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책에서 인용되어 궁금했던 책 <마농 레스코>를 읽었다. 18세기 초 프랑스를 배경으로 귀족인 데 그리외가 마농 레스코의 아름다움에 한눈에 반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숙명적인 사랑이란 무언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귀족들의 삶과 아메리카에 있는 프랑스 식민지 등 시대적인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 데 그리외의 마농 레스코에 대한 모든 것을 버리는 사랑이 바람직한가?
데 그리외는 아름다운 마농 레스코에게 푹 빠졌다. 그는 돈이 있으면 행복한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린다. 귀족으로서의 명예도, 친구 티베르주와의 우정도, 아버지와의 관계도, 수도원장과의 약속도, 살인하지 말라는 법도 그녀에 대한 숙명적인 사랑 앞에서는 버려진다.
데 그리외의 마농에 대한 사랑이 모든 것을 건 사랑이었다면, 마농의 그에 대한 사랑은 조건적인 것이었다. 돈이 있으면 함께 하고, 돈이 없으면 돈을 벌기 위해 몸을 파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녀의 아름다움이 그녀의 괴상할 정도의 삶의 모습도 가릴 정도로 데 그리외는 눈에 콩깍지가 쓰인 것이다. 어쩌면 당시 귀족 자제들 중에는 이런 일탈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데 그리외는 모든 것을 버리고 마농과 함께 아메리카로 가서 그곳에서 마농의 죽음까지 목격하고 다시 돌아온다. 일종의 모험이다. 차라리 마농의 죽음과 함께 자신도 죽고 싶었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이야기는 그를 주인공으로 프랑스로 다시 데려온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병적인 마농에 대한 집착이다. 평범한 귀족의 자제에서 점차 도박, 사기, 살인까지도 저지르는 데 그리외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이 있었던 것 같다. 1731년 출간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으니까. 이제는 <마농 레스코>에 대한 오페라도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배경지식을 갖췄다.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많은 콘텐츠가 있어 원한다면 조금 더 심화학습도 가능하겠다.
마농은 기본적으로 삶을 즐기는 스타일이었다. 거의 열광적이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나도 그녀를 위해 그런 식으로 행동했다. 그녀가 돈을 물 쓰듯 해도 말리기는커녕 그녀가 좋아할 만한 것을 앞장서서 사주었다. (60~61)
그 돈은 마농의 사랑을 보장해주는 돈이었다. 그녀는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어야만 나를 충실하게 사랑해주는 여자라는 것, 돈이 있어야만 정숙하게 살아가는 여자라는 것을 나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사치와 쾌락을 버리고 나를 사랑하기를 기대할 수 없는 여자가 바로 마농이었다. 내게 돈은 바로 마농이었고, 마농의 사랑이었다. (63~64)
- 경건한 신앙이 강조되는 시대에 사랑이 주는 행복을 추구한 데 그리외
사회적으로 귀족과, 그들을 섬기는 마부와 하인들이 있었다. 수도원이 있어 종교의 역할도 컸다. 종교에서 강조하는 경건한 삶은 명예를 중요시하는 귀족들에게 중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 데 그리외는 모든 것을 벗어버렸다. 경건한 척 하지만 실제는 사랑에 눈먼 귀족 자제일 뿐이었다. 경건한 생활보다는 사랑하는 여인과 도망치는 길을 택하는 사람이었다.
시대적인 상황이 허락하지 않아 마음에만 품고 있는 이야기를 소설에서 시원하게 펼쳐나간 것이 독자들의 호응을 얻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대외적으로는 경건한 척 하지만 마음에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도피행각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작가 아베 프레보는 간파했는지도 모른다.
18세기와는 달리 돈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물질만능주의 시대다. 데 그리외가 현재를 산다면 그는 더 자유롭게 그의 숙명적 사랑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상상이다.
결국 나는 레스코의 유혹에 넘어갔다. 그는 나를 트랜실베이니아 호텔의 도박장으로 안내했다. (71)
나는 다른 마차에 실려 생라자르 감옥으로 끌려갔다. 행실이 좋지 못한 귀족 자제들을 감금하는 곳이었다. (89)
지금의 내가 자네가 바라는 대로 현명한 사람으로서 자네 앞에 있기를 바란다면 착각일세. 아름다운 마농을 향한 사랑의 꿈에서 깨어난 사람이길 바란다면 착각일세. 나는 4개월 전의 나, 그대로야. 숙명적인 사랑 때문에 늘 불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나는 바로 그 숙명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일세.(99)
독서습관665_마농 레스코_아베 프레보_2018_살림(221211)
■ 저자: 아베 프레보(1697~1763)
사랑의 열정을 노래한 최고의 소설 중 하나로 꼽히는 <마농 레스코>의 저자. 본명은 앙투안 프랑수아 프레보 데그질로 프랑스 북부 에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에댕의 대법원 재판소 왕실 법률 대리인 겸 고문이었다. 예수회 학교에서 공부한 뒤, 1713년 파리의 예수회 수사가 되었으며 콜레주 루아얄 앙리르그랑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1716년 군인이 되었으나 군 생활에 싫증을 느껴 곧 제대한 뒤 베네딕트회 수도사가 되었다. 그 후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네덜란드, 영국 등으로 돌아다녔다.
1721년 첫 작품 <로마 기사 폼포니우스의 모험>을 써서 1724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간했다. 이어서 1728년부터 1731년까지 <어느 고귀한 사람의 모험과 회고>라는 제목으로 20권짜리 소설을 썼다. 그리고 34세 때인 1731년, 그중 일곱 번째 소설로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유일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마농 레스코>를 파리에서 출간했다. <마농 레스코>를 발표하자 아베 프레보는 숙명적인 사랑, 숙명적인 정열을 웅변적이지 않은 소박한 문체로 보여준 최초의 작가로 인정받았다.
1734년 프랑스로 귀국한 아베 프레보는 다시 베네딕트회로 돌아가 일하며, 계속해서 여러 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노년에는 대부분 프랑스 북부 도시 샹티이에서 보냈는데, 1763년 겨울 어느 날 숲 속을 산책하다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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