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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774]골든아워①_이국종 교수가 추구하는 가치와 아덴만 여명 작전 등 중증외상 환자 사례들

by bandiburi 2023. 9. 3.

이 교수님, 대한민국에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만 문제라고 생각하세요? 그것만이 심각하고 촌각을 다투어야 하는 문제인가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방, 예술에 이르기까지 어디 하나 녹록한 부분이 있는 줄 아세요? (150~151)

이국종 교수의 책 <골든아워 1>는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손을 놓기 힘든 몰입감을 준다. 방송이나 유튜브를 통해 그의 강의를 들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환자를 위해 헌신하는 의사로 기억된다. 하지만 강의 뒤에 그가 살아온 삶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은 의사 이국종이 대한민국의 중증외상 환자들을 위해 어떻게 좌충우돌 살아왔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네 가지 느낀 점을 포스팅한다. 

첫째, 이국종의 추구하는 삶이 보인다.

돈과 권력, 지위는 그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우선순위는 사람의 생명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제대로 된 중증외상 환자들을 수술하고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대학병원에서 오랜 기간 일해왔지만 보직교수들에게 이익을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질타를 받는다. 돈으로 평가되는 세상에서 병원도 적자를 내는 팀은 대접받지 못한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의 몸을 깎아가며 사람 살리는 역할을 이어간다. 세상적인 것보다 기본에 충실하고자 그의 모습이 존경스럽다. 

처참하게 뭉그러진 환자들을 목격한 그는 죽음에서조차 계층 차이가 존재한다며 한탄했다. (196)
"밥 벌어먹고 살게 되었으면 돈 욕심은 더 내지 마라." 어머니는 의사가 된 내게 자주 말씀하셨다. (425)

둘째, 사회적 약자들의 안타까운 사례가 소개된다.

노동현장에서, 도로에서, 군부대에서, 도심에서, 가정에서 다양한 사유로 몸이 만신창이가 되거나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 환자들이 발생한다. 저자가 마주하는 개별 환자들의 사연에 감정을 개입하지 않고자 한다. 하지만 회피할 수 없는 현상은 중증외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는 환자들이 대부분 사회적 약자들이라는 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군복무 중인 병사들, 노부모와 함께 사는 어린이 등이다. 우리 사회는 불공정한 경쟁을 이유로 3D 업종에 해당하는 일을 사회적 약자들에게 넘기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도 포함된다. 사회적 안전망이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 

내게 오는 중증외상 환자들은 버스나 택시를 운전하거나 오토바이로 배달을 했고,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서 위험한 일을 했다. 일하던 중에 굴착기에 끼거나 지게차에 깔렸으며 공사 중인 건물에서 추락했다. (...) 더 위험한 고강도 노동은 같은 노동자들 중에서도 계약직이나 하청 노동자들이 담당했다. 위험은 부상을 부르고 부상은 생명을 앗아가지만 위험도와 돈벌이는 비례하지 않았다. 늘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내 꼴이나 환자의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56~57)
회의석상에서 쏟아지는 말의 주인들은 중증외상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했고, 사고 현장을 머리로 아는 이들은 실제 현장에서 일하다 온 나를 바보로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밖에서 들려오는 말들에 대응하지 않았다. 시간이 가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283~284)
아무도 선진국형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알려 하지 않았다. 오로지 외상센터 사업이 풍기는 돈 냄새만이 중요했다. 한국 사회의 모든 면이 늘 그러했다. 진실과 거짓 사이, 정치와 정리 사이, 그런 대척점의 중간 어디쯤에 나는 서 있었다. (399)

셋째, 아덴만 여명 작전의 실체를 볼 수 있다. 

아덴만 여명 작전 시 석해균 선장이 심각한 부상을 입고 극적으로 살아나기까지의 상황이 온전히 작가의 시점에서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한국과 오만 사이에서 병원과 국회의원, 청와대까지 개입해서 진행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부분에서 정부관리들의 복지부동과 책임지기 싫어하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국회의원이나 청와대 인사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자신의 입지를 넓히는데 관심이 있어 보였다. 

아덴만 파병은 무리한 것이기도 했다. 예산상 문제로 해군의 함대 건조 규모는 반 토막 났으며, 원양까지 보낼 4,000톤 이상의 구축함은 한반도를 뒤집어 털어봐야 몇 척 되지 않았다. (204)
나는 김지영에게 미안하다고 말했으나, 그는 환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무심하게 말했다.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에요." 해야 할 일. 우리가 석 선장을 살려와야 할 의무는 없다. 그렇다고 모른 척할 수도 없었다. (243)

넷째, 한국의 대학병원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큰 대형병원들이 있다. 병이 심각한 경우에는 지방에서도 내원한다. 산부인과나 소아과와 같이 출생아수 감소와 관련된 과나 외과와 같이 힘든 분야는 의사들이 기피한다고 한다. 의료활동을 위해 생활이 돼야 하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명의식이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이국종 교수와 그의 주변에서 함께 팀을 이뤄 수술을 진행하는 의사와 간호사들과 같은 의사들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억지로 위안을 삼아 본다. 

저자가 몸담고 있는 아주대학병원의 사례가 많이 등장한다. 보직교수라는 직책이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종의 폴리페서와 같은 사람들이 아닐까. 자리를 원하고 계속해서 높은 자리, 나아가서는 병원 밖의 활동까지도 염두해 둔 사람들을 상징하는 자리처럼 보였다. 환자의 생명을 우선시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정부에도 요구하는 일을 해야 하지만 요지부동인 사람들이다. 현실에 안주해서 그럭저럭 만족하며 살겠다는 사람들이다. 

'심평원'이라는 곳의 역할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된다. 제대로 비용이 집행되도록 하는 것은 맞지만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자신의 눈과 몸으로 체험해야 한다. 그리고 왜 그런 요구가 있는지 이해가 필요하다. 무조건 형평성만을 따지는 것은 형평성을 빙자한 게으름이 아닐까 독자의 변을 남겨본다. 

이와 대비되는 헌신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소개된다. 자신의 몸이 병들어 힘들면서도 팀원들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독자에게 감동을 준다. 세월이 각자도생을 요구하지만 여전히 이런 사람들이 있어 우리 사회는 돌아간다.

2권이 기대된다. 

사립대학 병원은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았고, 지원이 없으므로 그곳에 병원에 소속된 의사는 사기업의 직장인과 같다. 회의석상이나 보직교수들과의 면담에서 어떤 취급을 받을지는 의사 개별의 수익 규모에 기반한다. (60)
중증도가 심해 항생제 내성균주가 검출되는 중증외상 환자가 있으면, 기관에 해가 되는 환자들을 데려온다고 욕을 먹었다. 나를 시작으로 정경원과 김지영, 팀원들은 병원에 해를 끼치는 무리들이 되어 병원 윗선에 불려다니며 온갖 말들을 들었다. (316)
병원의 삭감분을 갚아나갈 방법이 없었다. 심평원 측에 외상외과의 특수성을 감안해달라고 건의했으나 따로 예외를 두기는 곤란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심평원의 '형평성 원칙'에서 외상외과는 언제나 경계선 밖에 서 있고, 나는 그들이 말하는 '형평'의 기준을 이해할 수 없었다. (338)
한국의 대학병원은 겉만 화려한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다. 돈이 연관된, 돈이 벌리는 부분은 초고속으로 발전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발전은커녕 바닥 없이 퇴보한다. (419)

https://bandiburi-life.tistory.com/2047

 

[775]골든아워_세월호와 대형병원으로 보는 돈과 지위가 인간보다 우선인 사회

이국종 교수의 2권까지 몰입해서 읽었다. 의사의 삶과 병원이 운영되는 현실을 조금은 들여다보는 기회였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갈길이 멀다는 느낌을 받았다

bandiburi-life.tistory.com


독서습관 774_골든아워 ①_이국종_2018_흐름출판(230903)


■ 저자: 이국종

중증외상 분야 외과 전문의이자, 중증외상 치료 권위자. 이국종 교수가 이끄는 외상외과 의료팀은 국내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1995년 아주대학교 외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병원에서 외과 전문의가 되었다. 2002년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며 외상외과 전임강사로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2003년 미국 UC 샌디에이고 외상센터에서, 2007년 로열런던병원 외상센터에서 연수하며 선진국의 중증외상 환자 치료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하였다. 

2005년 논문 <중증외상센터 설립 방안>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국내 중증외상센터 건립안의 기초 자료가 되었다. 2009년 아주대학교병원에 중증외상특성화센터가 설립되고 팀이 구성되었다. 2011년 그의 의료팀이 아덴만 여명 작전으로 부상당한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면서 중증외상 치료의 특수성과 중요성이 세상에 알려졌으며 이는 2012년 전국 거점 지역에 권역외상센터를 설립하고 국가가 행정적, 재정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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