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의 탄생>을 통해 저자 최현숙과 생애구술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다. 최현숙의 다른 책을 조회하다 재미있는 제목의 책 <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는데>를 만났다. 부모님에 대한 자서전을 만들자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생애구술사를 만나고 사례를 읽어보니 해볼 수도 있겠다는 감이 잡혔다.
이 책은 엄마 박영선에 대한 삶을 딸 김은화가 생애구술사로 기획, 편집한 책이다.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최선을 다해 살아보려는 노력을 했던 엄마, 타인을 위해 도와주려는 마음이 가득한 엄마는 한 남자를 돕는 심정으로 결혼했다. 재테크에 대한 재주가 있었지만 버는 족족 경마와 주식투기로 날려버리는 남편으로 결혼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시댁식구들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 시부모를 모시는 험난한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혼을 결행하고도 경제적인 문제로 여러 직업에 의지해야 했다.
누구나 살면서 고난을 겪지만 박영선의 삶은 산업화 시대의 부모세대의 전형적인 삶을 보여주고 있다. 남아 선호사상이 팽배하고, 부모 부양에 대한 의무, 남편에 대한 헌신, 이혼에 대한 사회적 시선에 대한 우려 등이 담겨 있다.
박영선이 마지막에 10년 넘게 했던 요양보호사에 대한 구술은 두 가지 문제의식을 던진다.
첫째는 자식과 부모의 관계다. 부모는 열 자식도 키우지만, 열 자식은 한 부모도 부양하지 못한다는 말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자식들은 직업을 핑계로 부모를 요양원에 두는 경우가 일반화되고 있다. 이게 맞는 방법일까. 돈이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앞서는 씁쓸한 현실이다. 요양원의 실체는 어떤가. 전국 곳곳에 요양원이 새로운 비즈니스로 세워지고 있다. 일종의 돈벌이로 지어진 곳이 많아 적정한 요양보호사를 채용하지 못하는 시설의 경우 입실한 어르신들이 방치된다. 심지어 가족이나 마을 공동체에 계실 때는 그럭저럭 생활했는데 요양원에 입실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망하는 경우가 보도된다. 가능하면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챙길 일이다.
둘째는 요양보호사의 처우다. 박영선이 요양보호사로 활동할 시기는 인구구조 측면에서 공급이 많았다. 하지만 노인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미래는 암담하다. 외국인에게 문을 열어 요양보호사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요양보호사를 감당할 인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비용애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부유한 사람들만이 요양보호사를 채용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노인층은 어떻게 될까. 요양보호사가 하는 일에 대해서도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은 기계가 대신하고, 간단한 돌봄이나 케어를 주로 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노년층에는 정신적인 돌봄이 중요하다고 본다.
박영선이라는 엄마의 삶을 통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부모나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고 생애구술사에도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https://bandiburi-life.tistory.com/1947
요양보호사는 일을 계속하지도 못해. 힘들어서 대부분 2년 일하고 나면 조금 쉬어야 돼. 안 그러면 아파서 병나. 드러누워야 돼. 내가 해 보니까 2년 일하면 무조건 두 달 쉬어야 되고, 1년 하면 한 달 쉬어야 되더라고. 계약 기간 때문에 그런 게 아니고, 내 몸이 딱 그렇데. (224)
엄마가 환자에게 당한 것처럼, 요양보호사 2명 중 1명은 환자의 언어적, 신체적 폭력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으로 찾아가는 재가요양보호사들은 빨래, 밥하기 등 집안일을 대신하는 경우도 70퍼센트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임금 수준은 엄마가 은퇴한 2014년보다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225)
그 당시에는 치우기가 썽이 나서 일도 하기 싫고 노인들이 왜 저런가 싶었는데, 내가 늙어 보니까 그 마음을 이해하겠데. 내가 죽을힘을 다해서 이놈의 자식들을 키워 놨더니만 즈그들이 크고 나서는 부모를 못 모시고 요양원에 맡기니까, 그게 부모들이 너무나 감당하기 힘들었던 거야. 서럽고 외롭고 그런 거야. 옛말이 틀린 게 없지. 한 부모는 열 자식을 돌볼 수가 있어도 열 자식은 한 부모 못 돌본다고, 그 말이 지금도 딱 맞아 들어가고 있다. 아무리 잘 사는 자식이 있어도 혼자 있는 부모를 돌볼 사람이 없다. (227)
[연표] 사회적 사건 - 거주 - 연도 - 개인적 사건 (252~257)
마지막 페이지에 삽입한 박영선의 개인적 사건과 사회적 사건을 동시에 시대순으로 정리한 것은 아주 참신한 아이디어다. 엄마의 삶의 역사 속으로 집어넣고 주욱 펼쳐놓았다. 한눈에 이해하기도 쉽고 추후에 개인사를 공유하거나 설명하기도 용이하다. 활용해보고 싶은 연표다.
독서습관 745_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는데_김은화_230611
■ 저자: 김은화
87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나 경기도에서 자랐다. 출판 편집자로 3년간 일했다. 글쓰기, 편집, 인터뷰, 강연 등을 하며 마감 노동자로 살고 있다. 18년부터 서울잡스의 내일 취재단 편집장을 하고 있다. 공저로 망원시장 여성 상인들의 구술사를 담은 책 <이번 생은 망원시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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