯 가지로 정리해 포스팅한다.

 

첫째, 민주주의와 신용화폐의 중요성

   최배근 교수는 민주주의와 법정 불환화폐(신용화폐)를 근대 사회의 최대 발명품으로 꼽는다. 이 두 가지는 사회의 발전과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중요한 요소로, 이를 통해 사회적 자원의 공정한 분배와 경제적 안정이 가능해진다.

2022년 기준 일본의 중앙정부 부채가 214.27%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견디는 이유 중 하나는,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엔화가 준기축통화라서가 아니라 국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오히려 줄어들어 재정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이는 일본이 인플레이션과 엔저 속에서도 금리를 인상하지 못하는, 즉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44~45)

서양 역사에서 중세 봉건제 사회질서가 근대 자본주의 사회질서로 전환하는 과정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경제적 자유와 정치적 자유의 공진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50)

공공영역에서 금융을 분리하여 시장(민간)금융 중심으로 바꾼 것이 (사회 전체를 금융 자본의 논리로 재구성한) 이른바 금융화였고, 그 결과는 필연적으로 공공영역의 축소로 이어졌다. 재정 지출 최소주의, 감세, 작은 정부,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불평등의 심화 및 가계 부채와 정부 채무의 급증 등이 그 산물들이다. (55)

 

둘째, 공공금융의 중요성과 현황

 한국에서 공공금융이 사실상 사망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공공금융은 사회적 자원의 공정한 분배와 경제적 불평등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이러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는 국민의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이야기되는 1,000만 원 정도를 신용등급 1 등급자에게 적용하는 대출금리로 10년간 이자만 상환하며 이용하게 하고, 이자 상환에 문제가 없을 경우 다시 10년씩 계속 연장해 주자는 제안은(은행이 금 보증 없이 중앙은행이 발행한 신용화폐를 가장 낮은 금리로 이용하듯이) 국민 모두에게 최소 규모의 금융을 이용할 권리를 찾아주자는 것이다. (61)

공공금융의 사망은 대한민국을 부동산 카르텔 공화국으로 변화시켰다. 재벌 자본의 건설회사와 금융 자본의 부동산 금융이 결합한 산물이었다. 공공선과 국민 이익의 촉진은 뒤로 밀려났다. 그 결과가 세습성이 강한 부동산자산 중심 경제 구조의 등장이었다. (73)

가계의 경우는 더 끔찍했다. 소득은 80조 원 증가한 반면 부동산자산은 소득의 20배가 넘는 1,658조 원 이상이 증가했다. 생존 위기로 내몰리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부동산 투기를 외면하며 열심히 땀 흘리며 살던 무주택자들에게는 날벼락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76)

 

셋째, 부동산 카르텔과 자원의 왜곡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 카르텔이 형성되어 모든 사회적 자원이 부동산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혁신이나 창의적인 부문으로 자원이 흘러가지 못하게 하여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근대 사회의 최대 사회적 발명품은 민주주의와 법정 불환화폐이다. (101)

소득과 금융에 대한 기본권을 소득에 대한 기본권으로 축소하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득에 대한 기본권조차 최소화하려는 것이 바로 재정준칙의 노림수이다. 이런 점에서 재정준칙을 당당히 제기한다는 사실 자체가 정치가 실종되고, 민주주의와 시장 간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104)

그렇다면 모피아가 재정준칙을 도입하려는 목적은 무엇인가? 모피아가 대변하는 금융 자본의 이해를 생각하면 의도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모피아는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주는 정부 채무 증가를 막겠다는 것을 명분으로 포장해 재정건전성 논리를, 정부의 재정 운용 및 서비스 등에 대한 국민의 불만 정서를 이용하여 재정 지출 최소화 논리를, 그리고 재정 지출을 줄일 것이기에 감세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123)

 

넷째, 기득권층의 지배와 금융 마피아

   한국 사회에서 기득권층, 특히 금융을 다루는 '모피아'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이는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가치를 훼손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군사 독재와 검사들의 권력에 이어 금융 마피아가 새로운 지배 세력으로 등장했다는 분석이다.

모두가 참여해서 사회적 생산액(GDP)을 만들었는데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집은 함께 사는 집이 아니다. 그리고 아파도 돌봄을 받지 못한다면 그것 또한 함께 사는 집이 아니다. 사회 속에 살면서 혼자라는 느낌을 준다면 사회라 할 수 없지 않은가. 대한민국은 사회가 실종된 나라이고, 사회가 붕괴한 나라이다. (127)

지금으로부터 175년 전에 쓴 글이고, 게다가 보수주의 경제학 계보에서 애덤 스미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19세기 사상가가 이런 글을 썼다는 것은, 복잡한 경제이론을 적용할 필요 없이, 사회소득은 사회 구성과 운영에 필요한 기초이기 때문이다. 최소 소득은 시혜가 아니고 누구나 법적으로 보장받을 권리이고, 이는 세금으로 해결해야만 하고, 특히 출발선의 차이를 만드는 유산에 대해서는 최대한 세금으로 환수해야만 한다는 생각은, 자본주의가 하나의 사회 체제로 출발할 때부터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지적 상식이었다. (129)

사회소득의 뒷받침으로 창업 준비에 집중할 수 있다. 성장잠재력 확충은 모든 정권이 추진한 일이고,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혁신의 활성화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국민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는 사회에서 혁신의 활성화는 기대할 수 없다. (137)

 

마지막으로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 제안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 국민에게 100만 원씩 나눠주는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이는 전 국민의 80% 이상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정책으로,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해외 지식인들이 화폐 주권을 당연시하는 풍토와 달리 (미국인보다 더 미국적으로 사고하는) 한국의 많은 지식인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147)

(...) 부동산에 유입된 돈들은 부동산 가치가 계속 상승하기를 원하고, 또 주택을 공급하는 건설회사나 돈놀이하는 금융회사 등은 부동산 시장에 돈이 계속 유입되기를 원한다. (151)

정치와 민주주의는 돈의 힘이 지배하는 시장영역이 사회 불균형을 심화시키지 못하게 견제하는 사회적 장치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정치와 민주주의는 시장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하는 데 실패했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 공화국은 정치 실패와 민주주의 실종의 사생아였다. (163)

 

이 책은 현대 한국 사회의 경제적, 정치적 문제를 심도 있게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여기서 주택 대출금 대신 자동차 대출금, 신용카드 사용 채권, 학자금 대출금, 공장 대출금 등에서부터 심지어 엔터테인먼트 로열티까지 다양한 비현금성 자산을 증권화하게 되었고, 이를 통용해서 자산담보증권 ARS이라 부른다. 유동성 낮은 자산을 모아 현금 흐름을 만들고, 이를 통해 유동성 낮은 자산의 가치를 높이고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더 낮은 차입비용을 제공하고, 투자가에게는 (담보가 뒷받침되기에) 고품질 고정수입이라는 매력적인 수익률을 보장해 준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은 이를 최대 혁신으로 평가했다. (192)


경제 규모가 크고 산업화를 이룩한 나라 중 사회적 병리 현상이 극심한 대표적 나라가 미국과 한국이다. 두 나라 사이에 존재하는 경제적 공통점은 세계에서 가장 자산 불평등이 심한 나라들이라는 점이다. 희망을 잃은, 많은 보통 사람이 자신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회적 소수자를 공격하며 분노 표출의 대상으로 삼는 사회적 공통점을 갖는 배경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회가 점점 야만화되고 있는 이유이다. (220)


독서습관 912_화폐 권력과 민주주의_최배근_2024_월요일의꿈(240716)


■ 저자: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자 최배근 경제연구소 이사장. 건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제사학회 회장, 민족통일연구소 소장, 대안학교인 민들레학교 설립자이자 교장, MBC 자문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2010년 영국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IBC)의 '세계 100대 교수', '세계 100대 교육자', '21세기 세계의 탁월한 지식인 2,000명'에 선정되었다. 또한 2017년과 2018년 연속으로 마르퀴즈후즈 후의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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