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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799]칩워 ①_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by bandiburi 2023. 11. 1.

<칩워>는 반도체에 대해 미국이 왜 중국에 대해 민감하게 반등하고, 대만 TSMC와 한국의 삼성에게 미국에 투자하도록 강요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아주 도움이 되는 책이다. 

 

첫째, 기술에 대한 내용이지만 읽기 쉽다.

반도체 제조 기술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발전해 왔는지 기술에 대한 내용이지만 소설처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반도체의 난이도가 높아지고 칩 설계와 제조가 나눠지면서 미국을 벗어나 글로벌 공급망으로 확대되는 과정도 잘 볼 수 있다. 

 

둘째, 인상적인 부분은 미국의 아시아 구상이다.

일본, 한국, 대만, 싱가포르가 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미국의 아시아 구상이 있다는 점이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했지만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일본의 역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셋째, 일본 반도체의 성장과 하락의 이유를 알 수 있다.

일본이 경제성장을 이루고, 미국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을 때 미국은 반도체에서 일본을 버렸다. 덕분에 삼성이 반도체 제조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내 미국의 기술 우위를 보여준다.

미중 반도체 전쟁에서 네덜란드의 ASML이 미국의 권유에 따라 중국에 EUV장비 판매를 제한했다. 왜 그랬을까 궁금했는데 EUV 장비라는 게 ASML 독자적인 기술이 아니라 미국, 독일에서 부품을 가져와 조립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었다. 

 

<칩워>는 반도체를 이해하고 관련 기업들을 이해하고 나아가 국제관계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다음은 책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을 인용했다. 두 번에 나눠 포스팅한다.

 


미국의 과학 분야 전문가 풀은 굉장히 넓다. 미국의 과학계는 정부 연구 자금을 먹고 자라며 다른 나라의 최고 과학자들을 낚아채오는 식으로 힘을 기른다. 이것이 기술 우위를 지킬 수 있는 핵심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벤처 캐피털사와 주식 시장은 새로운 회사의 성장에 필요한 스타트업 자금을 제공하며, 실패한 회사는 무자비하게 솎아내 버린다.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의 소비 시장은 수십 년간 새로운 유형의 칩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발 자금을 대며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35)

한국의 젊은 과학 인재들이 미국 유학을 꿈꾸는 이유다. 세계를 리드하는 교수와 연구환경 그리고 나아가 벤처기업까지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이뤄져 있다. 유학생들 중에 우수한 인재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역할을 하면 좋겠지만 돌아오지 않는 인재들은 미국 과학계의 성장동력으로 남는다. 한국만이 아니라 많은 나라의 유학생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진공관은 마치 전구처럼 불빛을 내뿜었기에 벌레가 꼬이기 십상이었고, 엔지니어들은 주기적인 "디버깅debugging"을 통해 벌레 때문에 생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55)

디버깅의 유래에 대한 내용이다. 

 

쇼클리는 본인이 기존에 이론화했던 "고체 상태 밸브"의 흐름을 따라 트랜지스터의 다른 용도를 파악했다. 이 트랜지스터는 가운데 낀 부분에 작은 전류를 주입함으로써 소자 전체에 큰 전류를 끄고 켤 수 있었던 것이다. 껐다. 켰다. 껐다. 켰다. 쇼클리는 반도체로 스위치를 설계해 냈다. (61)

 

 

"베끼시오" 식의 자세는 예기치 못하게 소련의 반도체 산업이 정신적으로 미국에 복속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소련에서 가장 신중을 요하고 비밀스러운 산업 중 하나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실리콘밸리의 그런 면에서 젤레노그라드는 글로벌 반도체 생산 네트워크의 한 가지에 지나지 않았고, 그 네트워크의 중심에는 미국의 칩 제조 업체들이 있었다. (114)

오늘날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역할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구 소련 시절 미국을 따라하고자 했지만 '베끼시오'의 자세는 실리콘밸리의 창의적 경쟁 분위기와는 달랐다. 

 

일본이 전자 산업을 일으켜 세우게끔 하는 것은 미국의 냉전 전략의 일부였으므로, 1960년대 내내 워싱턴이 그 문제로 도쿄를 강하게 압박하는 일은 없었다. (...) "일본은 미국의 태평양 정책의 핵심이다. ... 만약 일본이 서구 및 유럽과 건강한 상업적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일본은 경제적 필요에 따라 다른 곳을 찾게 될 것이다."(...) 미국의 전략에 따라 일본은 더 발전된 기술을 받아들이고 최신 사업을 영위해 나갈 수 있었다. (122)

일본의 전자 산업이 왜 전쟁에서 패전했음에도 짧은 시간에 발전할 수 있었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미국의 필요가 있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이 일본을 점령했을 때, 미국은 일본의 군국주의적 야심을 불가능하게 하는 헌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1951년 양국이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후 미국은 조심스럽게 일본의 재무장을 독려했다. 소련과 맞서기 위한 군사적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 일본 경제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고, 도쿄의 첨단 제조업은 미국의 군사적 우위마저 위협할 지경이었다. (198~199)

미국이 일본의 성장에 위협을 느꼈을 때 어떻게 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삼성이 그 역할을 할 수 있고 지금까지 반도체는 우리의 주력 산업이 되었다. 미중 패권전쟁 하에서 반도체 전쟁이 벌이지고 있다. 그 가운데 삼성과 하이닉스가 있다. 과거의 일본 반도체처럼 사라지지 않기 위한 전략적이 판단과 대응이 필요하다. 반도체 제조의 핵심 시설인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이 중국에 인접해 있다는 것이 미국의 불안 요소다. 그래서 미국은 자국 내에 반도체 제조설비를 지으라고 두 기업을 설득했다. 

 

 

미국의 칩 제조사들은 대만, 한국, 싱가포르 등에 설비를 건설해 왔다. 이 지역을 공산주의의 침략으로부터 막아 내는 힘은 군사력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경제 역시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농촌에서 이탈한 농민을 전자 산업이 흡수함으로써 가난에 시달리는 농촌 지역이 흔히 그렇듯 게릴라 반군의 기반이 되는 것을 막고, 아시아의 전직 농민은 전자 제품을 조립하는 좋은 일자리를 얻고 미국의 소비자도 혜택을 보는 구조였다. (219~220)

대만, 한국, 싱가포르의 농촌 지역이 낙후된 채로 있으면 공산주의의 첨병이 될 수 있기에 농민들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미국이 전자산업이 성장하도록 도왔다는 사실은 처음 접하는 내용이다. 

 

실리콘밸리 회사들 대부분은 즐거운 마음으로 한국 기업과 협업했다. 한국이 세계 메모리 칩 시장의 선두 주자로 떠오르도록 도우면서 일본 경쟁자들의 공격을 무력화했던 것이다. 제리 샌더스가 한 설명을 빌리자면, 단순한 논리였다. "적의 적은 친구다." (246)

미국은 일본이 경제성장과 함께 거만하게 굴었을 때 일본의 적이 되었다. 그리고 한국 삼성이 성장하는 것을 도왔다. 미국의 무서운 점이 여기에 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 혁명으로 인해 작가는 글쓰기에, 인쇄업자는 인쇄에만 신경 쓰게 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콘웨이는 MIT에 초빙되어 학생들에게 이러한 칩 설계 방법론을 가르치게 되었다. 수업을 들은 학생들마다 자기 나름의 칩 설계를 해낼 수 있었고, 그 설계는 제조를 위해 생산 시설로 전해졌다. 6주 후, 단 한 번도 제조 시설에 발을 들여놓은 적 없던 콘웨이의 학생들은 완벽하게 작동하는 칩을 우편으로 받아볼 수 있었다. 반도체 설계의 구텐베르크 혁명이 이루어진 것이다. (250~251)

구텐베르크의 인쇄 기술로 글쓰기와 인쇄라는 것이 나눠졌듯이 반도체 칩도 설계와 제조가 구분된다는 것이다. 아주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https://bandiburi-life.tistory.com/2117

 

[799]칩워 ②_미국의 반도체 기술패권과 중국의 한계점

1부에 이어 에서 인용한 내용과 느낌을 포스팅한다. 리궈딩 같은 관료는 모리스 창에게 한 섬나라의 반도체 분야 전부를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자리를 제안하면서, 그가 무슨 일을 하든 간섭하

bandiburi-life.tistory.com


독서습관 799_칩워_크리스 밀러_부키(231104)


■ 저자: 크리스 밀러

크리스 밀러는 터프츠대학교 국제관계학 대학인 플레처 스쿨에서 국제사를 가르치고 있다. 또 미국기업연구소에서 진 커크패트릭 방문 펠로, 포린폴리시연구소에서 유라시아 연구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왜 소련이 중국처럼 공산당이 통제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몰락했는지를 다룬 <푸티노믹스: 되살아난 러시아의 권력과 돈Putinomics: Power and Money in Resurgent Russia), 2000년대 초 러시아에서 나타난 국가 자본주의를 탐구한 <소비에트 경제를 구하기 위한 분투 The Struggle to Save the Soviet Economy>, 차르가 다스리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왜 러시아는 꾸준히 아시아를 지정학적으로 넘보고 있는지 그 의문을 풀기 위한 책 <우리가 주인이 될 것이다: 이반 대제부터 푸틴까지 러시아 동진의 역사 We Shall Be Masters: Russian Pivots to East Asia from Peter the Great to Putin> 등이 있다. 예일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추가적인 정보는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www.christophermill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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