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어붙은 정신과 감수성을 깨는 도끼, 책!
저자 박웅현을 <인문학의로 광고하다>로 처음 만났다. 독서가 그의 창의력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사실을 보게 되었다. 진실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그의 언어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다시 책은 도끼다>를 집어 들었다. 책을 소개하면서 그 속에 주옥같은 말들을 밑줄 긋고 정리해서 자신의 사색의 흔적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책이 있지만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좋은 책인데도 우리가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다시 책은 도끼다>는 좋은 책을 소개해주고 친절하게 설명도 부연설명까지 곁들인다. 아주 좋은 책이라서 아이들에게도 강력 추천했다.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이 마치 한 권의 책처럼 좋은 글이 많다. 그래서 3부에 걸쳐서 소감을 포스팅 한다.
책은 그렇게 얼어붙은 정신과 감수성을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책은 도끼다'인 겁니다. (29)
러스킨이 가지고 있는 독서에 대한 생각도 소개됩니다. '우리에게 언제나 열려 있는 또 다른 사회가 있는데,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신분에 상관없이 우리가 원하는 만큼 길게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수가 워낙 많고 그들 모두가 친절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하루 종일 기다리게 할 수도 있다.' (32)
책이 중요한 이유는 새로운 시선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는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책을 읽고 나면 그렇게 보게 되는 거죠. 그 시선의 변화가 제일 중요합니다. 그 변화가 나를 풍요롭게 만들어 줍니다. (33)
독서는 우리에게 열신 세상이다. 국적과 신분을 따지지도 묻지도 않는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대화할 수 있다. 지금은 광고인 박웅현이란 저자와 대화하는 시간이다. 그의 소개로 쇼펜하우어를 만나고 마르셀 프루스트를 만난다. 더구나 나의 시간에 맞춰서 내가 원할 때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독서다. 또한 책의 내용을 음미하면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는 역량을 키워준다. 이해하기 쉽게 책을 읽는 좋은 점을 정리해 줬다.
독창적인 예술가가 새롭게 나타날 때마다 우리의 세계는 무한대로 증가하며, 수 세기 전에 없어진 하나의 행성에서부터 발산한 빛이 현재의 지구까지 도달해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처럼 렘브란트, 혹은 베르메르라는 이름의 행성에서 나온 빛은 그 근원이 사라진 후에도 여전히 우리들을 감싸고 있다. (42)
아이들은 "여기 내 땅이야, 들어오지 마"하면서 싸우다가도 엄마가 밥 먹어라 하면 자기가 쌓아 놓은 모래성은 바로 짓밟고 돌아가죠. 우리 인생이 딱 그런 것 같지 않나요? 내가 더 넓은 땅 있다, 더 넓은 아파트 산다, 돈이 얼마나 있다 하다가도 자연이 부르면 뭐 하나 가져갑니까? 다 짓밟고 가는 거죠. (78)
이 문구가 마음에 콕 하고 박혔다. 그렇지.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면서 치열하게 이기려고 했지만 저녁식사 시간에 부르는 엄마의 외침에 놀이에서 현실로 돌아와 집으로 돌아갔다. 파이어족, 부동산, 주식, 노후준비 등 돈과 관련된 치열한 놀이가 실시간 개인별 동영상 콘텐츠가 난무하는 시대에 더욱 우리의 생각을 집어삼키고 있다.
책을 읽고 자신의 지혜로 만들기 위한 사유의 시간이 부족하다. 이런 때일수록 책을 가까이 하고 수많은 전 세계의 지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조용히 머무르는 시간도 필요하다.
우리는 책을 왜 읽을까요? (...) 제 생각에는 책 한 권을 읽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이렇게 우리들의 삶을 위로받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차피 모래알 씹듯이 꾸역꾸역 넘겨야 하는 게 삶입니다. 그 삶 속에서 덜 힘들 수 있는 방법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82)
법정스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지식은 밖에서 들어오지만 지혜는 안에서 우러나온다고요. 사유하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내 안에서 자생적으로 우러나오는 것을 못 건져냅니다. 그냥 잠깐이라도 가만히 앉아 있어 보세요. 복잡한 생각들이 한결 정리가 돼요. 사유하는 거죠. 사유는 그래서 중요합니다. (84)
우리는 어떤 사람을 '저 나쁜 놈'이라고 하면서 모든 게 나쁜 사람으로 여기잖아요. 10년 전에 나쁜 놈이 지금도 나쁜 놈일 것이라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시간이 흘렀거든요. 사람이 바뀔 수도 있거든요. (103)
식사를 준비하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일상적 노동을 무시하고서는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다는 말에 동의가 되신다면 우리들의 식사를 준비하고, 우리들의 집을 청소하고, 우리들의 빨래를 하며 아무것도 아닌 날을 지켜나가면서 이것이 진정 행복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104~105)
그러고 나면 남는 것이 1할의 1할입니다. 바로 미성未成이죠. 미성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입니다. 그게 뭐냐 하면 나의 하루입니다. 이불 개고 일어나, 오늘의 강독을 열심히 하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 집사람과 저녁밥을 맛있게 먹고, 함께 TV도 보고 잘 자는 것. 이것이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107)
사람에 대한 관점을 얘기한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나뉘어 논쟁이 뜨겁다. 마치 사람이 완전히 다른 것처럼 상대방을 비방한다. 사람을 물 흐르듯이 다양한 면을 보여주기에 극단적으로 볼 일이 아니라는 점을 본다. 영원한 나쁜 놈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과거를 후회하고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는 데 보낸다는 말이 있다. 저자는 진정한 행복은 오늘이고 현재에 하는 작은 일에서 얻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현재밖에 없다. 지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보내느냐가 축적되어 우리의 삶을 만들어 간다.
비슷한 얘기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에 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나는 자유다.' (111)
당신의 목표를 다른 이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두지 말고, 스스로에게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것에 두십시오. (113)
우리는 결국 우리가 해왔던 것들의 합입니다. 10년 전에, 5년 전에, 그저께, 어제 어떤 삶을 살아왔느냐가 지금의 나를 결정해요. 그러니까 내가 지금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우선 내가 뭘 잘못했는지 반성해야 하는 거죠. (115)
노동을 하면 바삐 움직이게 되니 권태로워지거나 방탕해질 수 없고, 삶의 대가가 있으므로 궁핍해지지 않는다는 거죠. 이 책도 결국 하루하루 충실히 잘 살아나가라는 얘기를 하며 마무리됩니다. '이러쿵저러쿵 따지지 말고 일합시다. 그것이 인생을 견딜만하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126)
https://bandiburi-life.tistory.com/1748
독서습관677_다시 책은 도끼다_박웅현_2016_북하우스(230107)
■ 저자: 박웅현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대학원에서는 텔레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제일기획에서 광고 일을 시작해 지금은 TBWA KOREA에서 크리에이티브 대표 CCO로 일하고 있다. 창의성이 업무의 핵심인 광고계에서 인문학적인 감수성과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한 카피들로 대한민국 광고의 새로운 지평을 만들어왔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사람을 향합니다> <생각이 에너지다> <진심이 짓는다> <혁신을 혁신하다> 등은 한 시대의 생각을 진보시킨 그의 명카피들이다.
자신만의 들여다보기 독법으로 창의력과 감수성을 일깨워준 책들을 소개했으며(책은 도끼다), 살면서 꼭 생각해봤으면 하는 가치들을 인생의 선배로서 이야기했고(여덟 단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을 전하는(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책들을 펴냈다. / 늘 거기에 있었지만 미처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에 시선을 주어 매일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진짜 사는 재미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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