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조희연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교육감으로 당선되어 교육의 혁신과 불평등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
진보성향의 교육자로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궁금하던 차에 그가 쓴 따끈따끈한 책이 신간 코너에 있어 집어 들었다. 책 제목이 도발적이다. 책의 구성은 여백이 많아 단숨에 읽어갈 수도 있지만 어떤 부분은 음미하면서 생각하면서 볼 필요가 있다.
짧은 문장들 속에 그의 교육관과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드러나 있다. 이 시대의 어른으로서 그리고 부모로서, 지식인으로서, 정책의 수장으로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학벌을 지향하고 SKY를 위해 아이들을 경쟁으로 몰아가는 사회를 개혁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드러난다.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로서 상당부분이 공감이 되고 이 책을 통해 나의 시야가 더욱 확장되는 것을 느끼며 또한 감사한다.
[15] 개인적으로 그 글귀를 보며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나오는 구절을 떠올렸습니다.
“나무의 나이테가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겨울에 자란 부분일수록 여름에 자란 부분보다 더욱 단단하다는 사실입니다.”
[22] 영화 <대장 김창수> 마지막에 “유지경성(有志竟成: 뜻이 있으면 반드시 이룬다)”이라는 한자성어가 나옵니다. 학생들에게 이 말의 의미를 되새겨주면서, 자신과 나라를 위해 큰 뜻을 세우고 나아가기를 당부했습니다. 역사를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우리와 역사의 상관관계에 대해 대화해보는 것도 앞으로의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34] 김병곤 선생은 유신세대로서 ‘첫 번째 박 정권’과 싸우며 이 땅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시대를 열어간 그 세대 중에서도 가장 치열하게 투쟁에 임했던 분이었습니다. 여섯 번의 구속을 무릅쓰며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38세에 위암으로 돌아가신 고 김병곤 선생의 38년 간의 삶과 운동이 김현서 작가에 의해 <김병곤 평전>으로 집필되어 나왔습니다.
[36] 꼭 20년 20일의 감옥 생활 뒤, 1989년부터 성공회대에서 강의를 시작했던 신영복 선생님. 그가 지난 2016년 1월 15일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담론>은 세계와 인간에 대한 깊은 지혜를 전해주는 그의 마지막 강의록입니다. (중략)
이 책은 ‘고전으로 읽는 세계 인식’을 다루는 1부와, 출옥 이후 매일 대면하며 살아가는 현재적 사회적 삶 속에서 빚어낸 사색과 지혜를 전해주는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 그는 동양의 고전과 주요 사상가들을 현재적 시선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축자적 해석이나 자구의 의미를 전달하려는 노력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새로운 고전 읽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전 공부를 ‘인류의 지적 유산인 고전 텍스트를 토대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창조적 실천’이라고 정의하는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말해온 ‘탈문맥의 창조적 실천’을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2부에서는 자신의 삶의 고비마다 남긴 사색의 흔적을 바탕으로 지혜를 전해줍니다.
[51] 그렇게 훈계하다보면 자기들이 시행착오를 하면서 깨달아가는 것이지 훈계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고 반추하면서 절제하기도 합니다.
[65] 시험을 망친 자폐학생에게 보낸 선생님의 편지가 사회적 SNS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며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중략)
“SAT시험을 성공적으로 잘 마친 것을 축하한다. 하지만 시험은 너와 너의 능력 중 아주 일부분을 평가하는 수단에 불과하며, 너는 (시험이 할 수 없는) 수많은 능력과 재능을 갖고 있으며, 그 동안 충분히 잘해왔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하다.”
이어 “시험은 너의 예술적 재능, 팀을 꾸려 함께 협업하는 능력, 무럭무럭 성장하는 독립심, 친절함, 의견 표현력, 친구를 사귀고 잘 어울리는 능력 등을 평가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벤이 갖고 있는 장점들을 조목조목 적어놓았습니다.
[69] 그럼에서 <친일인명사전>의 비치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된 것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동주>와 <귀향> 등에 보여준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공분과 그때의 아픔에 대한 공감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76]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꽃은 참 예쁘다
풀꽃도 예쁘다.
이 꽃 저 꽃 저 꽃 이 꽃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 이창희 시, 백창우 곡, 섬진강 가 마암분교 아이들의 시집에서
[81] 누구나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생님이 있을 것입니다. 저에게도 대학 때 은사인 김진균 선생님이 계십니다. 김진균 선생님이 전두환 정권 시절이던 1980년에 해직된 이후 저도 ‘김진균 사단’의 일원이 되어 비판적 학술 운동가로 출발하게 된 인연이 있습니다.
[93] <교사를 춤추게 하라>의 저자 우치다 타츠루는 배움의 문을 여는 암호가 ‘모릅니다. 가르쳐 주세요’라고 합니다. 저는 이 말이 참으로 인상 깊게 다가옵니다.
일을 하다 보면 매우 구체적이고 수많은 모르는 것에 맞닥뜨리게 되고 멈춰 섭니다.. 이때는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주위에 많다는 것이 큰 행운인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교육전문가인 수많은 동료들과 함께 지내는 저와 선생님들은 모두 최고의 행운아인 것 같네요.
[101] 이제는 ‘이등부터 꼴등까지의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형형색색으로 꽃 피우게 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일등 역시 공동체적 책무감을 갖고 이웃과 함께 사는 일등을 양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중략) 무엇보다 우리의 교육철학이 ‘일등주의 교육’을 넘어서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잡초는 없다. 단지 우리가 그 이름을 모르는 꽃이 있을 뿐이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109] 주변에서 조정래 선생의 신간 <풀꽃도 꽃이다>의 일독을 권하기에 틈틈이 읽고 있습니다.
[115]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와 동아일보사가 주최하는 ‘학과별 대학입시 설명회’에 다녀왔습니다. 기존의 대학별 입시설명회가 아니라, 그 동안 신문에서 미래에 유망한 학과로 선정했던 28개 학과들을 전부 모아, 학과별로 소개를 하는 자리였습니다.
[120] 학생을 단지 역사 과목 입시를 위한 암기자로 기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에 대한 주체적인 판단자이자 논쟁자, 다양한 관점의 비교토론자, 해석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런 역사교육에서의 학생 주체성의 존중은 서울교육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복 입은 시민’ 정책과도 전적으로 상응하는 것입니다.
[122]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앞설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서울교육청과 ‘민주사회를 위한 역사교육위원회’는 다양성에 대한 공감능력, 스스로 자료를 찾아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동료들과 함께 최선의 결론을 모색할 수 있는 실천능력이 핵심이라는 것에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능력을 기르는 데 있어 역사교육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25] 도올 선생은 조선시대의 ‘고려사’는 이런 점에서 우리의 역사관을 왜곡시키는 흉악한 문건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조선유학자들이 고려사를 왜곡한 것입니다. 중앙아시아, 만주, 조선반도로 이어지는 조만문명의 긴 깔때기의 끝에 우리들이 갇히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성계의 위호도 회군은 이러한 고구려적 인식을 포기하고 중국 사대주의로 가는 전기였습니다.
[131] 먼저 학생들을 ‘공부기계’로 만드는 낡은 교육을 넘어서야 합니다.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한국의 ‘추격교육’은 최대한 많은 양의 지식을 빨리 머릿속에 집어넣는 지식 암기 교육이었으며, 학생들을 공부기계로 만드는 교육이었습니다. ‘기계의 인간화’를 논하는 시대에 여전히 ‘인간의 기계화’를 강요하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입니다. 이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우리 교육개혁의 핵심입니다.
[134] 저는 변화하는 서울 교육을 위해 두 가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첫째, 인성교육입니다. (중략) 남을 돕고, 협력하는 인성을 가진다면 장애인과 함께하는 인성은 당연히 따라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세계시민교육입니다. 세계화시대가 되면서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피부색이 다른, 인종이 다른, 민족이 다른, 국적이 다른, 종교가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 이를 ‘차별’이 아닌 ‘다름’과 ‘차이’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141] 미래 사회는 다양한 차이들이 교차하는 사회이자 그것이 미래지향적 창의성의 원천이 되고, 그에 부응하는 사고와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147] 짧은 기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많은 지식을 쌓아보겠노라 안절부절못하느라 가까이에 있는 자연을 바라보지 못한 '반자연적' 삶을 살았다는 반성을 스스로 해봅니다. 생각해보면 마음 하나의 차이로 우리는 가까이 있는 소중한 것들을 미처 보지 못하고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행복과 힐링의 기회도 그래서 가까이 왔다 지나가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148] 교육에는 두 가지 과정이 있습니다. 하나는 지적으로 성숙한 존재, 다른 하나는 사회적 인격을 갖는 존재로 성숙시키는 과정입니다. 전자가 학력이고 후자가 인성입니다. (중략) 저는 이 일등주의 교육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미래사회는 고립된 천재를 중심으로 하는 홀로 독창성이 아니라 산재하는 다양한 역량들을 네트워크로 묶어내는 집단적 독창성이 필요합니다. 집단적 지성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153] ~전체적으로 우리의 교육이 성적과 실력이 아닌 우리 아이들의 생명, 삶, 관계, 이타성을 존중하고 키워가는 것에 소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저를 비롯해 모두가 함께 되돌아보면 좋겠습니다.
[157] 미래 사회는 창의, 소통, 협력을 고루 갖춘 인재를 필요로 합니다. 교사의 수업이 학생들 스스로 질문을 만들 수 있는 기본 지식을 제공하는 과정이라는 것, 그리고 질문이 수업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저도 동의합니다.
아인슈타인은 "문제를 만들어내는 것은 해결하는 것보다 근본적인 일이다"라고 했습니다. 문제를 만들 줄 모르는 사회의 발전동력은 결국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159]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다른 영역과 소통하는 방법을 모르면 의미 없는 지식일 것입니다. 앞으로 변화할 시대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서로 지원할까', '혼자서는 할 수 없는 큰일을 어떻게 함께 달성할까'를 가르쳐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능력을 키우는 데 교육자원을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173] 저는 선거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아이들에게 방과 후와 주말이 있는 삶을!' 같은 구호들도 이야기하였습니다. 이것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교육 자체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험악한 격차사회, 잉여사회, 절벽사회, 팔꿈치사회, 승자독식사회를 인간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174] <누리야, 아빠랑 산에 가자>는 참 독특한 책입니다. 아빠랑 고교생 딸이 아기자기하게 실제로 함께 산행도 하고, 거의 산행에 준하는 '입시준비 산행'도 하면서 궁극적으로 대학입시에도 성공한 흐뭇한 동행기입니다. 더구나 그 아빠가 노동운동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를 모르면 노동현장에서는 간첩'이라고 하는 한석호 선생이기 때문에 이 책은 더욱 독특하게 느껴집니다.
[175] 우리는 먼 미래에, 좋은 대학에 들어간 이후에, 혹은 좋은 직장을 가진 이후에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러한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한석호 선생의 책이 저에게 특히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행복을 먼 미래에 실현될 어떤 것으로 유보하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과정 속에서 행복한 삶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 또 그것을 기록해냈기 때문입니다.
[185] 마이클 무어의 <다음 침공은 어디인가?>라는 영화의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 또한 교육, 사회, 인권 그리고 함께 사는 인간의 가치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리고 더 많은 학생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의 현실과는 다른 새로운 사회를 꿈꾸어보면 좋겠습니다.
[186] 사회비판적 다큐멘터리의 세계적 대가인 마이클 무어는 <식코>(2007)에서 미국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해부하고, <자본주의: 러브스토리>(2009)에서 금융위기 등 각종 문제를 다루면서 우리에게 대안적 세상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187] 저는 더 좋은 사회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잃어버린 사회는 죽은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때로는 급진적인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때도 있습니다.
[200] 단지 피교육자만이 아니라, 혹은 순응주의적 인간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기주도적이고 자율적이며 자기 결정 능력과 자치능력을 갖는 주체적인 인간을 만드는 교육이어야 합니다. 우리가 학생들을 '교복 입은 시민'으로, 즉 권리를 향유해야 하는 시민으로, 그리고 자기 결정권과 자치능력을 갖는 시민으로 대우하고, 그렇게 교육해야 할 것입니다.
[208] 앤디 그레이브스와 데니스 셜리가 지은 <학교 교육, 제4의 길>은 교육개혁에서 '제4의 길'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1960~70년대 국가의 지원을 받은 전문가 주도의 교육개혁, 특히 사회민주주의적이거나 사회주의적인 개혁의 길을 제1의 길, 신자유주의적인 시장중심의 개혁을 제2의 길, 90년대 이후 평등과 효율을 조화시킨다는 명분 아래 진행된 정치적 제3의 길에 조응하는 교육의 제3의 길을 거론합니다. 제3의 길은 교육을 통한 역량 구축과 강화를 중시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저자는 자기주도적인 성장과 발전으로서의 역량 발전과 핀란드식 협동교육, 지역사회의 주체적 목표 개발 등을 강조하는 새로운 '제4의 길'을 강조했습니다.
[214] 한국교육의 혁신에 대한 필요성은 국내외에서 수많은 분들이 지적해 왔습니다. 고전 교육학의 선구자인 존 듀이는 "오늘의 아이들을 어제처럼 가르치면 아이들의 미래를 빼앗는 것이다"라는 경고를 남긴 바 있습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한국의 학생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하루에 15시간 이상을 미래에는 필요하지도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낭비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중략) 현재의 맹목적인 입시경쟁교육의 폐해는 서울교육이 미래로 나아가는 길목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로봇협력교사'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는 인공지능 시대에 암기적 지식교육에 매달리는 것은 수명이 다한 썩은 동아줄을 부여잡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 교육은 자라나는 아이들이 마주하게 될 새로운 세상, 새로운 미래의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219] ~ 그 상징적인 정책의 하나인 협력종합예술의 경우, ~ 중학교 3년 중 최소 1학기 이상 교육과정 안에서 뮤지컬, 연극, 영화 등의 종합예술활동에 학급의 모든 학생들이 역할을 분담하여 참여하고 발표하는 학생중심의 예술체험교육을 말합니다. 이것이 인공지능시대에 대응하는 미래역량 중 문화예술적 감성, 미적 감수성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입니다.
[235] 고교 평준화 체제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주어져야 할 교육은 자신의 인생을 찾아갈 수 있는 능력, 우리 사회 공동체를 보듬을 수 있는 능력,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살아갈 능력을 키우는 것이어야 합니다. 현재의 입시체제로는 그것이 매우 어렵거나 심지어 불가능합니다.
(중략) 이 입시로 '고등학교는 입시학원화'되고, 대학은 취업만이 유일한 목표가 되어 '대학의 취업학원화'로 전락한 게 현실입니다. 고등학교와 대학을 학교답게 만드는 것, 그래서 학생들이 비정상적인 경쟁을 벗어나 교육다운 교육을 받게 만들려면 사회와 대학이 함께 바뀌지 않으면 안 됩니다.
[240] 촛불혁명을 공정하고 평등하며 정의로운 사회체제를 수립하라는 명령으로 이해할 때, 그 핵심에는 직업의 귀천이 없는 세상, 누구나 성실하게 땀 흘리면 동등하게 존중받고 경제적으로 보상받으며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것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입시문제의 근원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서열적 구조에 있음을 명백히 깨닫고 직업적 서열, 임금 격차, 기업 불평등을 완화하거나 해소할 특단의 방안을 강구해줄 것을 요구합니다.
[253] 교육에서 성과라고 할 때는 진정한 열정을 가지고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며, 생활지도라 함은 마치 내 자식을 사랑하듯이 학생을 돌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얄팍한 싸구려 성과급으로, 즉 돈을 차등적으로 지급하여 이루려는 접근은 잘못된 것입니다.
[259] 작금의 한국 사회는 부모 세대의 소득격차가 자녀 세대의 교육 격차로 이어지고,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그대로 대물림되어 사회적 계층이 고착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적 격차에 따른 교육기회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잘 사는 집안의 아이는 없는 재능도 만들어내고, 못 사는 집안의 아이는 가지고 있는 재능도 개발하지 못합니다. 점점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고, 절망하는 '병목사회'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264] 그래서 저는 '덕후'가 된 우리 아이들의 재능을 살려내기 위해 입시제도에 '덕후 특별전형' 같은 것을 도입할 것을 제안합니다. 기본적인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능력만 인정이 된다면 '동물 덕후', '곤충 덕후', '역사 덕후', '목공 덕후' 같은 아이들을 과감하게 선발해 자기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하는 게 우리 교육을 좀 더 본분에 가까운 모습으로 바꾸는 일이 되지 않을까요?
[271] 스스로 참여하고 주체로서 판단할 때라야 진정한 교육이 성립합니다. 초중등 교육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바로 '자기주도적인 학습'입니다. 기존에는 학생을 많은 지식을 가진 교사가 지식을 전수하고 가능한 많은 지식을 머리에 넣어주어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상정하고 접근해왔습니다. 그러나 자기 주도적 학습은 학생 스스로를 배움의 주체로 상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배움, 학습, 교육의 과정에서 학생 스스로가 앎을 주도적으로 추구할 때에 학습효과가 가장 크다는 것은 교육학의 상식입니다.
[277] 미래인성의 핵심은 이러한 세계시민성이며, 세계시민성의 기본원리는 바로 협력입니다. 그래서 먼저 협력적 인성을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교육은 공동체로서의 사회를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윤리, 감수성과 상상력, 새로운 문화를 키우는 교육이어야 할 것입니다. 공동체적 감수성, 협력적 인성,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고, '다름'을 수용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공감능력을 키우는 교육이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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