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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675]흥행의 천재 바넘_19세기 광고 홍보 PR 마케팅 전문가

by bandiburi 2023. 1. 3.

  • 시대를 앞선 천재적인 홍보 전문가 바넘 P.T. Barnum

매년 한 두 권 정도 강준만 교수의 책을 읽고 있다. 이번에는 <흥행의 천재 바넘>이라는 처음 접하는 인물에 대한 책이다. 어떤 사람이기에 제목에 '흥행의 천재'라는 수식어를 넣었을까 궁금했는데 책을 덮으며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바넘이란 인물이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장르를 만들 때마다 사람들은 열광했다.  아이디어의 신선함과 파격적인 면은 오늘날의 엘론 머스크를 능가한다. 그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그들의 관심에 호응했다. 때로는 과장과 거짓도 섞었다. 그래서 '야바위'라는 말도 듣는다. 그는 천재적인 마케터이면서 노예제도에 반대하는 개혁적인 정치가이자 행정가였다. 서커스에 적합할 것 같은 그의 야바위 성향으로 정치까지 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여지도 있겠지만 실천하는 삶을 살았던 바넘이다.

그는 자서전에서 당시의 심경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 '대중'은 매우 기이한 동물이다. 인간의 본질에 대한 통찰력으로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변덕스럽고 종종 예상을 벗어난다. 대중을 예측하는 데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으면 아무리 유망한 사업도 단번에 주저앉아 버릴 수 있다.(...) 내 이름이 오랫동안 '사기꾼'을 연상시켜왔던 사실, 그리고 미국의 대중들이 내가 하는 일이 원숭이 가죽이나 죽은 인어를 전시하는 정도라고 믿는 사실이 이 사업에 커다란 위험 요소가 될 것이다." (40~41)

바넘의 흥행 상술은 한두 가지로 정리하기가 어렵지만, 그 핵심은 늘 '입소문'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입소문 마케팅'의 원조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는 입소문을 퍼뜨리는 데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77)

그는 노예해방과 금주운동의 열정적인 참여자인 동시에 기득권에 도전하는 개혁적인 정치가이자 행정가로 활동했다. 비록 그 업적은 그의 천재적인 '야바위'와 '흥행'의 그늘에 가려지고 말았지만 말이다. (92)

매년 1억 명의 관람객을 세계 각지에서 모으며 "서커스를 종합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극찬을 받는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t'도 따지고 보면 바넘 덕분에 생겨난 것이다. 1984년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20명 규모의 작은 거리공연으로 시작된 '태양의 서커스'를 대표적인 글로벌 고품격 예술 공연으로 키운 주인공인 기 랄리베르테Guy Laliberte, 1959~는 어린 시절, 미국 순회 서커스단 '링링 브라더스 앤드 바넘 & 베일리 서커스' 공연을 보고 감동한 나머지 바넘의 전기를 구해 읽었는데, 이게 그만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것이다. (99~100)


  • 바넘의 도전의 결과물이 현재까지

아쿠아리움에서 고래를 보여준다. 4미터의 점보 코끼리를 길들여서 서커스를 한다. 샴쌍둥이를 소개한다. 서커스와 성악가가 함께 하는 장을 만든다. 오늘날 당연하게 생각되는 이런 일들이 바넘의 아이디어와 실행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샴쌍둥이에서 왜 '샴'이라는 명칭이 붙었는지 설명한 부분이 인상깊었다. 그런 창과 응의 스토리가 담겨 있었다.

오늘날 인기를 끌고 있는 대형 수족관aquarium도 바넘이 이 시기에 최초로 선보인 것이다. 살아 있는 흰 고래를 전시해 구경꾼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1860년에 선을 보인 바넘의 전시품 중엔 허리가 붙은 샴쌍둥이Siamese twins도 있었다. Siam은 태국의 옛 이름인데, 이런 유형의 쌍둥이에 태국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 태국의 샴쌍둥이로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유명인사가 된 창과 응Chang and Eng, 1811~1874 때문이다. 이들은 미국에 온 뒤 벙커Bunker라는 성surname을 취했다. 18세에 미국으로 온 그들은 자신들이 인기 있는 구경거리가 되는 것을 적극적인 사업의 기회로 삼아 큰돈을 벌었으며, 그 과정에서 바넘과 인연을 맺기도 했다. (61)

오늘날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서커스 흥행업자 바넘과 소프라노 가수 제니 린드의 조합은 고급문화와 저급문화의 분리가 19세기에 일어난 현상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47)

바넘 서커스의 간판 구경거리는 그가 1882년 영국 런던에 있는 리젠트파크 동물원에서 사들인 점보Jumbo 코끼리였다. 키가 3.25미터(나중에 4미터까지 성장)나 되고 무게가 6톤에 이르는 점보 코끼리의 전국 순회공연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점보'라는 이름은 영국 동물원에서 붙인 것인데, 그 기원에 대해선 설이 분분하다. (71)


  • 강준만의 폭넓은 지식의 일부를 전달받는 시간이다.

저자 강준만은 책을 쉽게 쓴다. 그러면서도 독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스펙트럼이 넓다. 지난 4년 동안 매년 100권 이상의 책을 읽으며 부족한 문해력을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그의 책에서 몰랐던 팩트를 발견한다. 그래서 그의 책은 공학도에게 부족한 정치나 사회, 경제를 바라보는 기초를 튼튼하게 한다. <흥행의 천재 바넘>은 얇지만 꼭꼭 눌러서 푼 밥공기처럼 저자의 생각이 알차게 담겨 있다. 독서의 목적인 단순히 지식을 얻는 것은 아니지만 책 속에서 바넘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다양한 정보를 만날 수 있었다. 

남북전쟁으로 인한 사람들의 상처를 바넘의 만들어내는 쇼와 서부극이 위로해 주었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또한 대륙횡단철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상당한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해서 미국 정부가 철도 회사를  부동산 회사가 되도록 했다는 점도 놀라웠다. 

북미 대륙에서 백인들이 나타나기 전 대평원의 주인공은 버펄로buffalo였다. 버펄로는 인디언의 주요 식량이었지만, 버펄로와 인디언은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었다. 인디언은 자신들의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 버펄로를 사냥했기 때문이다. 버펄로에게 비극이 닥친 건 백인들의 총질이 시작되면서부터였다. 유럽인들이 처음 도착했을 때는 아메리카엔 4,000만 마리의 버펄로가 있었는데, 1830년대부터 고기와 가죽을 목적으로 하거나 그냥 재미 삼아 총질을 해대는 상업적 사냥이 시작되면서 급감하기 시작했다. (34)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 1713-1784는 <나의 옛 실내복과 헤어진 것에 대한 유감>이라는 에세이에서 친구에게서 선물로 받은 실내복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그는 "다 해지고 시시하지만, 편안했던 옛 실내복"을 버리고 새 실내복을 입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는 한두 주 후 실내복에 어울리게끔 책상을 바꿨고, 이어 서재 벽에 걸린 벽걸이 장식을 바꿨으며, 결국엔 모든 걸 다 바꾸고 말았다. 달라진 건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전에는 서재가 초라했지만 사람들이 붐볐다. 혼잡했지만 행복했다. 이제는 우아하고 질서정연하고 아름답게 설비가 갖춰졌지만, 자신은 우울해졌다는 것이 이 에세시의 요지다. 바로 이 에세이에서 Diderot effect(디드로 효과)라는 말이 탄생했다. (56~57)

바넘의 흥행이 남북전쟁 기간 중 큰 성공을 거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바넘의 쇼는 일반 대중이 전쟁의 피곤함에서 도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남북전쟁으로 인한 상처의 치유엔 바넘과 더불어 서부극이 큰 기여를 했다. (64)

(...) 대륙횡단철도를 건설하는 데 수백만 달러의 지출을 비준했다. 이 법에 따라 가설되는 철로 주변 약 60미터의 땅이 철도회사에 무상으로 주어졌는데, 이렇게 해서 무상 제공된 토지는 1억 에이커가 넘었다. 1억 에이커는 40만 4,700제곱킬로미터로 한반도 면적의 1.8배에 이른다. 철도회사를 동시에 부동산회사로 만들어준 법이었다. (67)

소영현은 혈액형 분류법이 근거 없는 믿음이며 그저 만들어낸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혈액형 분류법의 내부가 아니라 그것을 부르는 시대적 환경, 즉 불안이 증폭되는 사회적 상황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 점술업은 오늘날 비대해진 힐링 산업의 원조가 아닌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갖는 성격이나 심리적 특성을 자신만의 특성으로 여기는 심리적 경향은 대중사회에서 '졸卒'의 위치에 있는, 익명의 존재로 머무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누리고 싶어 하는 강렬한 열망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84~85)


  • 문학은 시대와 사회를 반영한다. 

분량이 적은 책이지만 몇 권의 문학과 작가를 소개한다. <왕자와 거지>는 스토리만 조금 알고 있을 뿐 16세기 영국을 고발하는 내용인 줄은 몰랐다. 제대로 읽어봐야 할 소설이다. 또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풍자와 갈등이 담겨 있다니 이런 관점에서 다시 보고 싶다. <주홍글씨>와 <분노의 포도>은 시대적인 배경을 이해하고 볼 책이다. 

16세기 영국 튜더왕조 시대의 사회악을 고발한 <왕자와 거지The Princess and the Pauper>(1882)도 그의 히트작이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트웨인의 최고 걸작으로 순진한 어린이의 눈으로 노예제도와 사회관습을 풍자하고 통속적 가치관과 고상한 가치관의 갈등을 묘사했다. 훗날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모든 미국 현대문학은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출발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트웨인이 최초로 유럽이나 영국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 미국적인 소재와 미국적인 정서를 반영한 작품을 썼다는 의미다. (86~87)

헤밍웨이의 말대로 미국 문학이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시작된다면, 미국의 광고는 바넘의 능란한 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105)

미국에서 청교도주의가 팽배해진 시기에 사회통념을 거스른 한 사람에게 공동체가 어떻게 심리적인 고문을 가했는지에 대해서는 관련 박사학위 논문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대신에 우리는 너새니얼 호손이 쓴 소설 <주홍글씨>를 읽는다. 그리고 1930년대를 강타했던 미국의 경제 공황에 대해서는 어떤가? 당시의 경제상황을 분석한 어마어마한 통계와 자료가 있지만 경제공황으로 인해 비극을 겪게 되는 가족의 이야기에 대해 존 스타인벡이 쓴 <분노의 포도>를 읽는 것이 좀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122)


  • 정치는 이성보다 감성이 작동하는 프레임을 이용한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이성보다 감성이 작동하도록 되어 있어서 광고나 정치에서 프레임을 장치로 사용한다. 우리 사회와 같이 정치에 대한 불만은 많지만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국민들에게 프레임은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정치인들이 제대로 활동하고 있는데 모니터링하는 장치가 부족하고 국민들도 관심이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선거철이 되면 공약을 남발한다. 지난 대통령 선거도 그랬다. 당선되고 나면 공약 이행에 대한 진지한 토론은 없다. 언론은 정권에 따라 춤을 춘다.

저자는 정치 엔터테인먼트의 난장판이라고 표현했다. 정치가 국가의 자원을 올바로 활용해서 국민의 복지와 국가의 발전을 위해 일해야 한다. 하지만 서로 으르렁대며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며 철면피처럼 자신의 과오를 감추고 남의 티끌을 나무란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유튜브나 언론에서 정치토론이 활발하지만 객관성보다는 얼굴을 붉히기 일상이다. 난장판이란 말이 적당하다.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세를 타는 정치 평론가들이다. 정치인들의 야바위를 보며 바넘은 어떤 흥행을 떠올릴까 궁금하다.  

바넘은 어쩌면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이탈리아 정치가이자 사상가인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소홀히 했던 점을 보완함으로써 그와 같은 반열이자 계열에 속하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진 건지도 모른다. 마키아벨리는 "성공 또는 실패의 원인은 행동을 시대의 흐름에 얼마나 잘 맞추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대중을 재미있게 만드는 수준의 야바위를 수반한 '엔터테인먼트 정치''는 현대 정치의 알파이자 오메가를 구성하는 시대적 흐름이 아니고 무엇이랴. (108)

선거는 진짜 엔터테인먼트와 겨루려는 정치 엔터테인먼트가 펼쳐지는 난장판으로 진화했다. (118)

프레임은 정치가 이성보다는 감성이 작동하는 엔터테인먼트라는 걸 입증해주는 개념이다. 우리 인간이 원래 그렇게 만들어진 동물이다. 감정적 판단이 이성적 판단보다 발달한 것은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하니, 그 어떤 교육과 계몽에도 그런 이치는 달라질 것 같지 않다. (121)


독서습관675_흥행의 천재 바넘_강준만_2016_인물과사상사(230104)



■ 저자: 강준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전공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 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 왔다.

2005년에 제4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하고, 2011년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국의 저자 300인', 2014년에 <경향신문> '올해의 저자'에 선정되었다. 저널룩 <인물과 사상>(전 33권)이 2007년 <한국일보> '우리 시대의 명저 50권'에 선정되었고, <미국사 산책>(전 17권)이 2012년 한국출판인회의 '백책백강' 도서에 선정되었다. 2013년에 '증오 상업주의'와 '갑과 을의 나라'를 화두로 던졌고, 2014년에 '싸가지 없는 진보' 논쟁을 촉발시켰으며, 2015년에 청년들에게 정당으로 쳐들어가라는 '청년 정치론'을 역설하며 한국 사회의 이슈를 예리한 시각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 <독선 사회>,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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