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는 1265년 5월 30일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나 1321년 9월 라벤나에서 죽었다. 1274년 아버지와 파티에 참석한 아홉 살의 단테는 베아트리체를 만난다.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지만 <신곡>의 천국편에서 하느님의 세계를 안내하는 역할로 베아트리체가 등장한다.
시대적 상황으로 당시의 이탈리아는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거대한 과도기에 있었다. 부의 축적과 사회 계급구조의 전면적 재편, 종교와 이념들의 갈등이 도시와 도시, 당파와 당파, 그리고 개인들 사이에 벌어지고 때로는 피를 부르는 혼란한 시대로 묘사한다. 개인이나 가문들이 권력을 잡고 유지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서로 겨루던 분위기였다.
단테는 그가 속한 파벌의 정치적 패배로 인하여 피렌체에서 추방당하고 유랑의 길을 떠난다. 이 유랑은 단테에게 정치에서 한 발 떨어져서 피렌체에서 겪었던 현실을 정신적, 이론적으로 극복하고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신곡>은 그 결실 중 하나였다. <신곡>은 1304년 지옥을 구상하면서 1321년 <천국편>을 완성하기까지 단테의 유랑 생활 동안 써졌다.
소감을 간단히 요약해 본다. 단테 하면 <신곡>이라는 것은 학창 시절부터 외워서 알고 있지만 <신곡>의 내용이 무엇이고 왜 저자는 이런 책을 썼는지 배경은 모르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적지 않은 아이들이 시험을 위해 고전이라며 저자와 제목, 간단한 내용 정도를 원치 않게 암기하고 있지는 않을까
서해문집에서 고전 시리즈로 내놓은 <신곡>은 원문의 딱딱함을 독자들을 위해 풀어서 쓰고 적절한 그림을 삽입하여 이해를 돕는 책이다. 단테가 살던 시대의 이탈리아의 지명과 사람 이름이 많이 등장해서 낯선 면이 있다. 당시의 사람들이 어떤 종교관, 역사관, 사회관을 가지고 있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지옥, 연옥, 천국편 중에서도 지옥을 어떻게 묘사했을까 궁금했다. 사람이 죄를 지으면 지옥으로 간다고 하는데 지옥이란 곳이 뜨거운 불속에서 끝이 없는 고통을 당하며 살아야 하는 곳일까 어렴풋이 추정해 봤다. 단테의 상상력은 훨씬 다양한 지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이 없이 원문을 본다면 재미없고 따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체적인 구성과 각각의 구성을 요약해 본다.
<신곡>은 크게 <지옥편>, <연옥편> 및 <천국편>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테의 문학적 상상의 순례는 1300년 부활절을 앞둔 목요일 밤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으면서 시작된다. 중세시대에 도시가 하나님의 빛과 문명의 장소였다면 숲은 야만과 어둠의 장소였다.
숲에서 단테는 평소에 존경하던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를 만난다. 베르길리우스는 베아트리체의 부탁을 받아 숲에서 헤매던 단테를 이끌고 지옥과 연옥을 여행한다.
<신곡>의 시간은 7일 동안 이어진다. 지옥에서 3일, 연옥에서 3일, 그리고 천국에서 하루를 보낸다. 여행의 기록 중에 달, 해, 별, 지구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것은 중세시대의 천문학적 지식의 수준을 알 수 있다.
먼저 <지옥편>에서 묘사되는 지옥의 구조를 간단히 정리해 보자.
지옥의 문 바로 안쪽에는 선과 악에 무관심하고 자기만 생각하며 산 자들이 왕파리와 벌떼에 쏘여 피를 흘린다.
아케론 강에서는 카론이라는 뱃사공이 명령들을 지옥으로 실어 나른다.
첫 번째 고리에는 죄를 짓지 않았으나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고 세례를 받지 못한 자들이다. 림보로 성현들의 성이라 불린다.
두 번째 고리에서는 미노스가 망령의 죄를 판단해 꼬리를 감는 횟수대로 고리를 지정해 보낸다. 애욕의 죄를 지은 자들이 바람에 날리는 벌을 받는다.
세 번째 고리에는 영겁의 비가 내리며 탐욕을 부린 죄인들을 찢고 할퀸다.
네 번째 고리에서는 낭비하거나 인색한 자들이 무거운 짐을 굴리는 벌을 받는다.
다섯 번째 고리에는 화를 잘 내던 자들과 태만한 자들이 스틱스 늪에 빠져 진흙을 사키고 있다.
여섯 번째 고리에는 이교도들이 뜨겁게 달구어진 무덤에 갇혀 있다.
일곱 번째 고리에는 세 개의 좁은 구렁으로 나뉘며 각각 이웃, 자신, 하나님에게 폭력을 행한 자들이 갇혀 있다.
여덟 번째 고리에는 말레볼제라 불리며 열 개의 구렁이 있다. 사기꾼들이 갇혀 있다.
아홉 번째 고리는 코키토스라는 거대한 호수로 자기를 믿는 사람을 배반한 자들이 얼어붙어 있다. 이곳에서 마왕 루키페르를 만나 그의 몸을 타고 지구 중심을 통과, 좁은 통로를 기어올라 지구 반대편의 연옥에 도착한다.
다음은 연옥의 구조를 보자.
지옥의 어둠에서 빛으로 나온 것으로 연옥은 거대한 산으로 이뤄져 있으며 로마의 카토가 지키고 있다. 연옥은 의지가 가장 중요한 곳이다. 이 의지는 연옥의 산을 오르고 또 오르면서 죄를 씻고 마침내 빛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가리킨다.
연옥 문을 지키는 천사는 단테의 이마에 죄를 의미하는 P자 일곱 개를 새겨준다.
첫 번째 고리에는 오만의 죄를 지은 자들이 무거운 짐을 지고 느릿느릿 산을 오른다.
두 번째 고리에는 시기와 질투의 죄를 지은 자들이 두 눈이 철사로 꿰매져 있어 하나님의 빛을 볼 수 없다.
세 번째 고리에는 쉽게 분노한 자들이 탁한 연기 속에서 죄를 씻고 있다.
네 번째 고리에는 태만한 자들이 한순간도 쉬지 못하고 떼 지어 달리고 있다.
다섯 번째 고리에는 인색한 자들과 낭비한 자들이 땅바닥에 뒹굴며 처절하게 울고 있다.
여섯 번째 고리에는 음식을 탐한 자들이 갈증과 허기에 괴로워하며 비쩍 말라비틀어진 몰골로 정죄의 기도를 올린다.
일곱 번째 고리에는 애욕의 죄를 지은 자들이 불의 치유와 찬송의 음식으로 죄를 씻고 있다.
산을 오르면서 단테의 이마에 새겨진 P자는 하나하나 사라진다. 마침내 죄의 기억을 지우는 힘을 지닌 레테 강에 이르고 이어 선행의 기억을 회복시키는 에우노에 강에 몸을 적시면서 단테는 지상의 모든 죄를 씻고 순수한 존재로 다시 살아나 천국으로 오를 자유로운 의지를 갖는다. 이곳에서 베르길리우스의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다한다.
연옥은 정죄와 희망의 왕국으로 죄를 씻고 구원을 얻을 기회를 다시 한번 가진 영혼들이 쉼 없이 기도하며 산을 오른다. 죄를 짓고 벌을 받는 것은 비슷하나, 죄와 죄의 씻음을 모르는 지옥과 그것을 절실하게 알고 추구하는 연옥은 서로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마지막을 천국의 구조를 보자. 천국은 아홉 개의 하늘로 나뉘어 있다.
가장 낮은 하늘인 월천에서 단테는 서원을 어긴 불완전한 영혼들을 만난다.
두 번째 하늘은 수성천이다. 이곳에서 명성을 위해 선을 행한 영혼을 만난다.
사랑과 연민을 펴는 영혼들이 있는 세 번째 하늘 금성천에서 베아트리체는 더 아름다워진다.
지혜로운 영혼들을 위한 네 번째 하늘 태양천에서 단테는 그들의 맑은 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아퀴나스에게서 성 프란체스코 얘기를 듣는다.
다섯 번째 하늘인 화성천에는 신앙을 위해 싸운 전사들의 영혼이 붉은빛의 십자가 모양으로 무리 지어 있다.
여섯 번째 하늘인 목성천에는 의로운 영혼들이 있는데 단테는 조상을 만나 자신과 피렌체의 미래의 예언을 듣는다.
일곱 번째 하늘인 토성천은 관조하는 영혼들의 집으로 여러 성인의 삶을 소개하고 부패하고 타락한 교회를 비판한다.
이어 단테는 놀라운 속도로 여덟 번째 하늘 항성천으로 오른다. 베아트리체를 넘어서 그리스도의 빛과 향기로 나아간다. 단테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아홉 번째 하늘 원동천은 천사들의 합창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전체 하늘을 돌리는 곳이다.
이곳에서 최고의 하늘인 정화천에 오른 단테는 “힘을 주시어 본 대로 기록하게 하소서”하고 기도를 드린다.
단테는 살아 있는 몸으로 점점 초월자가 되어간다. 그의 눈은 육체에서 벗어나 영혼 자체로 변한다. 오로지 빛으로만 채워진 최고의 하늘에서 단테의 인간 존재는 해체된다.
단테는 하나님과 하나가 되었으며, 그것이 단테가 상상한 구원의 궁극이다.
독서습관58_신곡_단테_박상진 옮김_2005_서해문집(1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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