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책은 독자에게 생각하고 질문하게 만든다.
저자가 소개한 최진석 교수의 '불'로 시작해서 '도'가 출현하는 주장은 아주 설득력 있게 들렸다. 재미있었다. 인류의 발전과정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왜 신, 덕, 도 등의 개념이 필요했는지 이해되었다.
중세 시대 신 앞에서는 질문하지 말고 무조건 믿으라고 하던 것처럼 우리는 돈, 스펙, 권력 앞에서 질문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왜'라는 질문이 없다. 남이 하니까 한다는 대답은 자신의 삶에 대해 아주 무책임한 발언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현재, 오늘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작은 선택이든 결혼이나 취업과 같은 큰 선택에 있어서 '왜'라는 질문을 해보자.
좋은 책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책의 장점이 있다. 이 책은 특히 도움이 많이 된다.
얼마 전 서강대 철학과의 최진석 교수가 쓴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이라는 책을 읽었어요. 아주 흥미롭게 봤는데요. 노자 사유의 중심인 '도道'가 인류 역사에 등장하기까지의 이야기하면서 불 → 기하학적 도형 → 혈연 → 상제上帝 → 덕德 → 도의 관념이 출현하는 순으로 역사가 발전됐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었어요. 이거 재미있지 않습니까? (141)
왜 대학에 가고 싶지? 왜 돈을 벌고 싶지? 왜 결혼을 하지? 왜 아이를 낳고 싶지? 이런 질문 없이 무조건 대학에 가고, 돈을 벌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습니다. 안 물어봐요. 아니, 묻긴 하죠. 자기 자신이 아닌 부모님, 선생님, 주변의 성공한 사람들에게 묻죠. 내가 왜 공부를 하는 건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습니다. (...) 사실 우리에게는 그럴 기회가 없잖아요. 자기 자신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질 기회가요. 중세가 "신 앞에서 아무것도 묻지 말라"고 했던 시대라면 이 시대는 돈을 앞에 놓고 "돈 앞에서 아무것도 묻지 말라"고 합니다. 돈에 방해가 되면 책도 읽지 말아야 합니다. (145)
- 다양성의 공존은 문화를 꽃피우고, 세속화와 개인화는 교황과 교회의 권위를 무너뜨린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소국임에도 일찌감치 국제적으로 강국으로 경쟁을 다퉜다.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일찌감치 다양성이 공존하며 시민들이 주역이 된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우리의 현실을 본다. 자유국가 대한민국인데 우리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있는가라고 질문한다면 확신을 가지고 그렇다고 답하기에는 머뭇거려진다.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정치와 종교와 본연의 역할을 잃어버리고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 때 그럴 수 있다. 또한 사회적 경제적 격차를 조장하며 각자도생의 분위기를 부추길 때다. 우리는 공동체를 이루고 서로 돕는 문화가 있었으나 도시화가 심화되며 과거의 유산이 되었다. 정치가 바로 서서 국민의 전반적인 균형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의 자원의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절대 권력이 지배하던 다른 나라에서 시민들의 일상은 그려질 가치가 있는 것이 되지 못했다. 반면 신교와 구교의 갈등을 종식하고 모든 다양성의 공존을 인정하는 새로운 문화를 꽃피운 강소국 네덜란드에서는 시민들이 사회의 주역이었다. (153)
이렇게 역사가 흘러가면서 미술 소재에 변화가 생기고 그림을 보는 방법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세속화가 진행되고 인본주의가 본격화되면서 비로소 원근법도 주목을 받습니다. '인간이 바라본 자연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미술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157)
책이 널리 보급되지 않았을 때는 누군가 대중들에게 책을 읽어줬겠죠. 그런데 인쇄술의 발달로 책이 많이 보급되니까 사람들이 각자 묵독하기 시작합니다. 묵독을 하면서 자신에게 집중하기 시작했고, 개인화가 진행된 겁니다. 성서를 읽으면서 하나님을 확신하는 사람에게는 교황을 비롯한 교회의 복잡한 조직이 끼어들 틈이 없게 됩니다. (163)
- 바로크 양식의 탄생 배경은 가톨릭의 현실인식 때문!
다음은 바로크인데요, 이 사조의 탄생 또한 이 책을 통해 더욱 잘 이해하게 됐습니다. 종교개혁 이후 가톨릭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택한 방법이 화려한 장식을 통해 가톨릭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 바로크는 훗날 좀 더 세속화됩니다. 로코코로 가요. 로코코는 바로크의 화려한 종교적 권위를 돈 있는 개인들이 가져간 거예요. (166)
1848년의 혁명은 역사상 최초로 농민과 노동자를 그 시대의 인간상으로 부각합니다. 그전까지 그들은 주목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달라지죠. 발자크나 에밀 졸라의 소설도 그 당시 쓰여진 것들입니다. 가난한 농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밀레의 그림도 그 시절의 작품이죠. (167)
- 물질적인 가치에 대한 경계, 추상미술의 탄생 배경!
추상미술의 선구자들은 발전하고 있는 물질문명의 비정신적인 측면을 경계하기 위해서 추상을 시작했어요. 추상미술은 정신만을 그리는 거잖아요. 시대가 너무 물질적인 가치만 따르며 가다 보니까 나는 다른 길을 찾겠어 한 거죠. 또다시 천부살해죠. (174)
- 카잔차키스의 기행문의 매력은 대상에 대한 저자의 사색!
<그리스인 조르바>를 보며 조르바와 같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삶이 부러웠다. 저자 카잔차키스의 삶 자체이기도 하다. 그가 지은 여러 기행문을 소개하는 부분이다. 중국, 일본, 스페인, 영국을 다녀온 개인의 사색을 정리한 책이라고 한다. 우리는 여행 자체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을 기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카잔차키스처럼 대상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기록하면 좋겠다. 결국 남는 것은 우리의 추억이기 때문이다.
카잔차키스의 기행문을 읽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이 그 부분입니다. 여행지 자체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여행지를 소재로 한 작가의 생각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말이죠. (...) 카잔차키스의 기행문은 '대상에 대한 저자의 사색'이 주제가 됩니다. 이 사람 외에는 건져 올릴 수 없는 것들이죠. (182)
보고 듣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서둘러서는 안 된다. 서두르면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것도 듣지 못할 것이다. (188)
- 외부의 권위가 아니라 자신의 검증을 우선하자
영국인들은 내면에 입법자가 있습니다. 마음속에 자기들만의 재판관이 있죠. 외부의 권위는 그들 내부의 재판관과 협의한 다음, 비준을 받아야만 비로소 안으로 들어와요. 좋은 삶의 태도입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젊은 친구들이 꼭 가졌으면 하는 태도입니다. 바깥의 권위, 혹은 많은 돈, 학벌에 주눅 들어 무조건 그것들을 받아들이지 말고 자신의 내부에서 검증을 해야 해요. 상호작용입니다. (197)
- 대학은 취업 기계가 아닌, 균형 잡힌 사람을 만드는 역할에 충실해야!
대학이 기업과 돈에 물들여지고 있다. 대학의 공간은 기업의 건물들로 빈 공간이 채워지고 학생들을 위한 운동장은 사라졌다. 지하주차장과 행사를 위한 건물, 그리고 상업 매장이 들어섰다.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은 과거와 동일하지만 비용은 늘었다.
대학은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취업 중심의 학과 편성을 한다.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들이 사라진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스킬을 높이는 교육이 늘어난다. 대학은 학생과 학부형들의 요구 및 기업들의 요구에 맞춰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그런 대학 과정을 졸업한 학생들은 무엇을 배우고 졸업한 것일까. 몇 권의 책을 읽었을까. 얼마나 사회참여 활동을 해봤을까.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얼마나 해봤을까. 그럴 기회는 갖기나 한 것일까. 여러 가지 질문이 자연스럽게 든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과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지만 삶의 목적을 가지고 살았던 사람과 4년 뒤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대학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의 어떻게 질문을 하며 채워가느냐가 균형 잡힌 사회인이 되느냐의 여부 아닐까.
지나친 정신적 긴장을 통해서 영혼의 불구자로 만들거나 혹은 정신의 함양 없이 신체만 발달시키거나 둘 중 하나죠. 그러지 말아야 해요. 대학교육은 둘 사이의 균형을 찾게 해야 합니다. (...) 대학이 해야 할 일은 취업 공장으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인격체를 길러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기계를 만드는 게 대학의 역할은 아니죠. 자신의 삶을 더 풍요롭게 살 수 있고,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균형 잡힌 사람을 만드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199)
르네상스가 전 유럽을 휩쓸었지만 스페인은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지 못했어요. 대신 무슬림의 지배 기간이 꽤 길었지요. 그런데 근대에 들어와서 스페인은 걸출한 예술가들을 배출하죠. 피카소, 가우디,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같은 사람들이요. 이 사람들은 기존의 가치를 전복시키고 다른 형식의 예술을 제시한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했던 나라 출신의 사람들답게요.
https://bandiburi-life.tistory.com/1749
독서습관677_다시 책은 도끼다_박웅현_2016_북하우스(230107)
'독서습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678]E=mc2_아인슈타인부터 블랙홀까지 과학자들과 응용분야 이야기 (0) | 2023.01.07 |
---|---|
[677]다시 책은 도끼다③_인간 본성 이해 위한 책 읽는 방법 (0) | 2023.01.07 |
[677]다시 책은 도끼다①_왜 그리고 어떻게 책을 읽을까에 대한 가이드 (0) | 2023.01.07 |
[676]헬렌 켈러 자서전_사흘만 볼 수 있다면②_문학은 나의 유토피아 나는 당당한 시민 (0) | 2023.01.05 |
[676]헬렌 켈러 자서전_사흘만 볼 수 있다면 ①_어린시절과 설리번 선생과 만남 (0) | 2023.01.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