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일 민승규 교수의 '애그테크'에 대한 강의를 아주 유익하게 들었다. 그를 통해 故 우장춘 박사에 생애에 대해서도 다시 찾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도서관에서 민승규 교수의 책을 좀 더 읽고 알아보고 싶었다. 유일하게 확인되는 책이 2007년에 초판이 발행된 <부자농부>였다. 비록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 농업에서 필요한 인사이트는 여전히 유효하다.
https://bandiburi-life.tistory.com/1996
우리는 수많은 지식을 흡수한다.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접하지만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5%에 불과하다고 한다.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각 분야에서 실패도 하겠지만 궁극적으로 성공하는 삶을 살아간다.
농업이 변해야 하는 만큼, 농업의 주체인 농부도 변해야 한다. 어떤 분야에서건 변화를 인식하고 행동에 옮기는 사람은 단 5%에 불과하다. 그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산업분야의 선구자가 되어 성장동력을 이끈다. (30)
책에서는 1차 산업으로서의 농업이 아니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농업기업으로 성장해 가는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첫째, 무항생제로 돼지를 키우는 '가나안 농장'의 사례는 돼지나 소를 사육하는 축산업계에 좋은 성공 방정식을 제시한다. 수많은 가축을 좁은 공간에 몰아넣고 항생제로 사육해서 시장에 나오는 게 현실이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며 소비자의 입장에서 건강한 고기를 먹고 싶은 욕구가 증대한다. 건강한 가축을 사육하는 기술을 통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윈윈 할 수 있다.
실제 완전 무항생제 돼지의 경우는 누린내가 없고 감마 리놀레인 산 등 불포화지방산이 다량으로 들어 있어 돼지고기를 굽고 남은 기름이 허옇게 굳어지는 현상이 없다. 그래서 당뇨환자도 먹을 수 있는 돼지고기로, 대학연구소에서 연구대상으로까지 삼고 있을 정도다. (56)
둘째, 귀농해서 유기농법으로 농산물과 명품된장을 만드는 가을향기다. 우연히 도전한 것이 시장의 니즈에 적중하고 이를 확대하며 성공의 길을 걷는 사례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두 부부가 고민하고 실행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가을향기를 비롯한 잘 나가는 농업경영자들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음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농산물을 구매해 주는 고객, 즉 소비자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는다는 것이다. (...) 둘째,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다방면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252~253)
셋째, 지역사회와 쌈채류를 함께 재배하여 공동 번영하는 두리영농조합법인의 사례다. 친환경 농법을 위해 지속적으로 생각하고 벤치마킹한다. 김 대표는 농촌에서도 노력하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상하게 사람들은 도시에서 지옥철에 끼어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는 것은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농촌에 내려와 밭일하고 늦게까지 연구하고 시간 투자하는 일에 대해서는 '불쌍하다' 생각합니다. 오히려 농촌에 내려와 보면 자기 시간은 조금도 투자하지 않고 돈 벌려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부부가 함께 시간만 투자한다면 얼마든지 고수익이 보장되는 게 농업입니다. (...)" (74~75)
넷째, 원예학과에서 버섯재배를 처음 접하고 지속적으로 균 배양에 집중해서 '머쉬하트'라는 버섯 전문 기업을 일군 사례다. 농업 관련 학과를 기피하는 사회 추세를 거스르고 농업에서 길을 찾고 깊이 있게 파고들어 성공한 여성 CEO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항상 배우는 자세로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해서 내 것으로 만들고자 애쓰며,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그 시간에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내가 해야 할 일'에 충실함으로써 주어진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93)
다섯째, 도시와 농촌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여 낙후된 마을을 부자마을로 만든 '부래미 마을' 사례다. 수도권과 가까운 농촌의 경우는 도시인들의 니즈를 반영해서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을 찾아갈 수 있다.
여섯째, 도라지에 대한 오랜 연구와 재배를 통해 다양한 상품으로 진화시킨 '장생도라지' 사례다. 책에서 아주 인상 깊은 사례였다. 대부분의 농업인들은 해보고 안되면 원래 그런 것이구나 하고 체념하는데 도라지를 오랜 기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대단해 보였다.
일곱째, 밤나무를 매실로 대체하고 확대해서 성공한 '광양 청매실농원'의 사례다. 오랜 기간 누적된 결과물이 지역 명소가 되고 촬영지로도 유명해졌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이렇게 만들 수 있는 품종은 뭐가 있을까 고민해 보는 것도 좋겠다.
매끼 내가 마주하는 밥상이 내 몸속에 들어와 나를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건강은 보이지 않습니다. 환경농법만이 땅과 풀과 나무를 살릴 수 있듯이 건강 또한 자연에 가장 가까운 방법으로 가꿀 때만 사람을 살릴 수 있습니다. (134)
여덟째, 원예학을 전공하고 조직배양을 직접 수행해서 프랜토피아란 회사를 세워 성공한 사례다. 특정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연구로 자신만의 작물을 만들어 없던 상품을 만든 과정이 인상적이다.
과거 2차 대사산물은 식물체가 방출하는 쓰레기 정도로만 여겨졌으나 실은 이것이 식물체의 '환경인식, 정보교환, 다른 생명체와의 교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이라는 사실이 그간의 연구로 밝혀졌다. (146)
아홉째, 우연히 건강 회복을 위해 접한 한방증류수를 상품화하여 성공한 '하늘호수'다. 영화처럼 제조법을 전수하고 사라진 사람과 그 제조법을 상품화하여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다.
열 번째, 대대로 이어져오던 술 만드는 방법을 장인정신으로 승화하여 상품화한 '한산소곡주'의 사례다. 이 부분을 읽으며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수많은 전통 기법들이 명맥을 유지하지 못하고 사라졌을 것 같아 안타까움을 느꼈다.
열한 번째, 배를 재배하는 과수원도 전천후 재배기술과 품질완벽주의로 전문성을 발휘하면 가문의 영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현명농장' 사례다. 우리가 먹는 품질 좋은 배가 이런 식으로 자라는 것이구나 깨닫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은 평범한 쌀에도 소비자의 입장을 고려해서 연구하고 개발해서 성공한 'PN라이스' 사례다. 현실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밥이 되도록 하기 위해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단순히 쌀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가공과 유통까지 진출했다.
원래 백성이란 과거 농업사회에서는 주로 농민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농사를 지으려면 100가지 전문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뜻을 의미하기도 했다. 예로부터 농업을 경영하는 자는 세상의 이치와 자연의 원리, 생물의 생장 등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210)
농업의 3P 혁신전략
① 생산혁신(Product Innovation)
② 과정혁신(Process Innovation)
③ 사람혁신(People Innovation)
액션프로그램
● 시장이 원하는 신무기를 개발하라.
● 역발상으로 틈새를 노려라.
● 상품에 스토리를 넣어라.
● 시장 지향적 프로세스를 밟아라.
● 개별농장을 조직화하라.
● 세계시장을 겨냥하라.
● 제품에 혼을 담아라.
● 농업인이 아닌 기업가가 돼라.
● 끊임없이 학습하라. (216)
대표적인 것이 사이버농장이다. 사이버농장이란 예를 들어 과수 한 그루를 누구에게 분양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농산물을 분양받은 사람이 모두 가져가는 것이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커나가는 모든 과정이 인터넷을 통해 중계되는 일종의 선도매제도이다. 작황에 따라서 농부가 손해를 볼 수도 있고 소비자가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유통되는 농산물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228)
주인이 잠깐 출타를 나가도 손님이 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두가 알고 있는 가게가 성공하는 가게다. (230)
네덜란드는 성공적인 농업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규모화되고 경쟁력 있는 소수의 농업경영체를 육성함으로써, 농업을 수출산업으로 발전시킨 대표적인 경우이다. 경지면적은 한국과 유사한 규모(193만 ha)이며, 농가인구는 약 1/6 수준이지만 2004년 농산물 수출액은 570억 달러로 우리의 27배에 달한다. (239)
독서습관 763_부자농부_민승규_2008_선생님앤파커스(230816)
■ 저자: 민승규
'부자농부 제조기'로 알려진 민승규 박사는 모든 것을 농업과 관련지어 생각하기로 유명하다. 미술전시회도 농업과 접목시키고, 음악회도 농업과 관련시키고, 농산물을 주제로 패션쇼를 열고, 인기가수를 농업메신저로 만드는 등, 생각할 수 있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농업과 연결시킨다.
그러한 그의 열정은 '한국벤처농업대학'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농업에 경영, 마케팅, 문화를 접목하자'는 새 바람을 일으키면서 숨은 일꾼들을 속속 발굴해 내 진정한 '부자농부'의 길로 이끌어주었고, 지금도 귀농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에게 '진짜 돈이 되는' 사업으로 제2의 삶을 꿈꿀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10만 명의 스타농민을 육성하여 나중에 죽어 우장춘 박사 묘소 밑에 묻히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그는 벌써 7기째인 벤처농업대학을 통해 스타농민을 키워내면서, 끊임없는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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